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며칠 여행을 다녀와도 카톡 하나 보내주는 친구가 없습니다. (2024.10.29.)

Buddhastudy 2024. 11. 4. 20:16

 

 

저는 친구가 없어서 외롭다고 느낄 때가 많습니다.

사람들이 스쳐만 지나가고 제 옆에 남지 않는 것 같아요.

어린 시절 폭력 아버지 밑에서 사느라 힘들었고

결혼 후 남편도 결손가정에서 자라

사랑을 전혀 줄 줄 모르고 가정적이지도 않았습니다.

지적 장애인 아들을 키우면서

너무 힘들고 치열하게 살아와서 그런지

친구 만들기가 어려워요.

진정한 친구 두세 명만 있었으면 하는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친구가 없는 게 좋습니다.

친구가 있어야 한다고 자꾸 집착하니까

친구가 없는 게 문제가 되는 겁니다.

반대로 친구가 없어야 한다고 집착하면

친구가 있는 게 문제가 되는 겁니다.

 

인생은 원래 혼자 와서 혼자 가는 것이라고 하잖아요.

친구란 그냥 알고 지내는 사람을 뜻합니다.

그런데 질문자는 친구를 내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깊이 나눌 수 있는 사람이라고

너무 이상적으로 그리고 있어서

내 주위에는 그런 사람이 없다고 생각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가 인생을 살아보면

나를 낳아준 부모와도

마음속에 있는 얘기를 다 할 수가 없지 않습니까?

모든 사람이 자기를 낳아주고 키워준 부모와도

모든 얘기를 다 할 수가 없고,

결혼한 남편과 아내도

서로 모든 얘기를 다 할 수가 없어요.

 

내 남편하고만 모든 얘기를 다 못하는 게 아니에요.

세상의 모든 부부가

다 자기 마음을 남편 또는 아내가 몰라준다고 서운해합니다.

그런데 어떻게 내 마음의 깊은 얘기를

다 나눌 수 있는 친구가

쉽게 생길 수가 있겠습니까.

 

질문자가 친구에 대한 기대를 너무 높게 가지고 있어서

늘 친구가 없다는 아쉬움을 느끼게 되는 겁니다.

인생은 원래 혼자 왔다가 혼자 가는 것입니다.

또한 그 누구와도 내 속내를 다 얘기할 수는 없는 겁니다.

 

물론 내 속내를 다 얘기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좋겠죠.

그런데 사실은 내 마음을 알아주는 친구가 없어서

내가 말을 다 못하는 게 아니에요.

내가 나를 움켜쥐고 있어서

내가 다 말을 못 하는 것입니다.

내가 나를 움켜쥐지 않으면

아무한테나 모든 얘기를 할 수가 있습니다.

 

질문자는 자꾸 나를 알아주는 사람을 찾는데

내가 남을 알아주면 되지

왜 남이 나를 알아주어야 한다고 생각을 합니까?

 

어릴 때 사랑을 못 받아서

애정 결핍증을 앓고 있어서

그런 마음이 자꾸 드는 것인지도 모릅니다.

 

부모로부터 충분히 사랑을 못 받았다.’

남편으로부터 사랑을 못 받았다.’

자꾸 이런 갈증이 생기는 이유는

질문자가 일종의 마음 병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아침에 눈 뜨고 살아있는 것만 해도 감사합니다.

죽지 않은 것만 해도 참 감사합니다.

굶지 않고 먹을 수 있는 것만 해도 정말 감사합니다.

대문을 열고 나가면

사람들이 있는 모습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가끔이라도 전화로 연락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감사합니다.’

 

이렇게 생각하면

이 세상은 살만한 세상이에요.

깊은 산 속에 혼자서 새를 벗으로 삼고

자연을 벗으로 삼아서 살아가는 수행자들도 있지 않습니까.

 

그런 사람들은

혼자서 살아도 친구가 없다는 얘기를 하지 않아요.

내가 마음의 문을 열면

주위에 사람이 없어도

자연을 벗 삼아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내가 마음의 문을 닫으면

부부가 등을 맞대고 자도 외로울 수밖에 없습니다.

누군가 옆에 있어야 외로움이 없어진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내가 마음의 문을 닫고 살기 때문에 외로운 거예요.

마음의 문을 닫아놓은 채 사람만 찾지 말고

책을 보든, 사람들을 만나든, 산책을 하든

언제나 마음의 문을 열고 살아보세요.

살아있는 것에 감사하는 마음을 자꾸 내면

이런 병은 사라질 겁니다.

 

...

