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의 세상보기] 여론몰이로 단죄하는 사회현상을 바꾸려면

 

 

지난해 연말 마약 혐의를 받던 국내 한 영화배우가 스스로 삶을 마감했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라는 명분으로 사적 대화까지 공개돼

검찰과 경찰, 언론에 비난의 화살이 돌아가고 있습니다.

한편 일반 대중들이 평소 그런 기사와 영상을 호기심으로 소비하지 않았다면

이런 일이 생겼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과연 나의 책임은 없는가 하는 생각에 마음이 무겁습니다.

이번 일을 어떤 관점으로 보아야 하며

한 사람의 시민으로서 이런 일을 어떻게 개선할 수 있을까요?//

 

 

--피위자 인권 보호와 주권자의 역할

 

법을 다루는 검사가 그 피의 사실을 재판으로 확정이 되기 전까지

바깥으로 유출하지 않는 것이 도리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유출해서 대중이 아직 재판도 하기 전에

그 사람을 범죄인 취급을 함으로 해서

많은 사람이 피해를 보게 되면

그 피해를 본 사람들은 경찰이든 검찰을 두려워하게 되죠.

 

그러면 권위가 강해집니다.

사람들이 나를 두려워하면

내 권위가 강화되고 영향력이 커집니다.

 

그들도 사람이니까 자기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서

개인적이든 집단적이든 그런(피의사실 유출) 행위를 한다면

그것이 법적으로 금지가 되도록 우리가 노력을 해야 합니다.

 

법을 제정하는 것은 국회니까

선거할 때 이런 문제를 개선할 수 있는 사람을 뽑아야 합니다.

 

그런데 우리 자신들이 지금 어떠한가요?

우리 지역 주민의 의사를 정부에 반영해서

국정 운영이 바로 되도록 하는 사람이 국회의원인데

어느 대학을 나왔는지, 유학을 했는지, 과거 지위가 뭔지,

우리 지역에 공장을 세우겠다든지

돈을 많이 끌어오겠다든지

이런 것들을 기준으로 해서 선출하고 있습니다.

 

시장은 우리 지역의 이익을 위해서 역할을 해야 합니다.

우리는 국회의원과 시장의 역할을 구분 못하고

이기주의적으로 선택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주권자로서 자기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법과 사실보다 감정에 휘둘리는 세태

 

우리가 이미 '죄형법정주의'를 배웠습니다.

죄라는 것은 법에서 정한 만큼만 받게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부족하다 싶으면 법을 고쳐서 처벌해야지,

법에 없는 처벌을 과중하게 하는 것은

법치주의에 어긋난다는 것을 다 알잖아요.

 

그래도 여러분들은 누가 성추행했다, 성폭행했다

자기가 볼 때 말도 안된다고 생각하면

법에 정해진 형량을 판결해도 엄청나게 분노를 하고

사형시키라든지 중형을 때리라든지

이렇게 자꾸 감정적으로 대응을 합니다.

그것은 법치주의의 정신에 어긋납니다.

 

어떤 누구도 재판에서 확정되기 전까지는

즉, 최종 판결기관인 대법원에서 확정되기 전까지는

그 사람은 죄인이라고 할 수 없습니다.

해당 혐의를 받는 피의자일 뿐이에요.

 

그러면 우리는 '저 사람이 저런 혐의를 받고 조사를 받는구나'

'재판을 받고 있구나' 이렇게 생각해서 아무 차별을 하지 않아야 하는데

우리는 그런 기사 하나 나오거나

한 번 검찰이나 경찰이 (피의사실을) 발표하게 되면

완전히 범죄인 취급을 해버리고 비난을 합니다.

 

 

--여론몰이로 단죄하는 사회, 그것을 이용하는 사람들

 

그런 기사도 많이 보니까 기사를 쓰는 재미가 있을 것이고

요즘은 기사에 댓글이 많이 달리거나

조회수가 늘면 그게 승진에 반영이 되고

또 그런 혐의 사항을 유튜브로 유포하면

조회수가 늘어나서 수익이 늘어나게 되니까

이게 악순환이 되는 겁니다.

 

검찰이나 경찰도 그렇게 하면 사람들이 단죄를 하기 때문에

자신들도 그렇게 유포할까봐 두려워하고

이렇게 해서 이 모든 것이 공모 상황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 혐의가 엄청나다가

재판에서 무죄 판결이 나오면 관심도 없습니다.

