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0)

[법륜스님의 즉문즉설] 제가 사람 구실을 하고 있는 걸까요?

Buddhastudy 2020. 4. 23. 19:28


어려운 가정환경에서 자라, 검정고시를 통해 학업을 이수하고, 이제 어느 정도 안정을 찾은 젊은 청년이 스님에게 묻습니다.

"스님, 이제 나름대로 노력해서 자립해 살 수 있게 됐습니다. 독립적으로 살아간다는 것 말고, 정말 사람구실 하면서 살아가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스님이 답합니다. 보살의 삶을 살아야 한다고 말입니다. 보살의 삶이란 무엇일까요?//

 

 

자기 밥벌이를 하고 있는 거요.

그런데 내가 내 밥벌이하는 거는 자랑스러운 일은 아니에요.

왜 그러냐 하면 그건 새도 하고, 토끼도 하고, 다람쥐도 하고 다 하기 때문에...

그건 기본수준이에요.

 

동물로서의 생명체로서의 기본을 해야 하는 거고

그러면 20살이 넘었는데도 자기 밥벌이를 못한다 하면

그건 다람쥐보다 토끼보다도 못한 수준이에요.

 

자기가 지금 잘못한 거는 없어요.

그렇다고 무슨 자랑할 만한 거는 아니다.

자기가 자기 먹고 사는 거니까.

 

이 세상은 3가지로 나눌 수가 있어요.

생태계라고 하죠. 자연계를 기준으로 해서

자연계보다도 못한 삶이 있고,

자연계 수준의 삶이 있고,

자연계보다 높은 수준의 삶이 있다.

 

동물들은 자기 밥벌이 자기가 해요.

그렇다고 동물들은 남을 도와주거나 이거는 없습니다.

그런데 자기 밥벌이도 자기가 못하면 동물보다 낮은 수준이고

자기 밥벌이 자기가 하면 동물 수준이고.

 

동물 수준이라는 게 나쁜 게 아니에요.

그런데 남을 돕는 수준이 되면 어때요? 동물보다 나은 수준이다. 이렇게 말할 수 있거든요.

그런데 이 많은 사람이 만물의 영장이라고 하면서도 늘 남으로부터 도움을 받으려고 그래요.

 

이거를 종교적으로 이야기하면

도움을 받고 살면 죽어서 인간계 밑으로 가요.

아귀, 축생, 지옥으로 삼악도에 떨어진다. 이렇게 말할 수가 있다. 이 말이오.

그러니까 왜 내가, 내가 살아가는 거를 못살아서 하느님한테 부처님한테 도와달라고 그래요?

 

아니 토끼도 새끼 낳을 때 자기 짝 찾아서 새끼 낳는데

사람이 결혼하는데 그걸 왜 부처님한테 해달라고 그래요?

부처님은 결혼생활 하다가 떠난 분인데...

그분께 내 결혼생활 하도록 도와달라.

 

부처님은 왕위를 가지고 있다 버린 분인데

내가 왕위 갖도록 도와달라고 그래.

그건 조금만 생각해보면 이치에 안 맞다.

 

왜 우리가 거지처럼 자꾸 도움을 얻으려고 그래요.

첫째, 가장 중요한 것은

나는 도움을 얻어서 사는 사람이 되어서는 안 돼.

 

그런데 우리는 사랑을 받으려고 그래.

남에게 의지하려고 그래.

도움받으려고 그래.

이게 범부중생인 거요.

짐승보다도 못한 수준이다. 이 말이오.

 

그러니까 자기는 생명계로서의 자기 자립, 자기 삶을 자기가 사니까

자기가 그거보다 조금 더 나은 삶을 살려면

뭔가 다른 사람에게 도움이 되어야 해요.

 

재정적으로 베풀어 주든, 남을 사랑해 주든, 남을 이해해 주든, 남의 의지처가 되어 주든

이렇게 사람과의 만남에서 그 사람이 내 말을 이해하기를 바라지 말고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하는 거요.

, 그 사람 저래서 저렇구나, 저래서 화를 내는구나

이렇게 이해하는 거요.

 

내가 상대를 이해하고,

내가 상대를 사랑하고,

내가 상대에게 도움을 주는 사람이 될 때

나는 사람으로서 괜찮은 사람, 사람다운 사람이 될 수가 있다.

그게 무슨 대통령이 되고, 임금이 되고, 인기있는 사람이 되어야 훌륭한 사람이 아니다.

 

이 세상에 남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사람이 될 때,

그게 잘사는 삶이다.

이렇게 볼 수 있습니다.

나한테 물었으니까 제 관점은 그래요.

 

자기가 못난이가 아니니까 더 이상 누구한테 동정을 받으려고 하지 마세요.

남을 동정해줘야지 왜 동정을 받습니까?

남을 도와줘야지 왜 내가 손을 벌립니까?

내가 남을 좋아하면 되지, 왜 다른 사람이 날 좋아하도록 기다립니까?

 

우리가 산에 가서 산을 좋아하고

바다에 가서 바다를 좋아하면

바다가 좋습니까? 산이 좋습니까?

내가 좋지.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면

내가 좋은 거요.

 

여러분들이 남편으로부터 사랑받지 못해서 괴로운 게 아니라

사랑 안 하기 때문에 괴로운 거요.

사랑을 하더라도

내가 너 사랑한 만큼 너도 나 사랑해라하는 요구 때문에 괴로운 거지

사랑하는 데는 부작용이 없습니다.

 

사랑은 미움의 씨앗이라 하죠.

사랑하기 때문에 미움이 생기는 게 아니라

사랑받으려고 하기 때문에 미움이 생긴다.

 

내가 사랑했는데

너는 날 사랑, 내가 한 것보다 덜 하지 않느냐?

이렇게 장삿속으로 계산해서

섭섭해하고 미워지는 거다.

 

그러니 사랑받으려 하기보다는 사랑하라.

이해받으려고 하기보다는 이해하라.

도움받으려고 하기보다는 도움을 주는

의지하기보다는 의지처가 되어 주는

이런 사람이 되는 것.

이게 바로 보디사트바의 길이에요.

 

이것은 나를 자유롭고 행복하게 하는 길이다.

누굴 위해서 하는 길이 아니에요.

이게 바로 진정으로 나를 위해서 하는 길이다.

 

그러기 때문에 내가 남을 도와주고 대가를 받으려고 하지 마라.

그게 무주상 보시 아니오.

이건 나를 위하는 길이기 때문에.

 

그런 관점을 가지시고

지금 자기가 자립해서 산다니까 아주 좋아요.

그러나 자립을 넘어서서

세상 사람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삶을 산다면

사람 이상의 세계로 갈 수가 있다.

이런 말씀을 드리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