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그라운드(2018)

당신은 지금 어떤 말을 쓰고 있습니까 [언어, 생각, 용어]

Buddhastudy 2018. 6. 5. 20:04


내가 허송세월하고 있는 오늘은 누군가에게는 간절했던 내일이다.”

 

암 투병 중인 이해인 수녀가 밝힌 자신의 행복 비결이다. ‘오늘이라는 평범한 시간을 간절했던 내일로 다시 정의 내리는 것은 단순히 다르게 부르는 것을 넘어 세상을 바라보는 마음의 틀을 바꾸는 일이다.

 

그런데 정말 다르게 부르는 것만으로

우리의 삶이 달라질 수 있을까?

 

심리학자들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초콜릿을 가지고 실험을 해보았다. 참가자들에게 5종류의 초콜릿을 한 번에 하나씩 나누어 주면서 어떤 초콜릿이 가장 맛있는지 평가해달라고 부탁했는데,

 

한 그룹에게는 다음 초콜릿입니다.”라는 말만 전했고, 다른 그룹에게는 5번째에 마지막 초콜릿입니다.”라고 전했다. ‘마지막이라는 마을 들었던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던 사람들보다 3배나 많은 숫자가 5번째 초콜릿을 선택했다.

 

단지 마지막이라는 말이 더해진 것만으로 우리의 기대와 평가가 극적으로 달라진 것이다. 그래서 세상은 똑같은 상황을 두고도 자신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새롭게 이름 짓고 정의 내리려 한다.

 

이민자의 권리를 보호하려는 미국의 진보 진영은 미등록 이주 노동자라는 용어를 쓰지만, 국경 안보를 중시하는 보수진영은 불법체류자라는 용어를 사용한다. 같은 대상을 가리키는 말이지만, 어떤 용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것은 매우 다르다.

 

어떻게 정의하고 어떤 단어를 사용하느냐에 따라

세상을 바라보는 당신의 관점이 바뀌고

달라진 관점은 당신의 행동마저 바꿔버린다.

 

국립국어원은 닭도리탕이라는 말을 일본의 잔재로 규정하여 닭볶음탕이라고 이름을 바꾸었다. 닭도리탕이 일본어의 잔재냐 아니냐 논란의 여지가 남아있는 가운데, 볶음이라는 단어가 추가되면서 조리법이 달라지는 현상이 벌어졌다.

 

원래는 볶는 과정이 전혀 없는 요리였는데, 이름이 바뀌면서 볶는 과정을 조리법에 추가하는 경우가 생겨난 것이다.

 

이처럼 어떤 단어를 사용하는 것은

단순히 명칭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우리 생각과 행동을 지배하게 된다.

 

그럼에도 우리는 말을 하는 것에 별다른 주의를 기울이지 않고 아무 생각 없이 욕을 쓰며 남을 헐뜯는 멸칭을 더한다. 그리고 이런 표현이 세상을 더욱 각박하게 만들고 있다. 20여년 전 교실에서는 담임선생님이라는 말 대신 담탱이라는 말이 쓰이기 시작했는데, 당시 대두되기 시작했던 교권 붕괴는 오늘날에 이르러 교사 폭행이라는 암담한 현실에 이르고 말았다.

 

최근에는 ㅇㅇ충이라는 표현이 등장했다. 대상을 가리키는 말에 벌레를 뜻하는 을 붙여 상대를 비하하는 표현으로 세대를 가르고, 성별을 나누어 서로 간에 갈등과 반목을 부추기고 있다.

 

단순히 우리말을 지키고

신조어를 남용하지 말자는

이야기를 하려는 게 아니다.

 

언어는 살아있는 생물과 같아서

시간의 흐름에 따라 끊임없이 변화하는데,

그 변화의 방향에 증오와 혐오가 가득하다면

언어를 사용하는 우리도 증오와 혐오로 얼룩질 수밖에 없다.

 

당신이 행복한 삶을 원한다면

행복한 말을 사용해야 하고,

우리가 미움에서 벗어나려면

서로를 배려하는 말을 사용해야 한다.

 

다르게 부르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더 불행해질 수도 더 행복해질 수도 있다.

 

명심하라.

당신이 사용하는 말이

세상을 바꿀 수도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