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번 만났어요. 자갈치 시장에서
주머니 부스럭 부스럭하시더니 꺼낸 것이
요만한 카메라였어요.
그런데 손때가 잔뜩 묻은 거였죠.
근데 그걸 한 손으로 들어서 퍽 찍고
“뭘 맛있게 잡줬수?”하고 철컥 찍고
얘기를 하면서 찍는데
그 모습이 참 인상적이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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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이 멈추자
가난이 몰려왔다.
다들 가난했던 그 시절
생선 장수였던 어머니의 손은 늘 비린내가 났죠.
그 손을 채 씻을 새가 없어 뒷짐을 진채
자식들에게 젖을 먹일 수밖에는 없었죠.
매일 새벽 5시면
“재첩국 사이소” 외치던 아주머니도 그랬습니다.
그 소리가 들리지 않으면 필경 두 가지 중 하나였을 것입니다.
이사를 갔거나, 죽었거나
가슴이 아플 정도로 그들은 참 악착같이 살았습니다.
가난에 쫓기는 피난민
전쟁고아로 남겨진 아이들
독재에 항거하는 시민들
감추고 싶던 현실
‘이 사진들은 국가의 위신을 손상시킨다’
사진집 <인간 >
판매금지
그렇게 지워진
그의 사진과 글
“한밤중 중앙정보부 요원들이 들이닥치거나
사진관을 감시당해 손님이 끊기기도 했죠.”
시대의 민낯을 기록한 대가
끝없는 가난과 정부의 감시
그럼에도 그의 사진은 50여 년 동안
끊임없이 사람들의 모습을 담았습니다.
“사람들은 가난했고
나는 그들을 찍었다”
‘나는 없는 길을 간 것도 아니고
이 땅에 없는 사람들을 찍은 것도 아니다’
-故 최민식 산문집 ‘낮은 데로 임한 사진’
“지게질 하고 막노동하고 판자촌에 살면서
대학까지 보내고, 집도 사고
이렇게 하나하나 시작해서 오늘에 이르게 된 거죠.
나는 사진 속에 인간의 고통을 담아
보는 이가 그 고통을
마주하게 하고 싶었습니다.
그 고통은 동정심이나 연민이 아니라
삶의 존엄성을 일깨워주는 존재의 아픔입니다.
-수필집 <종이 거울 속의 슬픈 얼굴> 中
영원히 기억될
지난 시절의 주인공들
그는 죽기 전 자신의 모든 사진을 국가에 기증했다.
국가 기록원은 2007년부터 그의 필름과 사진 약 17만 컷을
‘민간기록물 제1호’ 컬렉션으로 보존하며
그중 일부를 역사기록관에 전시하고 있다.
최민식
(1928.3.6.~2013.2.12)
최불암
최민식을 기억하여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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