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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Dream] 이 개미들은 잎을 가져가서 뭘 할까? (feat.잎꾼개미)

Buddhastudy 2021. 6. 10. 20:06

 

 

여기 이파리를 들고 가는 개미들이 있습니다.

이 녀석들의 이름은 잎꾼개미

영어로는 Leafcutter ant라고 부르죠.

 

사실 이들은 특정한 종은 아니고

잎을 잘라서 자신들의 굴로 가져가는

행동 양식을 지닌 개미들을 지칭하는 말로,

전 세계에 약 47종이나 있습니다.

 

연약하디~ 연약한 개미가 식물의 잎을 어떻게 자르나 싶겠지만

잎꾼개미 일개미의 턱에는 금속성 아연 성분이 있어

활엽수처럼 얇은 잎은 1분이면 뚝딱 자르고, 두꺼운 잎도 5분이면 충분하죠.

 

중남미에 서식하는 이 녀석들이

이파리를 짊어지고 가는 행렬은 그야말로 장관입니다.

군락이 큰 경우엔 그 행렬이 수백 미터까지 이어지기도 하죠.

 

속도도 어마무시한데요, 잎꾼개미를 사람에 비유하면

마라톤 선수가 220kg 짜리 역기를 들고

약 시속 25km로 달리는 셈입니다.

 

우사인 볼트의 10m 주파 속도가 약 시속 38..인 점을 떠올리면

잎꾼개미들의 시피드와 파워는 가히 상상을 초월하죠.

 

그런데!

!

이렇게나 많은 잎을 가져가는 걸까요?

잎에서 즙이라도 짜 먹는 걸까요?

아니면 개미굴의 인테리어?

수백 만 마리의 잎꾼개미들이 잎을 짊어지고 가는 이유

지금 시작합니다!

 

--

잎꾼개미들이 수확한 이파리들은

그들이 일구는 버섯농장에 쓰입니다.

무슨 개미 따위가 농장을 일구냐고 생각하겠지만

이 녀석들, 진짜 농사꾼 맞습니다.

 

일개미들이 커다란 잎들을 굴속으로 운반해 오면

그들보다 더 작은 일개미들이 그 잎들을 이빨로 자~잘하게 자른 후

다른 일개미에게 토스합니다.

 

일감을 받은 또 다른 일개미들은

잘게 썰린 잎을 꼭꼭~ 씹고 자신의 배설물과 섞어 걸쭉한 거름 형태로 만들죠.

그러면 더 작은 일개미들이 다른 방에서 버섯을 조금 떼와서

걸쭉해진 이파리에 뿌려 버섯을 키웁니다.

 

버섯이 자라면 개미들은 영양분 단백질, 당 등 이 풍부한

버섯덩어리 균사체를 뜯어 먹죠.

사실, 이들은 잎뿐만 아니라 꽃봉오리, 잡초, 작은 곡물, 과일, 작은 곤충들의 사체도 거름으로 씁니다.

 

그런데 최초의 버섯 씨앗(포자)은 어디에서 비롯된 걸까요?

바로 잎꾼개미 여왕이 가져옵니다.

여왕개미는 수개미와 짝짓기를 위해 집을 떠날 때

버섯 씨를 조금 챙겨서 나오죠.

 

그리고 수개미들과 교미를 마친 여왕개미는

터를 잡고 굴을 파고 여기에 버섯 씨를 뱉은 후

일개미들을 낳아 새로운 버섯(?) 제국을 건설합니다.

 

알을 낳는 여왕개미, 이파리를 운반하는 큰 일개미

그리고 이파리를 잘게 자르는 작은 일개미

또 버섯을 심는 더 작은 일개미

여기에 이들을 지키는 병정개미까지!

 

잎꾼개미들은 인간 못지않게 치밀한 분업으로

버섯농장을 일궈 나가는 농사꾼이었던 거죠.

이들이 짓는 농사의 규모는 실로 어마무시합니다.

 

이 사진들을 볼까요?

이는 브라질 열대림에서 잎꾼개미의 굴을 파헤친 건데요

크기는 20평짜리 집만 했고(67m^2), 방은 1,920개나 있었죠.

