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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마인드] 뇌가 여러 소리를 동시에 못 듣는 이유 I 뇌과학이 소리를 처리하는 방식을 밝힌다

Buddhastudy 2023. 9. 12. 19:19

 

 

당신은 집에서 편안하게 친구나 가족과 함께 TV드라마를 시청하고 있습니다.

드라마 속 주인공이 중요한 말을 하고 있는데, 갑자기 옆 사람이 말을 걸어옵니다.

옆 사람 얘기를 듣는 순간, 드라마 주인공이 하는 말을 듣지 못합니다.

혹은 반대로 드라마 주인공의 대사를 주의 깊게 듣고 있던 당신은

옆 사람이 말을 걸어도 무슨 말을 했는지를 듣지 못합니다.

 

그렇습니다.

우리는 하나의 목소리만 들을 수 있습니다.

 

왜 우리의 뇌는

두 개의 소리를 동시에 듣고 이해할 수 없을까요?

 

우리의 뇌는 자연환경에서 채집을 하고

사냥을 하면서 생존했던 시기에 맞춰 진화된 상태입니다.

 

그 당시 뇌에는 소리를 잘 듣는 것은 생존에 너무나 중요했습니다.

모든 소리를 다 듣는 것은 물론 중요하지만

만약 모든 소리에 집중하며 모든 정보를 처리하는 것은

에너지 관리 차원에서 비효율적입니다.

 

그래서 생존과 신체 에너지, 예산에 도움이 되는

필수적인 소리를 위주로 의미 해석을 처리해야 하고

중요한 소리만 집중해서 들어야 생존에 유리했습니다.

 

예를 들어

포식자가 나를 잡아먹으러 다가올 때는

포식자의 소리만 잘 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고

반대로 내가 사냥할 때는

사냥감의 소리만 잘 들어야 사냥에 유리했던 것이죠.

 

그래서 우리의 뇌는 주의를 기울이는 소리만 잘 들을 수 있습니다.

혹시 나는 두 가지 소리를 모두 이해하며 들을 수 있는데라고 생각하시는 분들이 있다면

정말 그런지 쉽게 테스트해볼 수 있습니다.

 

TV에서 어느 한 사람이 얘기를 하는 뉴스나 토크쇼 같은 프로그램을 틀어주세요.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역시 누군가 말하는 다른 영상을 틀어주세요.

동시에 TV와 스마트폰의 영상을 시청하면서

두 내용을 모두 이해하려고 시도해 보면 됩니다.

 

이것을 해보면 동시에 청취해서 정확히 이해하기란

꽤 어려운 일이고,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게 되실 겁니다.

 

우리는 둘 다 들리지 않거나 둘 중 하나만 들을 수 있습니다.

과학자들은 이를 [양분 청취]라고 부릅니다.

 

즉 우리는 동시에 여러 사람이 말하는 것을 들을 수 있지만

우리는 오직 한 번에 한 사람씩의 말만을 완전하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TV와 스마트폰 영상을 둘 다 들을 수는 없습니다.

엄밀히 말해 둘 다 소리가 난다는 것을 알 수는 있지만

둘 다 완전히 이해하지는 못합니다.

 

이것은 우리의 뇌가 그렇게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청각을 주로 담당하고 있는 청각피질은

들어오는 소리의 순수한 특징,

즉 음의 높이와 크기 등을 처리합니다.

중요한 것은 좌뇌와 우뇌 모두가 이 영역을 포함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뇌는 양쪽 귀로 들어오는 소리를 별다른 노력 없이 처리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소리를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데 주로 관여하는 것은

청각피질이 아닌 바로 [브로카/베르니케 네트워크]라고 불리는 곳입니다.

이 네트워크는 들어온 말을 처리하고 이치에 맞게 이해할 수 있게 해줍니다.

 

중요한 것은 이 네트워크는 뇌의 한쪽에만 존재한다는 사실입니다.

사람에 따라 다르지만, 좌뇌에 주로 위치합니다.

이것은 마치 언어의 기본 소리들이 깔대기를 통과하는 것처럼

처음에 소리를 양쪽 뇌에서 넓게 처리하지만

언어를 이해하는 것은 한쪽 뇌를 지나면서 좁게 처리된다고 비유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넓은 곳에서 좁은 곳으로 통과할 때 발생하는

병목 현상이 발생하게 됨을 의미합니다.

