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마인드·드러내야산다

[뉴마인드] 우리는 결코 세상을 알 수 없다 I 뇌과학이 밝히는 뇌와 감각의 한계

Buddhastudy 2023. 9. 19. 19:20

 

 

 

여러분도 혹시 그런 적 있나요?

뭔가 엄청난 사고를 당할 때

순간적으로 시간이 느리게 지나간다고 느낀 경험이요.

 

많은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는 순간에

우리 감각 기능이 빨라지기 때문에

더 많은 것을 감지하고 느끼는 것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드라마나 영화에서도 그런 장면들이 많이 나왔었죠.

 

실제 연구가 있었습니다.

2008년 캘리포니아 공과대학교의 체스 스탯슨 연구팀은

놀이공원의 40m 자유낙하 시설에서

용감한 참가자들을 모집해 실험을 했습니다.

 

이 사람들은 자유낙하를 하는 동안에 시간이 천천히 간다고 느꼈습니다.

그래서 이 사람들에게 평소에는 읽을 수 없는 빠르게 깜빡이는 숫자를

자유낙하를 하는 동안에 읽을 수 있는지 실험을 했고

만약 정말 시간이 천천히 간다면 혹은 감각 기능이 빨라진다면

숫자를 읽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습니다.

 

그러나 실험 결과 아무도 숫자를 읽지 못했습니다.

시간이 천천히 가지도, 감각 처리 과정이 빨라지지도 않았던 것이죠.

 

사람들은 왜 이런 순간에 시간이 느리다고 잘못 느끼는 것일까요?

그것은 우리의 감각과 그것을 해석하는 뇌에는 문제가 있다는 말이고

그리고 이렇게 문제가 있다는 것은

우리가 이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한다는 말이기도 합니다.

 

그리고 세상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는 문제는 더 있습니다.

먼저 우리의 감각의 문제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인간은 몇 가지 감각을 가지고 있을까요?

수많은 사람들이 시각, 후각, 청각, 촉각, 미각의 5가지 오감을 떠올립니다.

이 생각은 고대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가

<데 아니마>라는 책에서 오감에 대해 자세히 설명한 이후로

그 영향력 때문인지

아직까지도 많은 사람들이 인간의 감각을 이야기할 때

오감만을 생각합니다.

 

현대 뇌과학은 오감 이외에

뇌가 받아들이는 많은 감각들을 알게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고유 감각이 있습니다.

지금 눈을 감고 오른쪽 팔꿈치 끝을 만져보세요.

우린 보지 않고도 정확한 위치를 알 수 있습니다.

 

고유 감각은

몸의 여러 부분이 어디에 위치하는지 알게 합니다.

이것이 가능한 것은 근육에

현재 근육의 길이와 수축 상태를 뇌에 알려주는

근방추라는 수용체가 있기 때문입니다.

 

또 만약 롤러코스터를 탈 때처럼

우리가 거꾸로 매달린 상태여도

우리는 세상이 똑바르게 되어 있고

우리 머리가 거꾸로 되어 있다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

이것은 우리 귀에 몸의 균형을 유지하는 전정기관이 있기 때문입니다.

차를 타면 차가 가속을 한다고 느낄 수 있는 것도 전정기관 덕분입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지금 스마트폰이나 모니터로 이 영상을 보고 있을 텐데

머리를 흔들면서 자막을 읽어도 충분히 읽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보고 있는 화면을 흔들면 자막을 읽기 힘들게 되죠.

이것은 전정기관이 눈과 연결되어 있어서

우리의 움직임을 상쇄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 몸에는 내부 상태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많은 내수용 감각기관이 있습니다.

배고픔, 갈증, 통증, 배뇨, 배변 등에 관한 감각들입니다.

이렇게 많은 감각들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의 뇌는 사실 세상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사실 모든 감각들은

뇌에 전기 신호로 도달할 뿐이기 때문입니다.

 

두개골 안에 갇혀 있는 뇌는

복잡하고 다양한 전기 신호들을 추측하고, 예측하고, 각색하고 판단하여

현실을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문제는 뇌가 모든 정보를 조합하여 내리는 판단이

정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것이죠.

이것을 증명해 주는 다양한 사례들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우리가 착시 현상을 겪는다는 것을 잘 알고 계실 겁니다.

유명한 착시 현상의 예로 이 그림을 봐주세요.

ab는 우리 눈에 달라 보입니다.

a는 어두운 색으로 보이고 b는 밝은 색으로 보이죠

그런데 사실 ab는 같은 색입니다.

정확한 비교를 위해 이렇게 보여드리겠습니다.

신기합니다.

왜 우리의 뇌는 이렇게 잘못 해석하는 것일까요?

 

뇌가 작용하는 전략은

주어진 목표물과 주변의 빛의 차이를 고려하는 것인데

그림에서 a는 주변에 더 밝은 정사각형으로 둘러싸여 있고

b는 어두운 정사각형으로 둘러싸여 있는데

b는 어두운 그늘 아래 있다는 점이 합쳐져서

ba보다 더 밝게 인식되는 것입니다.

