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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Dream] 파라사우롤로푸스는 머리 뒤에 달린 볏으로 뭘 했을까?

Buddhastudy 2021. 6. 3. 18:43

 

 

이번 영상의 주인공은 어디선가 본 듯 만듯한 오리주둥이공룡

파라사우롤로푸스입니다.

몸 길이 10m의 거대한 초식공룡인 녀석은

생김새 면에서 둘째가라면 서로운 공룡인데요

무엇보다 정수리에서부터 길게 뻗은 볏은

그 길이가 무려 1m에 달해 녀석의 외모에 정점을 찍어 줍니다.

 

그런데 파라사우롤로푸스는 이리도 불편해 보이는 볏을

왜 달고 있었을까요?

파라사우롤로푸스의 볏에 관한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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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2, 캐나다 고생물학자 윌리엄 파크스는

캐나다 앨버타에서 발견된 요상한 공룡의 두개골과 골격 화석을 보고도

파라사우롤로푸스(윌케리)라고 이름 짓습니다.

볏을 가진 도마뱀 이란 뜻이었죠.

 

공룡학계에 녀석의 생김새가 알려지기 시작하면서

많은 고생물학자들은

머리 꼭대기에서 목과 어깨를 넘어 길게 뻗어 있는 녀석의 볏을 보고는

그 용도를 궁금해 했습니다.

 

재미있게도 1930년대부터 1960년대까지의 공룡학자들은

파라사우롤로푸스의 주둥이가 오리를 닮았다는 점과

앞발가락 피부가 물갈퀴처럼 생겼다는 점 때문에

이 공룡이 수중 생활을 했다고 착각했죠.

 

그래서 당시 유명한 미국 척추고생물학자였던 셔우드 로머 박사는

파라사우롤로푸스가 볏을 스노쿨 장비처럼 사용했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로머 박사는 볏치 코와 연결돼 있고, 볏 안이 비어 있다는 사실을 근거로

파라사우롤로푸스는 타라노사우루스 같은 포식자가 나타나면

물속으로 피신해 볏을 스노쿨처럼 호흡하는 데 사용했을 거라고 했죠.

 

이후, 이와 비슷한 가설들이 쏟아져 나왔는데요

찰스 스턴버그나 에드윈 콜버트 박사는

이 공룡은 볏에다가 공기를 저장했다가 필요할 때 사용했을 거야!”

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여러분의 예상대로 앞서 나온 가설들은 완전히 개박살납니다.

먼저, 공기저장용 가설은

10m에 달하는 파라사우롤로푸스의 몸집에 비해

볏의 크기가 너무 작기 때문에

공기저장용으로는 큰 효과를 볼 수 없다며 기각됐습니다.

 

, 스노클 가설 역시 파라사우롤로푸스의 앞발가락의 피부는

물갈퀴가 아닌 것으로 드러나고,

이 공룡이 육상 생활을 했던 것으로 밝혀지면서

힘을 잃기 시작했습니다.

 

무엇보다 잠수할 때 호흡을 위해 볏을 스노클로 썼다면

볏 끝에는 구멍이 나 있어

외부의 공기가 들락날락할 수 있어야 하는데요

그러나 지금까지 발견된 파라사우롤로푸스의 볏 화석에서는

그 어떤 구멍도 발견되지 않았고

오히려 볏 끝이 막혀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면서

스노클 가설은 완전히 폐기됐죠.

 

이후 오스트리아 고생물학자 아덴 아벨은

서로 힘겨루기를 할 때 사용했다고 주장했고

존 오스트롬 교수는

냄새를 좀 더 잘 맡기 위한 기관일 것이라고 주측하는가 하면

몸의 소금기를 조절하는데 쓰였을 것이라는 가설이 나오는 등

이 공룡의 볏을 두고 다양한 썰들이 난무했지만

어느 것 하나 확실한 증거가 없던 탓에

학계에 정설로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그렇다면 도대체 이 볏은 어디에 쓴 걸까요?

오리무중이었던 볏의 쓰임새에 대한 실마리는

1931, 칼 와이만 박사의 가설에서부터 풀려나가기 시작합니다.

