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시댁에 대한 과도한 경제적 지원 문제 [00:15]:
남편이 시댁에 지나치게 많은 경제적 지원을 하는 것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며, 스님에게 조언을 구합니다.
스님은 상황을 받아들이거나 이혼을 고려할 수 있지만
이혼 사유로는 부족하며
오히려 남편의 행동에 맞춰 더 많은 지원을 제안하는 역발상적인 해결책을 제시합니다.
제가 요 며칠 괴롭고, 기분이 나쁘고, 화가 납니다.
남편이 시댁에 온 마음을 다해
경제적인 지원뿐 아니라 정성까지 쏟아붓고 있는데,
그걸 보면 질투가 나고 기분도 상해요.
30년을 같이 살아왔는데 억울하다는 생각도 듭니다.
얼마 전 산불이 났는데, 다행히 집은 타지 않았지만, 농기구 같은 것들이 탔어요.
그 이야기를 듣고 남편의 얼굴을 보니
표정에서 뭔가 꼭 해드리고 싶어하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남편은 금전적으로 지원하고 싶어했지만,
저는 처음에 그 마음을 외면했어요.
그냥 약을 지어다 드리고 집 정리만 해드리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남편의 얼굴을 보니 제 마음도 흔들려서
결국 조금이라도 도와 드리자고 말을 꺼냈습니다.
그랬더니 남편은 무척 좋아하면서 제가 말한 금액보다 더 큰 액수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렇게 도와 드리고 나면 마음이 홀가분해야 할 텐데
오히려 기분이 나쁩니다.
‘이걸 언제까지 계속해야 하나.’ 하는 생각이 자꾸 듭니다.
남편은 앞으로도 계속 그럴 사람이에요.
지금까지 한 번도 달라진 적이 없고, 앞으로도 변하지 않을 거라는 걸 잘 압니다.
하지만 상황을 마주하면,
또다시 기분이 상하고 마음이 좁아지는 것 같고, 억울한 마음이 올라옵니다.
어떻게 하면 마음이 좀 가벼워질 수 있을까요?//
남편이 시댁을 도운 것 때문에
질문자가 밥을 굶었다든지, 집을 못 샀다든지, 아이들 공부를 못 시킨다든지
그렇게 결정적인 손해를 본 적이 있나요?
그렇다면 질문자가 속이 좁은 거예요.
남편을 아무리 바꾸려고 해도 쉽지 않죠.
그럼 그냥 괴로워하면서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기분 나쁘게 살면서 과보를 받아야죠.
그건 어리석은 행동이지, 나쁜 행동은 아닙니다.
결혼한 부부가 시댁을 도울 의무가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돕지 않는다고 해서 질문자가 나쁜 사람은 아닙니다.
하지만 남편 입장에서는 자신의 부모이니까 도와주고 싶어할 수가 있어요.
결국 질문자가 할 수 있는 선택은
이 상황을 받아들이든지, 이혼을 하든지 둘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시댁을 좀 돕는다고 해서
큰 재산상의 손실이 생긴 것도 아닌데,
그게 기분 나쁘다고 이혼을 얘기한다면
아이들이나 주변 사람들 보기에도 면목이 안 서는 일입니다.
판사 입장에서도 ‘이게 이혼 사유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평균적인 기준에 못 미친다고 볼 수 있어요.
만약 남편이 노름으로 돈을 탕진했거나
친구한테 큰돈을 빌려줘서 문제가 생겼다든지
다른 여자에게 계속 돈을 주어 집안에 손실을 끼쳤다면 이야기가 다릅니다.
그런 경우라면 아이들 교육이나 가정생활에도 지장이 생길 정도니
당연히 이혼 사유가 될 수 있어요.
사람들은 두 가지를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첫째, 그 일로 인한 피해가 얼마나 컸는지,
둘째, 그 돈이 누구에게 쓰였는지입니다.
지금 상황은
‘그 집 아들 참 효자네.’, ‘자식 하나는 잘 두었네.’ 하는 말을 들을 정도이지,
세상 사람들로부터 비난받을 일도 아니고,
질문자에게 큰 손해가 생긴 것도 아닙니다.