 

두 가지 소리가 모두 처리될 수 없기 때문에

머릿속 스위치가 다른 목소리를 효과적으로 차단시켜서

주의를 기울인 목소리가 브로카/베르니케 네트워크를 통과할 수 있게 해줍니다.

즉 하나의 목소리만 통과하여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스위치같이 여러 목소리 중에 하나를 선택하는 것을

주로 좌측 하전두회에서 담당합니다.

그리고 브로카/베르니케 네트워크를 즉시 통과하지 못하는 소리들은 완전히 사라집니다.

 

중요한 사실은

시각과 청각은 자유롭게 뒤섞인다는 것입니다.

시각 정보는 청각과는 별도로 시각피질에서 처리되기 때문입니다.

즉 시각과 청각은 서로 처리하는 경로가 달라서 병목 현상이 없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가 글을 눈으로 읽는 것은 어떨까요?

요즘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소리 없이 묵독을 합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7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책을 읽는다는 것은 소리를 내어서 읽는다는 것을 의미했었다는 사실입니다.

즉 거의 모든 사람들은 소리를 내어서 읽었고, 당시 도서관은 시끌벅적했습니다.

 

고대의 문헌들을 살펴보면

띄어쓰기나 마침표가 없고 대문자, 소문자 구분도 없었는데

독서가 주로 소리 내어 읽는 구술 활동이었기 때문입니다.

띄어쓰기가 없는 글을 읽으면 속도와 어조, 의도 같은 것들이 발성에서 자연스럽게 흘러나옵니다.

 

그러다가 8세기 초 아일랜드 수도승들의 모임에서

처음으로 단어와 단어 사이에 공간을 넣기 시작했고

이러한 경향이 퍼져나가면서 사람들은 소리 내지 않고 책을 읽게 되었습니다.

 

중요한 사실은

우리가 소리를 내지 않고 눈으로만 글을 읽을 때

머릿속에서는 어떤 목소리가 들린다는 사실입니다.

즉 뇌에서는 소리가 여전히 들리는 것입니다.

 

대부분은 자신의 목소리가 들리지만

무엇을 읽느냐에 따라 그 목소리가 바뀌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드라마 대사는 그 배우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하고

노래 가사는 그 가수의 목소리가 들리기도 합니다.

지금 한번 조용히 집중해서 어떤 문장이나 노래 가사를 읽어보세요.

머릿속 목소리가 있다는 것을 알아챌 수 있을 겁니다.

 

이것은 바로 우리가 무언가를 읽을 때

다른 사람이 말하는 소리를 들을 때와 마찬가지로

뇌의 청각피질과 브로카/베르니케 네트워크가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우리가 두 가지 소리를

동시에 이해하지 못하는 것처럼

소리를 들으면서 다른 무언가를 동시에 읽을 수 없다는 말입니다.

 

게다가 이것은 우리가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글을 쓰는 동안에도 읽을 때와 마찬가지로 머릿속 목소리가 있습니다.

그래서 소리를 들으면서 글을 쓸 때도 병목 현상이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회사에서 발표자가 하는 말을 듣고 있을 때

만약 발표자가 나눠 준 자료의 글을 읽게 되면

당신은 발표자의 말이 안 들리게 됩니다.

 

그리고 학교에서 선생님이 하시는 설명을 듣다가

필기를 하기 위해 노트에 뭔가 적는 동안에는

선생님 말씀을 들을 수가 없게 되는 것이죠.

 

뇌 과학은 공부를 더 잘하기 위해서

선생님 말씀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이

필기를 동시에 하는 것보다 효과적이라고 말합니다.

 

그리고 학교나 회사에서 발표를 잘하기 위해서는

발표 자료를 화면에서 보여줄 때

긴 글보다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간략하게 보여주고

참고 자료가 있다면 발표가 끝난 후에 배포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렇게 해야 사람들이 집중을 잘하고 이해할 수가 있습니다.

비록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은 많이 바뀌었지만

한 사람에게 집중해야 하는 것은 계속해서 중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