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원 평면 세계가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만일 그곳에 A라는 생물이 살고 있다면 어떻게 사고하게 될까요?
당연히 2차원적 사고를 하게끔 두뇌가 프로그램 되어 있을 것입니다.
A가 어떤 생각을 일으켜도 2차원 범위 내에서만 이루어집니다.
그렇다면 A가 자신이 속한 차원을 뛰어넘으려고
마음먹으면 어떨까요?
A의 사고는 2차원에 갇혀 있기 때문에 3차원을 떠올릴 수 없습니다.
그래서 A가 하는 3차원에 대한 생각은
2차원의 세팅 값으로부터 좀 더 자유로운 어떤 심리 상태로 대치될 것입니다.
그 심리 상태가 초월이든 해탈이든 관계없이 2차원에 갇혀 있게 됩니다.
‘높이’를 찾아 그것을 증명하지 않는 한 2차원에서 탈출할 방법은 어디에도 없으니까요.
이제 우리가 사는 3차원 세상으로 돌아옵시다.
이곳에 사는 인간들의 의식은 3차원에 맡게 세팅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사실상 3차원을 벗어난다는 생각을 할 수 없습니다.
물론 수행자들은 초월, 해탈, 열반, 삼매… 같은 것들을 이루면
3차원에서 벗어난다고 합니다.
잘만 하면 4차원은 물론이고 5차원까지 올라 깨달음을 얻을 수 있다고도 말합니다.
하지만 이런 것들은 죄다 3차원에서 그려지는 환영에 불과합니다.
왜냐하면 그것들엔 고차원에 대한 물리학적 근거와 수학적 공식이 빠져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들 수행자들은 하나같이 ‘불립문자(不立文字)’와 ‘언어도단(言語道斷)’을 말하지만
솔직히 그런 건 구차한 변명거리에 지나지 않습니다.
미안한 얘기지만
고차원 의식은 초월에 숨고 해탈로 도망가서 이룰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차원의 벽을 부수고, 고차원 세계로 탈출할 수 있을까요?
3차원의 프로그램이 적용되지 않도록 생각을 잠시 쉬면 됩니다.
‘생각이 쉰다’는 것은 ‘그냥 있는다’는 뜻이며
이렇게 되면 차원의 설정값이 먹히지 않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그냥 있지 못하도록 세팅된 데에 있습니다.
수행자들은 ‘몰라’를 주입하며 생각을 멍때리거나 사마타로 아예 생각을 끊어 무아지경을 만듭니다.
이것도 아니면 번뇌망상이 소멸된 열반에 있거나 이런 열반마저 뛰어넘어 해탈에 머무르기도 합니다.
이처럼 잠시도 가만있지 않고 뭔가를 계속 그려냅니다.
아무것에도 접속하지 않고 그냥 있으라고 했더니 자꾸만 그럴듯한 뭔가를 꾸며내는 것입니다.
‘그냥 있는 것’이 어려우면 의심을 일으켜 ‘차원의 설계도’를 훔치는 방법을 고려해 봐야 합니다.
그것이 바로 ‘제1원인’입니다.
‘제1원인’이 뇌리에 펼쳐지는 순간, 자신이 본래부터 깨달아 있다는 사실을 목도하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 여기에도 문제가 있습니다.
다른 건 다 의심을 하면서도 ‘제1원인’만 나오면 의심이 감쪽같이 사라지니까요.
사실 ‘제1원인’은 정말 궁금해야 할 화두의 정점입니다.
삼라만상의 시작과 끝이니 이것보다 더 궁금한 게 과연 있을까요?
그런데 ‘제1원인’만 등장하면 인간의 두뇌는 먹통이 됩니다.
호모사피엔스의 두뇌가 갑자기 원숭이 수준으로 다운되는 겁니다.
기라성 같은 그리스의 천재 철학자들만 봐도 그렇습니다.
만물의 근원으로 물, 불, 원자, 數… 같은 명제를 꺼내는데
정작 중요한 건 그것들의 근원을 끝까지 소급해서 더 이상 소급할 수 없는 ‘제1원인’을 찾는 데에 있습니다.
물론 철학자들이 ‘제1원인’을 추론하지 않는 건 아닙니다.
문제는 몇 번 궁구해 보고는 금세 잊어버리는 데에 있습니다.
‘제1원인’을 가정하면
이것이 존재하게 된 또 다른 원인이 따라붙으면서
마치 뫼비우스의 띠 같은 모순에 빠지게 됩니다.
그래서 이렇게 한두 번 생각하고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잊어버립니다.
“차원이란 당신이 그 차원을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프로그램합니다”
이 말은 차원을 빠져 나올 열쇠는 망각하게끔 설정값을 걸어 놓는다는 얘기입니다.
‘제1원인’은 그야말로 차원의 아킬레스건입니다.
그래서 당신은 ‘제1원인’만 떠올리면 사고력에 부화가 걸리면서 회피 내지 망각하게 됩니다.
아무튼 ‘제1원인’은 우리가 고차원 의식으로 업그레이드할 수 있는 유일한 열쇠입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차원은 이것을 보호하는 데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습니다.
