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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Dream] 얼룩말은 왜 얼룩무늬를 지니게 된 걸까?

Buddhastudy 2021. 6. 17. 19:29

 

 

 

사바나의 초원을 달리는 얼룩말!

얼룩덜룩한 무늬는 녀석의 이름과 정말 찰~떡입니다.

 

얼룩말은 산얼룩말, 사바나얼룩말, 그레비얼룩말까지 총 3종이며

모두 아프리카 초원 지대에 서식하고 있죠.

 

특히, 이 녀석들은 말 중에서도 성격이 난폭하기로 유명해

인류가 가축으로 길들이지도 못했습니다.

만약, 길들일 수 있었다면 아프리카 대륙은 마치 몽고처럼

대제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을지도 모르겠네요.

 

어쨌거나 이처럼 개성 강한 얼룩말은

오랜 기간 생물학자들을 괴롭혀 온 동물이기도 합니다.

 

바로, 얼룩무늬 때문이죠.

먼저, 얼룩말은 흰 바탕에 검을 줄이 나 있는 건지

아니면 검은 바탕에 흰 줄이 난 것인지도 논란이 있었죠.

 

그런데 이 질문은 이미

검은 바탕에 흰 줄이 난다는 것으로 밝혀졌습니다.

얼룩말의 태아는 검은 피부를 가졌으며 출산 전에 흰 줄이 발현되죠.

이뿐만 아니라, 이들의 얼룩무늬는 초원이란 환경과 어울리지 않고

사바나의 여타 동물들과 비교해도 무늬와 색이 너무 독특해서

생물학자들은 궁금증을 가질 수밖에 없었던 겁니다.

 

특히, 왜 하필 얼룩무늬를 가진 개체들이

사바나에서 살아남기에 유리했는지가

얼룩말을 둘러싼 과학자들의 최대의 관심사였죠.

 

과연, 과학자들은 얼룩말의 무늬에 대해 어떤 해석을 내 놓았을까요?

얼룩~ 얼룩~ 얼룩말의 무늬에 얽힌 비밀

지금 시작합니다!

 

--

다윈과 동시대를 살았던 진화학자 월리스는

얼룩말의 무늬를 보고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저거 위장용이네

스트라이프 무늬가 포식자들을 혼란 시키기 딱 좋겠는데?”

월리스의 주장은 그럴듯했습니다.

 

사자 같은 포식자들은 색약이라

초원의 풀과 얼룩말의 색깔을 잘 구분하지 못하고

따라서 풀숲 사이에 있으면

얼룩말은 포식자의 시선을 따돌릴 수 있다는 얘기였죠.

 

이 위장용 가설은 얼룩말의 줄무늬를 설명하는 가장 전통적인 가설로

이후 여러 과학자들은 월리스의 가설에 살을 붙여 위장설을 주장합니다.

 

그중 대표적인 게 바로 착시 위장 효과였죠.

얼룩말이 여러 마리 모여 있으면

일종의 다즐 위장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는 주장인데요

다즐 위장은 세계1차대전 때 사용된 위장 전술로

이렇게~ 군함 표면에 무늬를 그려 넣어 적군을 교란합니다.

 

다즐 위장은 적군의 눈에는 잘 띌지는 몰라도

군함의 이동 경로와 속도, 방향 등을 헷갈리게 만들기는 좋죠.

 

얼룩말도 이와 마찬가지입니다.

여러 마리가 모여 있으면 포식자 입장에서는

얼룩말이 거대한 하나의 패턴으로 보이고 이 패턴 속에서

사냥감 하나를 골라내기가 힘들다는 거죠.

 

실제로 2013년엔 마틴 호아 교수와 요한 쟁커 교수는

얼룩말들이 이동할 때 생기는 패턴을 분석해

얼마나 혼란 요소들이 많은지 확인하는 연구를 했는데요

실험 결과, 여러 마리의 얼룩말들이 움직일 때

예상치 못한 패턴들이 훨씬 많아지는 것을 발견했죠.

 

요한 쟁커 교수는 얼룩말의 패턴은

마치, 실제로는 가로로 회전하는 이발소 기둥인데

우리 눈에는 세로로 회전하는 것처럼 보인다던가

회전하는 자동차 바퀴가 일정한 속도에 다다르면

뒤로 도는 듯한 착각을 일으키는 것과 비슷하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위장용 가설은 치명적인 허점이 있었습니다.

바로, 얼룩말은 사자의 주요 먹잇감이란 사실이죠.

위장을 위해 줄무늬가 진화했다면

다른 초식동물보다 덜 잡아 먹혀야 하는데

얼룩말이 두드러질 정도로 덜 잡아 먹히는 건 아니란 겁니다.

, 아시아에도 호랑이 같은 포식자가 있음에도

줄무늬를 지닌 말이 출현하지 않았다는 것도 조금 의아하죠.

 

그래서 다른 과학자들은 체온조절이라는

꽤 발칙한 가설을 내세우기도 했습니다.

 

UCLA의 브렌다 라리슨 박사는

2015년 논문을 통해 얼룩말의 무늬 중 검은 부분은 더 빠르게 뜨거워져

이곳의 공기는 상승 기류가 강하고 흰 부분은 상대적으로 온도가 낮아

이곳에선 하강 기류가 생기면서

얼룩말 피부 표면에선 공기의 대류가 발생해

더운 곳에서도 피부의 온도를 낮춰 준다고 설명했죠.