현재로서는 이혼하거나 받아들이거나, 둘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이혼할 만큼의 일은 아니니
그냥 기분 나쁜 채로 사는 겁니다.
하지만 그렇게 사는 건 어리석은 일이에요.
어차피 일어날 일이면 기꺼이 받아들이는 게 낫습니다.
이런 방법도 있습니다.
남편이 100만 원을 드리자고 하면 150만 원을 드리자고 하고
또 남편이 500만 원을 드리자고 하면 600만 원을 드리자고 하고
남편이 1000만 원을 드리자고 하면 1200만 원을 드리자고 하는 겁니다.
질문자가 돈을 더 많이 드리자고 한번 해 보세요.
남편이 ‘500만 원쯤 도와야 하지 않겠나?’ 하고 물으면
‘농기구가 다 탔는데 그걸로는 부족하지 않겠어요?
700만 원쯤은 도와야지요’ 하고 먼저 제안해 보는 겁니다.
어머니께 용돈을 드릴 때도
남편이 50만 원을 드리자고 하면
‘요즘 그 정도로는 부족하죠. 100만 원쯤 드려야지요.’ 하고 제안하는 겁니다.
이런 식으로 열 번쯤 해보면
남편이 ‘그렇게 자꾸 주기만 하면 우리 살림은 어떡해?’ 이렇게 말할 겁니다.
그러면 문제가 자연스럽게 풀립니다.
하지만 지금처럼 남편이 500만 원을 주자고 말할 때
300만 원으로 줄이려고 하면 갈등이 생깁니다.
그래서 질문자는 계속 기분이 상할 수밖에 없어요.
질문자는 절에 다니세요? 아니면 교회에 다니세요?
이럴 땐 절에 다니는 것보다 교회에 다니는 게 더 나아요.
오늘부터 교회를 다니세요. 성경에 이런 말이 있습니다.
‘5리를 가자고 하면 10리를 가주어라.
왼뺨을 때리면 오른뺨도 내어 주어라.
겉옷을 달라고 하면 속옷까지 벗어 주어라.’
이 세 구절만 명심하면 됩니다.
물론 질문자가 아직 속옷까지 벗어 줄 정도는 아니라고 봐요.
그러나 5리 대신 10리를 가는 건 할 수 있잖아요?
남편이 500만 원을 드리자고 얘기하면 700만 원을 드리자고 하고
남편이 300만 원을 드리자고 하면 500만 원을 드리는 겁니다.
열 번 해보고도 여전히 마음이 불편하면, 그때 다시 질문을 하세요.
그러면 다른 처방을 드릴게요.
...
그럴 수밖에 없습니다. 30년이나 계속 도왔으니까요.
사람이 어떤 일을 오랫동안 해 오면 그 일이 어느새 일상이 됩니다.
예를 들어,
제가 즉문즉설을 무료로 계속한다고 해서
여러분이 항상 감사하게 여기지는 않잖아요.
이제는 그냥 ‘스님한테 가서 물어보면 된다.’라고 당연하게 생각합니다.
만약 이 자리가 한 번에 100만 원씩 내야 올 수 있는 자리였는데
‘오늘 당신은 무료입니다.’ 하고 연락하면 너무 고마워하겠죠.
뭐든 횟수가 쌓이면 당연해지고,
당연해지면 고마운 줄 모르게 됩니다.
그러니 무조건 잘 해주는 게 꼭 좋은 건 아니에요.
일상화가 되는 것은 자연스러운 겁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시댁에서 고맙다는 인사를 해 주길 기대하지 마세요.
시댁을 돕는 일은 시부모님이 모두 돌아가셔야 끝납니다.
형제 관계는 부모님이 살아 계실 때는 유지되지만
돌아가시고 나면 확실히 멀어집니다.
부모가 매개가 되는 관계가 형제이기 때문에 그렇습니다.
그러니 조금만 더 하세요.
30년이나 하셨으니까 50년까지만 해보면 어떨까요?
시어머니 나이가 90이면 앞으로 길어야 10년이네요.
10년만 더 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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