그래서 철학자나 수행자들은 ‘제1원인’에 접근하지 못합니다.
천재적 두뇌를 소유한 그들이지만 ‘제1원인’의 앞에만 서면 한없이 작아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제1원인’은 접근만 불허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곳에 다가오는 자들의 의식을 조종해 엉뚱한 쪽으로 향하도록 합니다.
그것이 바로 ‘깨달음의 함정’입니다.
‘제1원인’을 몇 차례 궁구하면 갑자기 ‘제1원인’을 머릿속에서 그리기 시작합니다.
어떤 사람은 하나님이나 비로자나불이 떠오르고
궁극의 식인 브라만을 연상하기도 합니다.
혹자는 ‘無’나 ‘無我의 삼매’를 ‘제1원인’으로 놓기도 하고
또 다른 이는 ‘열반’과 ‘해탈’에서 그 답을 찾습니다.
그런데 이런 행위들의 공통점은 ‘수학적 논리’를 등지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차원의 프로그램은 매우 강력해서
어느 누구도 이런 환영에 대해 의심을 품지 못하도록 만듭니다.
싯다르타가 이 힘에 역행해 ‘제1원인’을 찾았다는 것 자체가
우주적 돌연변이 현상인 것이지요.
되돌아보면 싯다르타의 스승들이
‘절대’와 ‘열반’, ‘해탈’에 싯다르타를 묶어두려고 얼마나 노력했던가요?
싯다르타 역시 마음속에서 그것들을 진리로 믿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습니다.
하지만 싯다르타는 의심을 멈추지 않았고
그 의심은 프로그램된 설정 값을 모조리 무력화시키며
결국엔 ‘제1원인’의 열쇠를 움켜쥐게 하였습니다.
자 그러면 이제 어떻게 수행해야 할까요?
우리는 이 시점에 세존이 위빠사나를 전해준 이유를 생각해 봐야 합니다.
위빠사나는 생각을 관찰함으로써
차원의 설정값에 영향을 받지 않으려는 매우 유력한 방법임에 틀림없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생각을 관찰하는 놈 자체도 생각이 만들어낸다는 사실입니다.
다시 말해, 생각과 분리되어 그것을 관찰하는 주체 역시, 생각이 꾸며낸 허상입니다.
그래서 수행자들이 그토록 강조하는 ‘알아차려 깨어 있는 참나’가 일종의 신앙처럼 비춰지는 것입니다.
차원이 설정한 프로그램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것이 아닙니다.
이 점을 알아차린 일부 수행자들은 생각 대신
호흡을 관찰해서 설정값의 영향을 덜 받으려고도 합니다.
그런데 영향을 덜 받는 만큼 실효도 적게 됩니다.
그래서 그냥 시간만 축내기에 십상입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위빠사나의 용도는 어디에 있는 걸까요?
위빠사나의 비밀은 바로 차원의 설정값이 작용하지 못하도록 과부하를 거는 데에 있습니다.
가령 ‘그냥 깨달으라’고 하면 그냥 있지 않게끔 생각들이 밀려옵니다.
수행 좀 했다는 분들은 생각을 이용해 생각이 쉬거나 멈춘 상태를 정교하게 그려내기도 합니다.
이런 생각의 기만행위를 관觀하는 것이 바로 위빠사나입니다.
마치 경찰이 사기꾼을 감시하는 것처럼
프로그램에 따라 교묘하게 움직이는 생각의 술수를 간파하는 것입니다.
이렇게 계속 관해서 생각에 속지 않게 되면 프로그램의 힘은 급격히 약화합니다.
그리고 ‘제1원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것을 화두로 참구하면 뭔가 먹먹해지면서 몰입이 되지 않습니다.
‘제1원인’에 대한 궁금증도 조금 올라오다가 멈추고, 심지어 생각하기도 싫어집니다.
바로 이때 위빠사나를 통해 그런 생각을 관합니다.
이렇게 계속하면 프로그램의 설정값에 혼선이 생깁니다.
이처럼 위빠사나를 통해 프로그램이 만든 위장막과 미끼, 함정 등을 관하면
결국 과부하가 걸리면서 설정값이 힘을 잃게 됩니다.
물론 이렇게 해서 1차 관문을 뚫었다고 해서 안심하긴 이릅니다.
그 이후의 수행 과정에서도 쉬지 않고 방해 프로그램이 작동합니다.
그럴 때마다 위빠사나를 방패로 삼아 그것들을 막아내면서 이성을 극한도로 끌어올리면 됩니다.
이것이 세존이 위빠사나를 전해준 진짜 이유입니다.
이제 당신은 두 가지만 기억하면 됩니다
“그냥 깨달아라”
“제1원인을 화두로 참구하라”입니다.
그리고 하나 더 추가하면
“위빠사나 방패를 써서 참나, 진아, 불성의 미끼와 절대, 열반, 해탈의 함정을 막아내면 됩니다.”
당신의 양손에 창과 방패를 쥐었고
이제 당신을 막는 거대한 차원의 벽은 더 이상 지탱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은 원래부터 깨달음 그 자체였기에
당신이 작심하는 순간 그 어떤 차원의 벽도 당신을 막을 수 없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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