그의 가설은 꽤 발칙했습니다.

놀랍게도 그는 파라사우롤로푸스의 볏이

울음소리를 증폭시키는 용도였다고 주장했죠.

 

이 가성은 오랫동안 주목받지 못하다가

1981, 데이비드 웨이셈펠 박사의 연구가 더해지면서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합니다.

 

웨이셈펠 박사는 파라사우롤로푸스의 볏 안이 텅텅~ 비어있어

울음소리를 증폭시킬 때 사용했다고 주장했죠.

마치 관악기처럼 사용했다는 겁니다.

 

그는 고니가 소리를 낼 때 복장뼈의 빈공간을 통해 소리를 증폭시키는데,

파라사우롤로푸스의 볏도 그 내부가 비어 있기 때문에

고니가 소리를 증폭시키는 원리와 비슷할 거라고 했죠.

 

, 빈공간의 길이에 따라

파라사우롤로푸스에 속하는 종마다

울음소리가 각기 다를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리고 그는 볏의 길이와 부피에 따른

울음소리의 주파수를 분석했는데요

그 결과, 볏이 긴 파라사우롤로푸스 윌케리의 경우엔

40~240 Hz의 울음소리를 냈을 것으로 예측됐죠.

꽤 저음을 냈던 겁니다.

 

그리고 1996, 고생물학자 톰 윌리엄슨과

컴퓨터 모델링 전문가 칼 다이저트가

이 연구 결과를 확실히 뒷받침해 주는 실험을 합니다.

 

그들은 파라사우롤로푸스의 볏 화석을 토대로

컴퓨터 상에 볏의 입체 구조를 만든 후

속이 빈 볏 안에 공기를 통과시키는 시뮬레이션을 진행했는데요

놀랍게도 컴퓨터 속에서

파라사우롤로푸스가 울부짖기 시작했습니다.

마치 트럼펫 같은 관악기에서 나는 낮은 소리였죠.

 

파라사우롤로푸스의 볏은 안이 텅텅 비어있고

콧구멍으로 들어오는 공기의 길과 통해 있어서

소리를 공명시키는 울림통 역할을 했던 겁니다.

 

그럼 실제 실험에서 나온

파라사우롤로푸스(월케리)의 울음 소리를 함게 들어볼까요?

...

 

여러분, 정말 놀랍지 않나요?

정말로 이 녀석이 이렇게 울었다면

우린 수천만 년 전 백악기 공룡의 울음소리를 듣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여기서 드는 한 가지 의문!

파라사우롤로푸스는 왜 약 30 Hz의 낮은음으로 울었던 걸까요?

또 이렇게 소리를 증폭시켰던 이유는 뭘까요?

 

앞선 실험을 진행한 톰 윌리엄슨 박사의 주장은 이랬습니다.

주파수 진동수가 낮으면 파장이 긴데, 파장이 길면

소리가 장애물을 피해 멀리까지 퍼질 수 있다는 장점과 더불어

소리의 진원지를 들킬 위험이 줄어든다는 겁니다.

 

, 파라사우롤로푸스는 육식공룡이 나타났을 때

멀리까지 소리를 보내

멀리 떨어져 있는 동료들에게 위험을 알리면서

자신의 위치는 육식공룡에게 들키지 않기 때문에

저음으로 소리를 내는 게 생존에 매우 유리했다는 얘기죠.

 

이 학설은 현재 공룡학자들 사이에서 가장 인정받는 것으로

파라사우롤로푸스의 볏은 신호를 보내는 장치로 보고 있습니다.

 

또한 파라사우롤로푸스가 속해 있던

람베오사우루스류(아과)의 공룡들은

서로 다른 볏을 갖고 있었는데

이 때문에 동료들을 구별하는 데도

볏을 이용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죠.

 

최근에는 이성에게 구애를 할 때 볏을 사용했다는

주장도 속속 나오고 있는데요.

과연 앞으로는 어떤 주장들이 등장해

파라사우롤로푸스의 볏을 돋보이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