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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Dream] 공룡의 피는 정말 차가웠을까?│공룡은 항온동물? VS 변온동물?

Buddhastudy 2021. 6. 29. 18:52

 

 

 

Dinosaur, 무서운 도마뱀!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공룡 연구 초창기에는

공룡은 당연히 파충류로 어겨졌습니다.

그래서 공룡학자들은 이들의 체온 시스템도

악아, , 거북이처럼 변온성이라고 생각했죠.

 

많은 사람들이 흔히 변온성이라고 하면

피가 차가운 냉혈동물을 생각하는데요

엄밀히 말하면 이는 잘못된 표현입니다.

 

변온성은 말 그대로 체온이 환경에 따라 변한다는 뜻이지

피가 차갑다는 말은 아니기 때문이죠.

 

같은 맥락에서 온혈동물이란 표현보단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온동물이 올바른 표현입니다.

, 그렇다면 공룡은 정말 파충류처럼

체온이 그때그때 달라지는 변온동물이었을까요?

공룡의 체온에 관한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

1960년대

파충류로 여겨졌던 공룡을 바라보는 관점은 대전환을 맞이합니다.

그 중심엔 오스트롬 교수와 데이노니쿠스가 있었죠.

존 오스트롬 교수는 이 공룡이 새와 닮은 점이 매우 많다며

새가 공룡으로부터 진화해 왔다고 주장했고

그의 주장은 공룡이 파충류라고 굳게 믿고 있던 학계를 술렁이게 합니다.

 

존 교수는 학계로부터 무슨 개 풀 뜯어먹는 소리냐면 비난받았지만

비난만 하기에는 기낭, 창사골, 골반 구조 등

새와 공룡(특히 수각류)은 닮은 점이 무척 많았습니다.

결국, 그의 주장은 설득력을 얻기 시작했고

이후부터 공룡이 파충류보다는 조류와 가깝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기 시작했죠.

 

그리고 조류가 항온동물이란 점 때문에

공룡을 변온동물로 바라봤던 관점에도 변화의 바람이 붑니다.

그 변화는 1968, 존 오스트롬 교수의 제자였던 밥 바커 박사로부터 시작됩니다.

 

그는 공룡이 지금의 포유류나 조류처럼

체온을 항상 일정하게 유지하는

항온동물이었을 거라는 주장을 들고 나왔죠.

그가 내세운 근거는 꽤 다양했는데요

먼저, 공룡은 직접 보행을 하는데, 이는 활발히 움직일 수 있는 걸음걸이이자

지금의 항온동물의 걸음걸이와 같기 때문에

공룡도 항온동물일 거라고 생각했죠.

 

, 발견되는 공룡 화석의 비율을 보면

초식공룡과 육식공룡의 비율이 10:1

육식공룡의 비율이 확연히 적은데

이런 특징은 포유류 같은 항온동물에서 나타난다고 했습니다.

 

실제로 변온동물은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먹이를 조금만 먹어도 되고, 초식과 육식의 개체수 비율이 1:1인 반면

포유류 같은 항온동물은 체온 유지를 위해 먹이를 많이 먹어야 해서

초식동물이 육식동물보다 훨씬 많습니다.

 

또 공룡의 뼈 단면에선 근모 조직이 발견되는데

이 조직은 오늘날의 포유류에서 발견되는 특징이라는 점

그리고 목이 긴 용각류들은 머리까지 피를 보내려면

어마무시한 심장의 펌프질이 필요한데, 이런 강력한 심장 역시

기린 같은 항온동물의 특징이라는 점 등!

바커 박사는 다양한 근거를 들어 공룡이 항온동물임을 주장합니다.

 

그런데!

그의 주장은 허점이 많았습니다.

먼저, 발견된 화석 숫자로 육식과 초식의 비율을 계산하고

체온 시스템을 논하는 건 설득력 자체가 없었고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는 공룡을 항온동물로 보기엔 덩치가 너무 컸던 겁니다.

 

몸이 커질수록 단위 부피당 표면적은 줄어들어

열을 발산하기 힘들어지는데요

코끼리도 열 발산이 힘들어 주로 밤에 활동하고

낮엔 목욕을 하는 판국에

그토록 거대했던 공룡이 과연 열 발산을 제대로 했을까라는 거죠.

 

, 먹이량도 문제였습니다.

항온동물은 체온 유지를 위해 그만큼 많이 먹어야 하는데

만약 공룡이 항온동물이었다면 중생대 숲은 초토화가 됐을 겁니다.

 

, 1980년대에는 공룡 뼈에서 성장지연선이 발견됐는데요

성장지연선은 생활 환경에 조건에 따라

성장이 둔한 시기와 왕성한 시기를 보여 주는 흔적으로

나무의 나이테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이 성장지연선은 파충류와 양서류의 고유한 특징이었기 때문에

대다수의 사람들은 공룡이 파충류와 비슷한 변온동물이라고 굳게 믿었죠.

 

그러나 2012, 고생물학자인 메이케쾰러 교수가

네이처에 발표한 논문은 이런 믿음을 가차 없이 깨부숩니다.

 

그녀는 포유류 40, 115마리의 되새김동물의 대퇴골을 분석한 결과

포유류에서도 성장지연선(LAG)을 발견했죠.