 

이것은 색조 불변성이라고 불리는 우리 뇌의 정신 작용입니다.

이로 인해 우리는 밤이나 낮이나, 해가 강한 오후나 흐린 날이나

풀을 초록색으로 구별할 수 있습니다.

우리의 뇌가 상황에 맞게 재구성하여 현실을 만드는 것입니다.

 

이것은 실제와 우리가 보는 것이 다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줍니다.

우리의 뇌는 심지어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잘못 인식하기도 합니다.

다들 한 번쯤은 봤을 불가능한 계단 그림입니다.

 

착시 현상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청각에서 일어나는 착청 현상도 있습니다.

다음 소리를 한번 들어보세요.

우리 귀에는 계속해서 음이 올라가는 것으로 들리지만

사실 일정한 음들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우리가 감각들을 인식하는 것이 정확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또 하나의 큰 문제는

우리가 감각들을 인식하는 데 시간이 걸린다는 점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는 세상을 즉시 인식한다고 느끼지만

실제로는 감각 정보가 감각 경로를 따라 뇌까지 이동하는 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예를 들어 시각의 경우 약 10분의 1초가 걸립니다.

게다가 뇌에서 신경세포, 즉 뉴런을 통해 전달되는 신경 신호들은 비효율적입니다.

뉴런이 자극을 받고 전류가 흘러가 신경 전달물질을 방출시키고

이 물질은 신경세포 사이의 간극을 지나 이웃하는 뉴런에 도착합니다.

 

이런 식으로 뉴런을 따라서 발생하는 전도의 최고속도는 시간당 644km,

가장 느린 뉴런은 시간당 1.5km인데,

시간당 약 10km인 구리선의 전도 속도와 비교하면 느려도 너무 느립니다.

 

이렇게 뇌의 정보 처리 과정에

심지어 전반적으로 퍼져 있는 노이즈

즉 무의미한 신호들도 있습니다.

이것은 결국 우리가 주변 세상을 인식하는 것이 느리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이것이 문제가 되는 것은

특히 움직이는 물체를 추적할 때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날아오는 공을 볼 때

현실에서는 공이 어떤 위치에 있다고 인식하면

그 공은 이미 다른 지점에 도달해 있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우리는 날아오는 공을 볼 수 있을까요?

 

뇌는 이 과정에 많은 부분을 끊임없는 예측 과정으로 채워 해결합니다.

즉 공의 위치를 현재 위치보다 조금 앞선 곳에 있다고 인식하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물체가 현재 그 위치에 있다고 인식하지 않고

앞으로 도달할 곳에 있다고 예측해서

감각 처리 과정이 늦어지는 것을 해결하는 것입니다.

 

이것은 섬광 지연 효과라고 알려진 착각을 통해 알 수 있습니다.

이 움직이는 직선은 2개로 나눠져 같이 움직이고 있습니다.

그런데 끝 쪽을 빠르게 깜빡이면 그 부분은 뇌가 느리게 인식하게 되고

그 결과 깜빡이는 부분은 뒤쪽에 느리게 따라오는 것처럼 보입니다.

 

뇌가 세상을 인식하는 문제는 또 있습니다.

바로 기억의 왜곡입니다.

컴퓨터와는 달리 우리의 기억은 연상을 통해

즉 하나의 생각이 관련되는 다른 생각을 자연스럽게 불러와서

연속적으로 확장되는 네트워크를 통해 이루어집니다.

 

이런 시스템에는 엄청나게 많은 취약점이 있는데

다들 경험해 보았을 겁니다.

사건이 언제 일어났었는지 헷갈리거나

이름을 기억해내는 일이 어려울 때가 있거나

계획한 일을 잊어버리거나 건망증이 생기거나

심지어 거짓 기억이 만들어지기도 합니다.

 

이것은 우리가 세상을 감각기관을 통해 인식하고 기억에 저장되는 것들이

실제와 다를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가 가진 감각은 상당히 주관적인 세계입니다.

지극히 개인에 따라 다릅니다.

사실 우리는 현실에서 어떠한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에 대해

서로 엉킨 다양하고 복잡한 감각 신호들의 경험을

뇌가 엮어내는 무수한 계산 과정, 예측, 과정을 전혀 눈치채지 못합니다.

 

사실 그래서 다행이기도 합니다.

만약 그 많은 과정을 다 생각해서 일일이 해내야 한다면

사는 게 너무 힘들고 어려울 듯합니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정말 놀랍게도

뇌는 이 모든 것을 한순간도 쉬지 않고 해내고 있습니다.

 

우리는 감각을 늦게 인식한다는 점에서 과거에만 살고 있고

감각이 불완전하고, 뇌가 예측을 통해서 현실을 만든다는 점에서

실제를 아는 것은 불가능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우리의 기억이 왜곡된다는 점에서 기억 속 모든 것이 실제와 다를 수도 있죠.

우리는 우리가 경험하는 모든 것이 진실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너무 확신에 차 있지 않은가 생각해 보게 됩니다.

 

그래서 수많은 철학자, 종교인, 과학자들이

현실은 존재하지 않는다고 말한 게 아닌가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