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에게는 다 큰 자식이 두 명 있습니다.
성인이 된 아이들을 독립시키는 방법이 궁금합니다.
오히려 아이들보다 더 오랜 시간을 함께 하고
내 옆에서 많은 도움을 준 남편에게는
‘잘 가, 안녕!’ 하는 말이 미련 없이 나올 것 같은데
아이들에게는 그렇게 안 됩니다.
어떻게 하면 토끼와 다람쥐처럼
성인이 된 자식을 깔끔하게 독립시킬 수 있을까요?//
자식을 독립시키지 못하는 이유는
질문자가 토끼나 다람쥐보다 못하기 때문입니다.
토끼나 다람쥐는 새끼를 키울 때 목숨을 걸고 키웁니다.
그런데 사람은 자기 생각에 빠져서
목숨을 걸기는커녕 오히려 아이를 학대하는 사람도 있고
자기 인생이 더 중요하다고 아이를 남에게 맡기는 사람도 있습니다.
토끼와 다람쥐는 새끼가 필요로 할 때는 목숨을 걸고 보호하다가
성체가 되면 새끼에 대한 집착을 끊고 각자 알아서 살아가도록 합니다.
새끼가 죽어도 관여를 안 합니다.
그런데 사람은 자식이 다 큰 뒤에도 집착을 계속합니다.
그러니 사람이 토끼와 다람쥐보다 못해서 그렇다고 말할 수밖에 없지요.
‘내가 토끼와 다람쥐보다 못하구나’ 하고 인정하며 사는 방법도 있어요.
그러나 ‘내가 사람인데 토끼와 다람쥐보다는 나아야지’ 하고 생각한다면
자식이 어릴 때는 정성껏 돌보되
성인이 된 후에는 각자의 길을 존중하는 방식으로 지내야 합니다.
그래야 수행자답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토끼와 다람쥐보다 사람이 더 괴롭게 살 수밖에 없어요.
그런데 본인이 그렇게 살겠다고 하면 달리 방법이 없습니다.
자식에게 집착하는 마음을 내려놓아야겠다는 생각은 드는데
자꾸만 자식에 대해서 신경을 쓰게 됩니다.
막상 어떤 상황에 맞닥뜨리면
자식을 위해서 조언을 해줘야겠다는 생각이 계속 듭니다.
시간이 지나면 가능해질까요?
시간이 지나도 저절로 가능해지지는 않습니다.
질문자가 집착을 놓아야 가능해집니다.
지금처럼 집착을 계속하면 불가능합니다.
시간이 지난다고 집착이 저절로 사라지지는 않습니다.
...
집착이라고 할 수 있는지 물을 필요도 없이 집착입니다.
그것은 마치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것을 도둑질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하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남의 물건을 훔치는 게 도둑질인 것처럼
아무리 ‘엄마의 마음’이라고 좋게 표현해도
명백하게 집착이 맞습니다.
집착을 못 내려놓고 있는 사실을 있는 그대로 인식할 수 있어야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라도 얻을 수 있습니다.
집착을 못 놓고 있는 상태를 두고
‘혹시 사랑이지 않을까?’ 이렇게 생각하니까
해결이 안 되는 겁니다.
‘내려놓아야지!’ 하고 각오를 한다는 건
아직도 붙잡고 있다는 뜻입니다.
붙잡고 있지 않다면 내려놓기 위한 노력도 할 필요가 없어요.
우선 ‘내가 집착하고 있구나’ 하고 자각을 해야 합니다.
그래야 집착을 한 것에 대한 과보를 받을지,
앞으로 과보를 안 받기 위해 집착을 내려놓을지
둘 중에 하나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인생에는 어떻게 살아야 된다는 정답이 없어요.
담배를 피우면 폐암에 걸리거나
주위 사람의 비난을 받는 과보를 받아야 합니다.
과보를 받기 싫으면 담배를 끊으면 됩니다.
‘담배를 피워라’, ‘담배를 피우지 마라’ 이런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어요.
부처님의 법은
담배는 건강에 나쁘다는 사실만 알려주는 것입니다.
