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0년대에 수면의 기능이 거의 알려지지 않았을 때
젊은 성인의 렘수면, 주로 꿈을 꾸는 수면 단계를
일주일 동안 선택적으로 박탈하고
꿈을 거의 꾸지 않는 비렘수면만을 취하도록 한
실험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불행한 실험에 참가한 이들은
전극을 머리에 붙인 채
연구실에서 온종일 지내야 했습니다.
밤에 그들이 렘수면 상태에 들 때마다
연구 조수가 재빨리 방으로 들어와서 깨웠습니다.
그러면 참가자는 흐릿한 눈으로
5~10분 동안 수학 문제들을 풀어야 했습니다.
다시 꿈잠으로 빠져들지 않게 막기 위해서였습니다.
참가자들이 렘수면 단계로 접어들기만 하면
같은 일이 되풀이되었고,
이런 일이 매시간 매일 밤 일주일 내내 이어졌습니다.
비렘수면은 거의 온전히 남겨두었지만
램수면의 양은 평소보다 크게 줄어들었습니다.
꿈을 꾸지 못하도록 꿈잠을 박탈한 것이죠.
꿈잠을 박탈한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하는 데에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습니다.
3일째가 되자 충격적이게도
참가자들은 정신병의 징후를 드러내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불안해하고, 우울해하고, 환각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실재하지 않는 것들을 보고 듣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망상증도 보였습니다.
예를 들어
연구자들이 공모하여
자신을 독살하려 한다고 믿은 사람도 있었습니다.
과학자들이 비밀 요원이며
이 실험이 정부가 어떤 사악한 목적을 위해
꾸미고 있는 음모를 위장한 것이라고 믿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만약 정신과 의사에게 렘수면 박탈을 제외하고 이들의 증상들만을 말한다면
의사는 우울증, 불안장애, 조현병이라는 진단을 내렸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들은 실험 전까지만 해도 지극히 건강한 젊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우울하지도 않았고, 불안장애나 조현병에 시달리지도 않았으며
자신이나 가족 중 누구도 그런 병력을 지니고 있지 않았습니다.
과학자들은 꿈잠, 즉 렘수면이
합리성과 광기 사이에서 무언가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결론을 내렸습니다.
안정한 정신상태와 불안정한 정신상태의 차이를 만들어낸 것이
바로 렘수면의 유무인 것입니다.
그렇다고 렘수면만 중요하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깊은 비렘수면을 포함해 매일 충분히 자는 것이 뇌에게는 정말 중요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아직도 잠을 제대로 못 자고 있습니다.
BBC는 한국이 지구상에서 가장 수면이 부족한 국가 중 하나라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안타깝게도 이것은 우리 교육 문화와 사회 환경과 관련이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는 잠을 줄이거나 안 자고 공부하고 일하는 것,
자기계발을 위해 노력하는 것을
높이 평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것은 생각보다 위험합니다.
뇌에 이상이 생기거나 정신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한국은 유아기까지는 일부를 제외하고는
부모와 교육기관에서 수면을 잘 관리하는 것 같습니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를 충분히 재우고
어린이집, 유치원 등의 교육기관들에서도
낮잠 시간이 따로 있을 만큼 수면을 잘 관리해 줍니다.
그러나 10대에 접어들면
아이들의 수면에 대한 인식은 달라집니다.
흔히 잠을 많이 자면 게으른 것이라고 가르치고
아침에 일찍 일어나야
부지런하다고 칭찬하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10대에 접어들면
청소년의 뇌는 하루 주기 리듬이 달라지기 때문에
이에 대한 주의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합니다.
우리 몸은 [생체시계]라고 불리는 일주기 리듬을 가지고 있습니다.
쉽게 말해 이것은 [타이밍을 제어하는 역할]을 합니다.
이것들은 주로 시상하부의 일부인
시교차상핵이라고 불리는 영역에서 발견되는
뇌의 주시계에 의해
일정대로 유지됩니다.
그런데 사춘기 때 시교차 상핵의 시계바늘은
유아기에 비해 점점 앞당겨집니다.
예를 들어
만 9세의 일주기 리듬은 아이를 9시쯤에 잠들게 합니다.
어린 아이들이 일찍 잠드는 이유입니다.
반면 16세가 되었을 때는 일주기 리듬이 앞당겨져서
그 결과 16세 청소년은
대개 밤 9시에 잠을 잘 생각이 아예 없어집니다.
