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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룻밤 사이에 백발이 될 수 있을까? - 멜라닌의 원리(2020. 11. 10)

Buddhastudy 2021. 5. 13. 19:16

 

 

루이 16세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는

프랑스 대혁명 때 처형을 당했습니다.

 

전해져 내려오는 이야기에 따르면

단두대로 끌려가기 전날 밤, 그녀의 머리가 새하얗게 세었다고 합니다.

당시 마리 앙투아네트의 나이는 서른일곱이었지요.

 

이 이야기의 출처가 불분명히자만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은

머리카락이 급격하게 하얘지는 현상을 지칭하는 용어로써

오늘날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스승 소크라테스의 죽음에 충격을 받은 플라톤이나

2차 세계대전 당시 폭격의 공포로부터 생존한 사람들에게서도

마리 앙투아네트 증후군이 나타났습니다.

 

극심한 스트레스나 강한 충격에 의해

하루아침에 백발이 되는 현상

정말로 가능한 걸까요?

 

흔히 우리는 나이가 들면서 진한 머리카락 색이 점차 빠져

회색에서 흰색으로 변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모든 사람의 머리카락은 원래 흰색입니다.

 

그런데 왜 젊을 때는 머리카락이 색을 가지고 있을까요?

바로 멜라닌이라고 불리는 색소 때문이에요.

 

흰 머리카락에 색소가 차는 것이지요.

머리카락 한 올 한 올을 감싸고 있는 모낭은

중간 부분에 돌출부 bulge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 영역은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를 포함하지요.

 

모발은 성장기, 퇴화기, 휴지기의 주기를 반복하는데

성장기에는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가 멜라노사이트로 분화합니다.

 

멜라노사이트는 전구처럼 둥그런 모구 bulb 영역에서

멜라닌을 합성하여 새로 자라나는 털에 색깔을 입히는 역할을 하고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멜라닌의 종류와 양이 달라서

모발의 색도 다양하게 나타납니다.

 

퇴화기와 휴지기 동안 멜라노사이트들은 죽어서 사라지고

다음 성장기에 새롭게 분화된 멜라노사이트들이

모구에 채워지게 되요.

 

나이가 들면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가 감소하고

멜라노사이트의 활동도 쇠퇴합니다.

 

결국 모발에 색소를 공급하는 양이 점차 줄어

머리카락이 희끗희끗해지기 시작하지요.

 

모든 모낭에 색소가 완전히 상실되면

원래의 색인 흰색으로 돌아가게 됩니다.

 

거울을 보다가 갑자기 늘어난 새치를 발견하고

놀란 적이 있으신가요?

흰머리는 노화의 대표적인 특징이지만

젊은 사람들에게서도 많이 나타납니다.

 

영양부족, 원형탈모, 백반증, 유전 그리고 스트레스가

조기 백발의 원인으로 알려져 있어요.

특히 스트레스가 흰머리에 원인이라는 인식이 널리 퍼져있는 것에 반해

어떤 원리와 경로로 흰머리를 유발하는지는

정확하게 알려진 바가 없었는데요

 

최신 연구에 따르면, 교감신경의 과도한 활성화가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의 고갈을 촉진해 백발을 유발한다고 합니다.

 

논문을 네이처지에 발표한 하버드 연구진은

검은 털을 가진 쥐에 신체적, 정신적 스트레스를 가한 후

쥐의 털 색깔, 신경계,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에 나타나는 변화를 조사했습니다.

 

스트레스를 받은 쥐에게서는 듬성듬성 흰색 털이 나기 시작했는데

모낭을 관찰해보니 흥미롭게도 돌출부에서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가 보이지 않았어요.

 

노르아드레날린 이라 불리는 신경전달 물질이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를 고갈시켰기 때문입니다.

 

스트레스 상황에서 분비된 노르아드레날린은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의 분열과 분화를 촉진합니다.

 

극심한 스트레스 때문에 노르아드레날린의 분비가 급증하면

모낭돌출부에 있는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가

전부 멜라노사이트로 분화해서 흩어지게 됩니다.

 

멜라노사이트 줄기세포가 고갈되면, 다음 성장기에 멜라노사이트가 만들어지지 않습니다.

모구에 멜라노사이트가 남아있기 때문에

이미 난 털은 검은색을 유지하지만, 새로 나는 털에는 더는 색소를 공급할 수 없게 되는 것이지요.

 

마리 앙투아네트가 하룻밤 만에 완전히 백발이 되었다는 이야기는

과학적으로 근거가 희박합니다.

이미 다란 머리카락이 탈색되려면 멜라닌이 파괴되어야 하는데

노르아드레날린이 멜라닌세포나 멜라닌까지 파괴하는 것은 아니거든요.

 

한 가지 가설로 과산화수소에 의한 탈색을 생각해 볼 수는 있습니다.

우리가 미용 목적으로 사용하는 염모제나 탈색제에는

과산화수소가 포함되어 있어요.

 

모발에서도 자연적으로 과산화수소가 생성되는데

효소 카탈라아제가 과산화수소를 물과 산소로 분해해서

모발이 탈색되는 것을 방지합니다.

 

나이가 들면 카탈라아제의 분비가 줄어들고

과산화수소가 축적되어 멜라닌의 정상적인 합성이 어려워지지요.

 

외부의 화학적인 처리 없이 자연적으로 탈색이 되려면

체내에서 많은 양의 과산화수소를 생성해야 합니다.

그러나 아직 스트레스와 과산화수소 또는 카탈라아제 사이의 관계를

규명한 연구는 없습니다.

 

프랑스 혁명이 시작되고 마리 앙투아네트가 단두대 앞에 설 때까지

4년간 그녀는 극심한 스트레스와 공포에 시달렸을 것입니다.

프랑스 시민들이 본 그녀의 머리칼은 분명 흰색이었을 테고요.

 

그러나 하루아침에 백발로 변했다는 이야기에는

다소 과장이 섞여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가장 화려한 삶에서 하루아침에 가장 처절한 삶으로 뒤바뀐

마리 앙투아네트의 인생을 비유한 것은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