동성을 사랑한다는 것은
틀린 것일까? 다른 것일까?
돌연변이일까? 다양성일까?
이 문제에 대해선 오랫동안 수많은 논쟁이 있었다.
동성끼리는 번식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자녀생산을 하지 못하는 동성애 유전자는 오래 전에 사라졌어야 하는데, 어떻게 지속적으로 인구에 높은 비율로 나타나는 것일까?
생물학자 E.O. Wilson은 동성애자들의 특성에 비밀이 있다고 말한다.
연구에 따르면 동성애자들은 감정에 대한 지능이 이성애자보다 높게 나왔으며,
어렸을 때 감정 지능이 ‘매우 좋음’이라고 나온 아이들은 ‘나쁨’ 혹은 ‘매우 나쁨’으로 나온 아이들보다 나중에 동성애자로 나타날 확률이 2배 더 높았다고 한다.
또한 동성애자들은 동정심과 협동심에서 높은 점수를 나타냈으며, 적대심에서는 낮은 점수를 보였다고 한다.
이렇게 이타적이고 집단에 도움이 되는 여러 특성 덕분에 동성애 유전자가 생존할 수 있었다는 것이다.
호모사피엔스는 연약한 육체를 갖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교성’ 하나로 공동체를 형성하여 수십만 년을 생존해 왔다.
동정심 많고 협동을 도모하는 동성애자들은 이렇게 공동체를 이루는 데 도움이 되어왔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동성애 유전자는 전체의 생존을 위해 자기 자신의 유전적 생존은 포기하는 것일까?
전혀 그렇지 않다.
2009년 행해진 연구에 따르면, 모계 친척 중 동성애자가 있는 여성의 출산율이 크게 높다는 것을 발견했다.
예를 들어 당신이 게이라고 가정을 해보자.
부모님은 50%의 유전자를 공유하고, 부모님의 형제자매와는 25%의 유전자를 공유한다.
그리고 그들의 자녀인 조카들과는 12.5%의 유전자를 공유하는데
이 때 그대의 게이스러움이 이모, 고모의 자녀 생산을 촉구한다면, 경우에 따라 100% 이상의 유전자를 남길 수도 있다.
이런 계산이 너무 기계적이라고 생각하는가?
꿀벌은 침입자가 나타나면 주저하지 않고 독침을 쏴 침입자를 제압한다.
일벌의 독침은 1회용으로 사용하고 나면 자신도 죽게 되는데, 이런 자살 행위가 가능한 이유는 인간과 다른 특이한 유전체계 덕분이다.
일벌은 자신의 자식과는 유전자의 50%만 공유하지만, 수많은 자매 일벌들과는 유전자를 75%나 공유한다.
따라서 번식을 포기하더라도 침입자와 자폭하여 자매 일벌들을 살리는 것이 유전적으로 더 유리한 것이다.
자연에서 일어나는 이러한 유전적 계산은 놀라울 정도로 정밀하다.
심지어 인간 또한 자신의 조카 8명, 혹은 부모의 형제자매 4명, 혹은 부모 2명의 생명의 위험에 처했을 때, 자신의 목숨을 희생하며 구조를 한다는 가설도 있다.
이러한 ‘유전자 지키기’는 그 개체의 생존 방식에 따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커다란 공동체를 이루고 살아가는 개미를 보자.
이 두 개미는 일란성 쌍둥이다.
그러나 하나는 음식을 구해오는 일꾼 개미로 태어났고, 하나는 집을 지키는 전투 개미로 태어났다.
공동체의 필요에 따라 태어날 때부터 역할이 정해져 버린 것이다.
지구상의 동물 중 가장 사회적 동물이라고 할 수 있는 우리 인간은 약 5%~10%는 동성애자라고 한다.
명 수로 따지면, 25명 중 2명 정도가 동성애자라는 말이 되는데,
이것은 마린 한 부대에 두 마리의 메딕이 필요하듯, 6인 파티에는 메르시 하나가 필요하듯이, 25명이 공동체를 이루고 사는 마을에선 2명 정도의 동성애자가 필요하다는 가설을 세울 수도 있다.
이처럼 동성애 유전자도 이성애 유전자와 같이
자신만의 이점으로 세상에 나타난 것이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라는 말이 있다.
기원을 잊고 살아가는 인류에게 점점 밝혀지는 이러한 생물학적 사실은
다양성을 존중할 수 있게 해주고
인류에게 밝은 미래를 가져다 줄 수 있는
연결고리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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