그 사람은 늘 그 혐의 사실만 우리 기억에 남게 됩니다.

무죄로 판결났다는 것은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이런 것이 잘못됐다는 거예요. 우리 사회가.

 

재판을 받아서 형을 3년을 살고 나왔다, 5년을 살고 나왔으면

그것은 이제 끝난 거예요.

그런데도 우리는 그 사람을 계속해서 범죄자 취급을 합니다.

 

이러한 것은 법치주의 정신에 맞지 않습니다.

아직도 우리는 편견을 가지고 여론으로 단죄를 하고

블랙리스트를 만들고 이렇게 살아가는 사회라는 거예요.

이것이 큰 문제입니다.

 

이러다 보니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이 없다고 해서

정치권이나 조사 기관에 밉보이면 일단 털어서

피의사실을 유포해서 (공개적으로) 망신을 주고

그 다음에 아니면 말고 이런 식입니다.

 

 

--피해 당사자가 가져야 할 마음가짐

 

이러한 것을 막으려면

첫째, 피의사실을 공표하면 엄청난 처벌을 하든지

아니면 그런(피의사실 공표를 처벌하는) 제도를 만들든지

아니면 국민들이 그런 것에 별로 신경을 안 써야 합니다.

'저런 혐의가 있었구나'

 

그런데 유죄 판결이 나면

'저 사람이 그런 일을 했구나'

무죄 판결이 나면

'협의가 벗어졌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런데 우리가 그렇지 않은 게 문제입니다.

 

이건 또 이것대로고,

이 세상에 억울한 게 한두 가지에요.

억울하다고 다 세상을 등지면 어떡하겠어요.

 

첫 번째, 억울하지 않도록 하는 게 필요하고

두 번째, 세상을 살다가 그런 일이 생기면 묵묵히 비난을 감수하고

살아나가야 하지 않을까

이렇게 저는 생각을 합니다.

 

유명한 정치인이나 인기인은 항상 조심을 해야 합니다.

까마귀 날자 배 떨어진다는 얘기가 있는 것처럼

자신의 인기, 직분, 직위에 대해서 오해받을 가능성이 있을 때는

가능하면 그런 행위를 하지 말아야 하고

 

두 번째는 그런 오해받은 일이 있다면

그냥 도망을 간다든지 오리발을 내밀지 말고

진솔하게 사과하고 이렇게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또 일부 자기가 모함을 받은 것이 있다면

모함받은 내용은 해명을 해서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그런 해명이 안 먹혀들 수도 있어요.

언론은 (기사를) 터뜨리는 것만 좋아하지, 해명 같은 거는 잘 안 실어줍니다.

그러면 우리 인생은 묵묵히 그 억울함을 안고

재판 결과를 하나하나 기다려 가는 과정이 필요하지 않을까

그런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편협한 생각에서 벗아나야 개선할 수 있는 문제

 

우리가 명백하게 범죄를 저지르거나 법을 어겼다면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법 앞에 평등하게 조사받고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이것을 정치적인 도구로 사용하지 않는 자세가 매우 필요합니다.

 

그런데 여러분들도 자기 편이 조사를 받으면

무조건 탄압이라고 주장하고

상대편이 그러한 조사를 받으면 잘한다고 주장하는

이런 좀 편협된 생각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내가 반대하는 사람 쪽에 그런 일이 있어도

무슨 일로 저런 조사를 받는지, 어떤 혐의가 있는지

진중하게 살펴야 하고

또 내가 지지하는 사람 쪽에 그런 일이 있더라도

무조건 아니라고 하지 말고

왜 저런 혐의를 받고 있는지

살피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요.

 

그렇게 해나갈 때 우리는 조금 개선할 수 있지,

지금처럼 흥분해서는 아무것도 개선할 수 없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제도 개선을 이루어야

 

이번 사건을 계기로 우리는 피의사실을 함부로 공표하고

아직 혐의 밖에 없는데 (공개적으로 포토)라인에 세워

사진 찍도록 하는 것은 개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무리 그 사람이 나쁜 범죄를 저질렀다 하더라도

재판 결과에 의해서 처벌을 해야지

재판 전에 군중 심리로 (여론몰이)하는 것은

오래 전에 복수심에 의해서 감정적으로 처벌하는 후진성을

아직 면하지 못하고 있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것은 개선되었으면 좋겠다는 말씀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