이로써 성장지연선은 파충류만의 특징이라고 여겨졌던 기존의 주장은 물론

공룡이 변온동물이란 주장도 설득력을 잃게 됩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연구가 공룡이 항온동물이라는 증거는 아니었기에

공룡의 체온 시스템에 대한 의견들은 하나로 모아지지 못했고 다양한 의견들이 분분했죠.

 

어떤 공룡학자들은 공룡이 거대(관성) 항온성동물이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거대 항온성은 몸집이 커서 열이 잘 발산되지 않아 체온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시스템으로

오늘날의 바다악어나 장수거북 같은 대형 파충류가 여기에 해당합니다.

 

이들은 변온동물이지만 몸집이 큰 덕분에

수온이 7도인 바다에서도 체온을 25도 정도로

어느 정도는 일정하게 유지돼 마치 항온동물 같은 특성을 보이죠.

 

그러나 이 거대 항온성 주장도

용각류 같은 공룡에겐 잘 들어맞지만 1미터도 채 안 되는 공룡도 있었다는 걸 떠올리면

공룡 전체를 거대 항온성으로 보기엔 무리가 있습니다.

 

.. 이쯤 되니 머리가 아파집니다.

항온과 변온 사이!

도대체 공룡은 어디에 속해 있었던 걸까요?

 

이런 해묵은 논쟁에 스콧 샘슨 박사는 공룡 오디세이란 책을 통해

꽤 파격적인 주장을 내놓습니다.

바로 중온동물 설이었죠.

 

현재의 생물계는 체온 유지에 에너지를 거의 쏟지 않는 변온동물과

체온 유지에 에너지를 왕창 쏟아야 하는 항온둥물로 양극화를 띠는데

공룡은 이 중간 단계의 체온 시스템을 지녔다는 겁니다.

 

스콧박사는

공룡은 체온 유지에 드는 에너지는 포유류보단 낮게 쓰고

상대적으로 성장과 생산활동에는 많은 에너지를 썼다고 주장했죠.

 

그의 가설이 맞다면

공룡의 빠른 성장과 다양한 과시용 기관들이 설명됩니다.

그리고 그는 모든 공룡들이 중온성이 아니었고

공룡 중 일부는 직접 열을 생산해 체온을 유지하는

내온성 항온동물로 진화했을 거라고 주장했습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마니랍토라류죠.

스콧 박사는 이 녀석들이 조류처럼 깃털을 지녔다는 점을

항온성의 강력한 증거로 제시했습니다.

 

, 그는 마니랍토라류에는 1000kg이 넘는 종이 거의 없는데

이 공룡류가 비교적 체구가 작았던 것 역시

내온성 항온시스템을 지녔기 때문이라고 말합니다.

 

포유류나 조류처럼 몸에서 열을 만들어 체온을 유지하는 동물들은

몸이 너무 커지면 열 발산이 힘든 탓에 적당한 선에서 성장이 멈추는데

마니랍토르류가 바로 여기에 해당한다는 겁니다.

 

, 변온성 파충류로부터 진화한 공룡은 중온성을 지녔고

공룡들 중 일부는 마니랍토라류처럼 항온성 시스템으로 진화했으며

다시 그 일부가 지금의 새 항온성로 진화했다는 주장이었죠.

 

스콧 박사의 공룡의 중온동물설은 정설은 아니지만

최근 학계에서는 이 주장을 뒷받침하는 여러 연구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는 중이긴 합니다.

 

지난 2015, UCLA의 로버트 이글 교수는

공룡 알 화석에 포함된 방사성 동위원소 탄소(C-13)와 산소(O-18)의 결합비율을 분석해

당시 공룡의 체온을 알아냈는데요

 

원리를 간단히 설명하면

온도가 낮을수록 탄소와 산소의 결합률이 증가하는데

로버트 교수는 화석 내의 이 결합률을 분석해

공룡(암컷)의 체온을 유추해 낸 겁니다.

 

그 결과, 티타노사우르스는 37.6(±1.9)

오비랍토르류는 31.9(±2.9)의 체온을 지녔던 것으로 밝혀졌죠.

 

이는 파충류보다는 높고

조류의 체온보다는 낮은 수치로

스콧 박사가 주장한 중온설에 힘을 실어 줍니다.

 

2014년에도 뉴멕시코 대핵의 존 그래디 교수 역시

21종의 공룡과 현재 동물 360종의 성장 속도를 비교한 논문을

<사이언스>지에 발표하면서 공룡의 중온설을 주장했습니다.

 

대체로 파충류 같은 변온동물은

물질대사 속도가 느려 천천히 성장하고

포유류 같은 항온동물은 이와는 반대라서 빠르게 성장하는데

그래디 교수가 공룡의 뼈 단면에 나타난 성장선을 토대로

공룡의 성장 속도를 분석한 결과

공룡은 변온동물과 항온동물의 딱 중간에 위치해 있었던 거죠.

 

하지만 여전히 공룡의 체온 시스템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며

안타깝게도 어느 것 하나 정설로 자리잡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어쩌면 이런 불분명한 점들이

공룡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 주는 건 아닐까 생각합니다.

 

공룡의 피는 따뜻했을까요? (항온)

차가웠을까요? (변온)

아니면... 어중간했을까요? (중온)

이쯤 되니, 정말 타임머신을 타고 공룡시대로 가 보고 싶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