 

, 조사 결과

줄무늬가 없는 포유류보다 줄무늬가 있는 포유류의 피부 온도가

3..나 낮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나 이 주장도 많은 반대에 부딪힙니다.

사실, 줄무늬가 냉각 효과 때문에 진화했다면

얼룩말들은 땡볕에서도 풀을 뜯어 먹을 수준은 돼야 하는데

사실, 대부분의 말들은 너무 더우면 그냥 그늘로 갑니다. ㅋㅋ

, 줄무늬가 주는 냉각 효과는 미미하다는 거죠.

 

그리고 2018, 가보르 호바스 박사는

얼룩말의 줄무늬가 냉각용이 아니란 사실을 실험으로 증명해

논문으로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이 사진처럼 배럴통에 줄무늬 가죽과 그렇지 않은 가죽들을 씌워 놓고

온도가 어떻게 변화했는지 측정했는데요

결과는 직사광선이 아니면 검은색과 흰색 무늬 사이에서는 온도차가 없고

결국 대류도 일어나지 않아 냉각 효과가 없다, 였습니다.”

 

위장용 가설도 애매하고

야심차게 등장한 체온 조절설도 애매하면

도대체 얼룩말의 줄무늬는 뭐 때문에 자연선택 된 걸까요?

 

놀랍게도 최근 가장 설득력을 얻고 있는 주장은

흡혈파리 가설입니다.

 

얼룩말의 줄무늬가 흡혈파리에게 물어 뜯기는 것을 피하기 위해

진화한 형질이라는 거죠.

흡혈파리는 동물의 피를 빨아먹는 곤충을 총칭하는 말로

얼마나 지독한 녀석들이냐면

소 한 마리가 이 흡혈파리 떼로부터 빨리는 피의 양이

최대 500cc에 달했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정도인데요

 

사실, 이 흡혈파리 가설은

1930, 해리스 박사가 처음 주장했고

최근 들어, 이 가설을 뒷받침하는 연구들이 속속 나오고 있죠.

 

지난 2012, 헝가리의 아담 에그리 박사는

실제 말 크기의 모형에 검은색, 흰색, 갈색

그리고 얼룩 줄무늬의 모양까지 각각 그려 넣고

끈끈이를 붙여 말 모형에 들러붙는

흡혈파리(실험에선 말파리)의 수를 조사했습니다.

 

그 결과, 검은색 모형엔 562마리,

갈색 모형엔 334마리,

흰색엔 22마리가 붙었고,

놀랍게도 얼룩말의 줄무의 모형엔 8마리의 파리만 붙어 있었습니다.

 

뒤이어, 미국 캘리포니아대의 팀 카로 교수 역시

2차례에 걸쳐 얼룩말의 줄무늬와 흡혈파리의 회피에 대한 논문을 발표하죠.

 

논문 속 사진을 볼까요?

빨간색 선은 흡혈파리의 이동 경로인데요

얼룩말보다 갈색 말에 훨씬 더 많이 접근한 게 보이죠?

 

그리고 카로 교수는 말에 얼룩무늬 옷을 입히는 실험도 합니다.

7마리의 말 각각에 검은색, 하얀색, 얼룩무늬 3개의 옷을 입힌 후

흡혈파리의 접근 정도를 조사했죠.

 

그 결과는 얼룩무늬 옷을 입힌 말에는

흡혈파리가 거의 접근을 못 했습니다.

더 놀라운 건, 얼룩무늬 옷을 입혔어도

얼룩무늬가 없는 얼굴 부분에는

흡혈파리가 잔뜩 몰렸다는 사실입니다.

 

카로 교수는 흡혈파라기 얼룩무늬 근처로만 오면

비틀거리고 방향을 180도 돌려 반대로 날아가는 등

제대로 비행을 못한다고 밝혔고

현재 많은 생물학자들은 이 흡혈파리 가설에 손을 들어 주고 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한 가지 궁금한 점이 생기지 않나요?

흡혈파리는 얼룩말만 물어뜯는 게 아닐 텐데

다른 아프리카 동물들은 왜 줄무늬가 없는 걸까요?

 

팀 카로 박사는 얼룩말의 털에 주목했습니다.

이 사진은 팀 카로 박사가 얼룩말을 비롯해 누, 오릭스, 야생 당나귀 등의

털의 길이를 조사한 자료인데요

 

얼룩말의 털의 길이가 확연히 짧은 게 보이시나요?

그렇습니다.

얼룩말은 다른 동물들보다 털이 짧아

흡혈파리에게 좀 더 물어 뜯기기 쉬웠고

결국 그 대체제로 흡혈파리를 혼란시킬 수 있는

줄무늬를 갖는 방향으로 진화했다는 거죠.

 

하지만 이는 팀 카로 박사의 주장일 뿐이고

유독 얼룩말이 흡혈파리에게 취약한 이유는

아직 정확히 밝혀지진 않았습니다.

 

얼룩말의 줄무늬 하나에도 이렇게나 치열한

과학자들의 공방전이 있었다는 게 참 놀랍지 않나요?

 

이쯤 되니, 얼룩말 조상에게 물어보고 싶어집니다.

왜 줄무늬를 가진 개체들만 살아남은 거냐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