 

질문자도 누구든지 돈이 필요한 사람이 있으면 항상 빌려준다.’

누구든지 전화 연락이 오면 밥을 사준다.’

이렇게 원칙을 정해놓고 한 번 살아봐요.

 

해외에 일주일 동안 여행을 갔다 오면

돈을 빌려달라고 아마 100통도 더 전화가 와있을 겁니다.

또 밥을 사달라는 전화가 아마 100통도 더 와있을 거예요.

 

우리가 남에게 연락할 때는

대부분 자기가 필요한 게 있어서 연락합니다.

필요한 게 없는데 연락하는 사람은 없어요.

 

사람들이 나한테 연락을 많이 한다는 것은

그만큼 내가 사람들에게 필요하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런데 나한테 연락이 별로 안 온다는 것은

내가 사람들에게 별로 필요가 없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왜 연락할까요?

사람들이 왜 법륜 스님을 많이 찾을까요?

자기가 필요하니까 자꾸 법륜 스님을 찾는 겁니다.

 

오늘도 학교 후배한테 연락을 받았어요.

저를 찾는 이유가

자기가 책을 새로 내는데, 추천사를 써 달래요.

이런 필요가 있어서 전부 연락을 하는 겁니다.

 

질문자한테는 연락이 안 오는 이유가

아직 사람들의 필요에 쓰이는 일이

많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연락이 자주 온다고 해서

좋은 것도 아니에요.

사람들은 왜 평상시에 연락 안 하고

꼭 자기가 필요할 때만 연락하나?’

이렇게 생각하는데

연락이라는 것 자체가 필요할 때 하는 것입니다.

필요가 없는데 왜 연락을 하겠어요?

 

그러니 나한테 연락을 안 한다는 것은

사람들이 나를 필요로 하지 않는다는 걸 의미합니다.

사람들이 나한테 연락을 너무 많이 한다면

그것도 귀찮은 일이 아니겠어요?

 

그러니 연락이 오면

연락이 와서 감사하고,

연락이 안 오면 안 와서 좋은 겁니다.

연락이 안 오는 게 왜 섭섭합니까?

연락이 안 오면 귀찮을 게 없어서 좋은 겁니다.

연락이 오면 나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있어서 좋은 겁니다.

이렇게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어요.

 

다른 사람은 연락이 많이 오는데

왜 나는 연락이 안 오는지 궁금하다면,

그 사람을 한 번 가만히 관찰해 보세요.

그 사람은 사람들에게 상담을 많이 해주든지

사람들에게 돈을 자주 빌려주든지

어려울 때 자주 도와주든지

봉사를 자주 한다든지

분명히 이유가 있을 겁니다.

 

질문자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에

기여를 많이 하다 보면

나이가 들어도 연락이 많이 오게 될 겁니다.

 

반대로 사람들한테 그다지 쓰임새가 없었다면

사람들의 연락이 점점 적어질 거예요.

그래서 연락이 없는 건 오히려 좋은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게 좋습니다.

 

만약에 사람들이 나한테 좀 연락을 많이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면

지금부터라도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일이 보이면

뭐든지 도움을 주는 일을 자꾸 해보세요.

봉사를 하든, 보시를 하든, 그런 역할을 자꾸 늘리면

사람들한테서 연락이 많이 올 것입니다.

 

사람들의 연락을 너무 갈구하지 말고,

연락이 안 와도 섭섭하게 생각하지 마세요.

인생은 어차피 혼자입니다.

 

죽을 때 부부도 같이 못 가고

자녀도 같이 못 가고

부모도 같이 못 가는 게 우리들의 인생입니다.

인생은 홀로서기를 하는 게 매우 중요합니다.

 

혼자 있어도 외롭지 않으려면

명상을 하는 게 큰 도움이 됩니다.

 

명상은

가만히 눈을 감고 앉아서

졸지도 않고 생각도 안 하고

숨이 들어오고 나가는 것만 알아차리는 겁니다.

맑은 정신을 유지하면서

이 세상 누구하고도 관계를 맺지 않고

혼자서 고요한 상태를 유지하는 거예요.

 

편안하게 한 그루 나무가 서 있듯이

고요히 있을 수가 있는데,

카톡 안 오고 전화 안 오는 게

무슨 문제가 되겠어요?

 

그래서 질문자는

정토회에서 진행하는 주말 명상 프로그램에 신청해서

명상을 한 번 꾸준히 해보세요.

여름에는 45일간 조용히 명상을 하면서

갈구하는 마음을 좀 가라앉혀 보세요.

일주일간 명상을 하고 나면

갈구하는 마음이 사라질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