밤 10시 11시가 되어도 여전히 멀뚱멀뚱 깨어 있을 수 있습니다.
몇 시간이 더 지나서야 잠이 오기 시작합니다.
그래서 만약 부모가 청소년에게 10시에 가서 자라고 요구한다면
이것은 부모인 당신에게
오후 7시에서 8시에 자라고 요구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리고 그 10대 자녀에게
다음 날 아침 7시에 일어나서 맑은 정신으로
상쾌하고 즐거운 하루를 시작하라고 요구하는 것은
성인인 당신에게 새벽 4~5시에 일어나서
그렇게 하라고 요구하는 것과 다름없습니다.
따라서 청소년은 좀 더 늦게 자고
아침에 일어나는 시간을 늦출 필요가 있습니다.
청소년의 이 수면 1주기 변화는
문화나 지리에 상관없이 모든 청소년에게 공통적입니다.
생물학적으로 강하게 정해진 것이죠.
따라서 학교 등교를 위해 일찍 일어나야만 하는 우리 10대들은
수면 부족에 시달릴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교는 청소년의 충분한 수면을 위해
등교 시간을 늦추는 게 좋습니다.
이것은 학습 능력 향상을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잘 알려진 바와 같이
수면이 부족하면 공부 효과가 떨어집니다.
잠을 덜 잔 피곤한 뇌는
줄줄 새는 기억 거름망과 다름없습니다.
학습한 것을 받아들여서 흡수하거나
효과적으로 보존할 수 있는 상태가 아닙니다.
그런 방식을 고집하는 것은
아이들에게 부분 기억 상실증을 일으키는 것과 다를 바 없습니다.
실제로 5천 명 이상의 초등학생을 추적 조사한 종단연구에 따르면
잠을 더 많이 잔 아이들이
전반적으로 성적이 더 나았습니다.
또 소규모 집단을 대상으로
수면 연구실이라는 통제된 조건에서 조사한 결과를 봐도
총수면 시간이 더 긴 아이들이 자라면서 IQ도 더 높아졌습니다.
이 아이들은 40~50분을 일관되게 더 잤습니다.
게다가 수면이 부족한 청소년은
우울증, 불안, 조현병, 자살, 충동 같은
만성 정신 질환들이 생길 가능성이 높아집니다.
수많은 성인들도 수면 부족에 시달리지만
사회 전체 분위기 때문에 그 심각성을 잘 모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직도 잠을 적게 자고 일하는 사람이
열심히 사는 사람처럼 그려지고,
많이 자는 사람은 게으른 사람처럼 평가받습니다.
나이가 들수록 잠을 덜 자도 된다는 말은 속설일 뿐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4~5시간만 자도 충분하다고 말하지만
뇌에 가해지는 충격은 계속해서 쌓여
신체 질병, 정신 건강 불안정, 각성도 저하, 기억장애를 일으키고
사망률도 높입니다.
그렇다면 나는 과연 잠을 충분히 자고 있는지
어떻게 확인할까요?
다음에 두 질문에 답해보면 됩니다.
첫 번째 질문은
아침에 일어난 뒤, 오전 10시나 11시에 다시 잠들 수 있는가?입니다.
즉 기상 후 3~4시간 후에 다시 잠들 수 있다면
수면의 양이나 질이 부족한 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번째 질문은
정오가 되기 전에 카페인 없이도
심신이 최적 상태로 움직일 수 있는가입니다.
답이 ‘아니요’라면
만성 수면부족상태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두 질문 모두에서 수면 부족의 결과가 나온다면
자신이 수면 부족 상태라는 것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해결책을 찾아야 합니다.
개인차가 있고, 그날의 활동량에 따라 달라질 수 있지만
보통 성인은 7시간에서 9시간 정도
매일 숙면을 취해야 합니다.
평일에 좀 덜 자고
주말에 몰아서 자는 것도 좋지 않습니다.
안타깝게도 주말에 몰아서 잔다고 해서
뇌에서 발생하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학교 때문에,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덜 잘 수밖에 없다고 말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수면 부족 문제는
개인에게만 맡겨서는 안 됩니다.
이제는 많이 잔다고 해서 게으르다거나
사회적 낙인이 찍히는 분위기가 사라져야 하고
가까운 미래에는 학교 등교 시간을 늦추거나
개인 수면 패턴에 맞게 출근 시간이 자유로운
사회적 환경이 마련되면 좋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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