그 중 238개의 방이 버섯을 키우는 방이었다고 하니

사람으로 치면 도시를 넘어 거대 제국 수준을 방불케합니다.

 

여왕개미 한 마리가 평생 낳는 알의 수가 15,000만 개이고

대부분이 일개미로 태어난다고 생각하면

이런 거대 제국 건설이 불가능한 것만도 아닌데요

무엇보다 이런 행동 양식을 갖춘 게

무려 6천 만 년이 넘었다고 하니, 정말 놀랍지 않나요?

 

그런데 한 가지 더 재미있는 건, 개미 농부들 때문에

중남미 지역의 진짜 농부들은 골머리를 썩는다는 사실입니다.

중남미 숲에서 잎꾼개미들이 뜯어가는 잎의 양은

전체의 약 15%나 되기 때문인데요.

실제로 농경지에 수백 만 마리의 잎꾼개미들이 들이닥치면

하룻밤 사이에 완전히 아작이 나기도 합니다.

 

그래서 최근엔 잎꾼개미가 농작물에 접근하는 걸

막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세바스찬 발라리 연구원의 논문에 따르면

잎꾼개미들은 쓰레기 더미가 쌓여 있는 농작물 근처에는

얼씬도 하지 않는다고 합니다.

 

직접 농작물에 쓰레기를 가져다 놓고 실험한 결과

무려 15일 동안, 농작물의 90%를 보호할 수 있었죠.

 

발라리 연구원은, 잎꾼개미들의 이런 쓰레기 회피 행동은

위생과 관련이 깊다고 말했는데요

괜히 더러운 잎들을 가져갔다가

개미굴이 세균이나 곰팡이로 뒤덮이는 것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한 전략이란 얘기죠.

 

그리고 농장주에겐 최악일지 몰라도

숲 생태의 전반을 보면 이 녀석들이 꼭 해로운 것만도 아닙니다.

 

잎꾼개미가 굴 안에 가져다 놓은 잎은

분해되면서 탄소, 질소, 포타슘 등 다양한 양분이 되어

토양이 비옥해지기 때문인데요

 

피지 브레너 박사의 연구에 따르면

잎꾼개미가 활동하는 토양은

일반적인 토양보다 20~ 50배나 비옥했다고 합니다.

 

그나저나 이처럼 강력한 제국을 건설하는 잎꾼개미들에게도

귀찮은 존재가 있습니다.

첫 번째 주인공은 에스코봅시스라는 곰팡이인데요

이 곰팡이는 종종 잎꾼개미들이 키우는 버섯에서 자라나는데

번식력과 독성이 강해 이렇게멀쩡했던 개미굴을..

이렇게황폐화시키곤 합니다.

 

하지만 잎꾼개미도 이에 대비책을 마련해 놓긴 했죠.

잎꾼개미의 몸에 묻은 이 희끄무레한 게 보이시나요?

이것은 액티노박테리아라는 세균으로

이 세균은 잎꾼개미와 공생하는데, 이 세균이 내뿜는 물질 덕분에

개미는 버섯농장을 감염시키는 곰팡이균을 억제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로 잎꾼개미들을 괴롭히는 녀석은 기생파리입니다.

일개미들이 무거운 이파리를 낑낑대면 나를 때

기생파리들은 이 일개미들의 몸 속에 알을 낳고 도망갑니다.

 

기생파리의 알들은 개미 몸 속에서 부화해

개미들의 살을 파먹고, 결국 개미의 표피를 뚫고 나와 개미를 죽이죠.

때로는 이렇게 머리가 잘려 나가기도 합니다.

 

그런데 다행히도 병정개미들과 작은 일개미들이

큰 일개미를 호위하면서 기생파리의 접근을 막기 때문에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나지는 않죠.

 

철저한 분업과 공생, 조직화한 사회 운영은

흡사 우리 인간의 문명을 연상시킵니다.

늘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경이로움으로 가득 차 있다는 것!

 

이게 바로 자연과 생명이 가진 매력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