담배를 피워라 마라, 이런 이야기는 하지 않습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다섯 가지는
오계로 정해서 삼가라고 가르쳤을 뿐입니다.
우선 내 상태를 있는 그대로 알아차려야 합니다.
‘내가 남편보다는 자녀에 대해서 더 많이 집착하고 있구나’ 하고 알아차려야 해요.
그래서 질문자는
앞으로 남편보다는 자녀 때문에 더 큰 고통이 생길 위험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집착의 강도만큼 고뇌가 따르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그것을 감수하는 자세를 가져야 해요.
돈을 빌렸으면 이자를 쳐서 갚아야 되고
이자를 쳐서 갚는 것이 부담이 되면
다음부터는 빌리지 않아야 합니다.
돈을 빌려 놓고 안 갚는 방법이 없겠느냐고 묻는다면
안 된다는 거예요.
돈을 빌리든지 말든지 그것은 본인이 알아서 하면 됩니다.
즉, 선택을 하고 그에 따른 책임을 지라는 거예요.
부처님은 사람들이 찾아와서 괴롭다고 하니까
‘괴로움은 집착 때문에 생긴다’ 이렇게 말씀하셨지
‘집착을 내려놓아라’ 이런 말씀도 안 하셨어요.
괴로우면 집착을 내려놓으면 되는 것이고,
집착하고 싶으면 괴로워하면 되는 겁니다.
너무 인정머리 없는 이야기 같지만, 이게 사실인 것을 어떡해요?
인간에게는 동물보다 뛰어난 정신 작용이 있습니다.
정신 작용은 ‘좋다, 나쁘다’라고 말할 수 없어요.
정신 작용이 집착을 불러오면
동물보다 더 괴로운 인생을 살게 될 뿐입니다.
인공지능에 대해서도 ‘좋다, 나쁘다’라고 말할 수 없어요.
인공지능을 잘 사용하면 훨씬 효과적이지만,
잘못 사용하면 해악이 됩니다.
그것처럼 고도로 발달한 인간의 정신 작용도
잘못 사용하면 괴로움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잘 사용하면 여러 가지 지혜를 밝히는 기초가 되기도 하는 겁니다.
남편은 남의 뱃속에서 낳은 사람이고
아이들은 내 뱃속으로 낳아서 어렸을 때부터 내가 키웠기 때문에
집착의 강도가 더욱 강할 수밖에 없어요.
그러나 내가 자식한테 아무리 잘해도
자식은 각자 자신의 여자와 자신의 남자가 생길 수밖에 없습니다.
내가 남편한테 잘한다고 해서
반드시 결과가 좋게 돌아오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50퍼센트는 돌아올 가능성이 있어요.
그러나 자식한테는 아무리 잘해도
10퍼센트도 돌아올 확률이 안 됩니다.
그러니 투자로 따지면 바보 같은 짓이지요.
그런데도 여러분은 집착 때문에 바보 같은 짓을 합니다.
‘부모의 사랑’이라는 미명 하에 손해가 나도 좋으니
지원을 하겠다고 합니다.
어떻게 하든 괜찮아요.
남도 돕는데 자식을 돕는 것이 왜 나쁘겠어요?
그러나 자식을 도울 때는
대부분 집착을 하거나 기대를 하기 때문에
반드시 고통이 따르게 됩니다.
그래서 남편 혹은 아내에 대한 배신감보다
자식에 대한 배신감이 더 큽니다.
그 이유는 내가 그만큼 집착을 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것도 좋다거나 나쁘다고 할 수 없습니다.
어떤 선택을 할 것인지는 본인이 하는 것입니다.
남의 남자와 남의 여자한테 관심을 갖는 것보다는
내 남자와 내 여자한테 관심을 갖는 것이
훨씬 이익이 많다는 말씀은 드릴 수가 있습니다.
...
집착을 끊는 방법은 간단합니다.
집착을 안 하면 됩니다.
담배를 끊는 방법도 간단합니다.
담배를 안 피우면 됩니다.
담배를 끊는 방법이 따로 없어요.
그런 것처럼 다만 집착을 안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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