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은 하늘도 다 끝나고
비 한 방울 내리지 않는 그때에도
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았는가
내 목숨을 꾸며 쉬임 없는 날이여
마침내 저버리지 못할 약속이여/
-이육사, <꽃>
머나먼 땅
베이징의 형무소에서 죽음을 앞두고 있던 그가
써내려간 시
(세상에 남긴 37편의 시)
(이원록 264)
이름대신 수임번호를 숙명인 듯 가슴에 품은 한 사람
그는 시인이기 이전에 독립 운동가였습니다.
“저 개처럼 사는 것이 가장 편한 일이다.
그렇지만, 그렇게 살아야 할까?”
‘조선은행 대구지점 폭파사건’으로 체포
‘광주학생운동’ 관련자로 체포
‘대구격문사건’으로 체포
의열단이 운영하던
조선혁명군사정치간부학교에 입학
펜 대신 총을
총 대신 펜을 들며
언제나 독립의 의지를 다지던 청년
이육사
‘내 시를 쓸지언정 유언은 쓰지 않겠소.
다만 나에게는 행동의 연속만이 있을 따름이오.’
-수필 <계절의 오행> 中
1943년
내로라하는 문인들이
친일로 변절하던 시절
아픈 몸을 이끌고
다시 중국으로 건너가 독립운동을 도모한 이육사
그러나 모친과 큰형의 제사를 치르기 위해 잠시 귀국했다가
일경에 체포되고 맙니다.
북경으로 압송되어 가며 바라본 그 빼앗긴 들판이
고국의 마지막 모습이 될 것을
그는 아셨을까요?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데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이
바다를 연모해 휘날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하던 못하였으리라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이 있어
이 광양에서 목 놓아 부르게 하리라/
-이육사 <광야>
마지막 순간까지
이 땅의 자유를 위한 저항을 멈추지 않았던
그의 노래
심혼의 기록을 기억하여 기록하다.
이육사
(1904.5.19~1944.1.16)
이청아
이육사를 기억하여 기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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