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5)

[법륜스님의 하루] 왜 명상을 할까요? (2025.03.09.)

Buddhastudy 2025. 3. 13. 20:29

 

 

종교에서는 왜 그래야 할까?’라는 의문이

믿음에 방해가 된다고 여깁니다.

불신으로 여기고 믿음의 장애로 보는 것입니다.

 

하지만 과학에서는 의문을 갖는 것이

탐구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요소로 봅니다.

 

수행자도 마찬가지입니다.

철학자 역시 ?’라는 의문을 가지고 탐구해야 합니다.

이렇게 의문을 가지고 탐구를 해서 이럴 것이다는 가설을 세우면

과학자는 그것을 증명해 내야 합니다.

수학적으로 증명하거나, 실험을 통해서 증거를 확보하거나,

관찰을 통해서 입증해야 합니다.

그래야만 법칙이 됩니다.

 

철학자는 논리적 모순이 없는지를 따져보고,

모순이 없으면 일단 법칙으로 인정합니다.

그러나 수행자는 법칙이 논리적으로 모순이 없을 뿐만 아니라

반드시 몸과 마음으로 직접 경험해야 합니다.

아무리 불교에 대해 많이 알고, 논리적이고 과학적으로 불교를 잘 설명한다 해도

직접 체험하지 않으면

자신의 인생 문제를 해결할 수 없습니다.

마치 과학자가 어떤 이론을 세운다 해도 실험을 통해서 증거를 확보하지 못하면

그것이 과학으로 인정될 수 없는 것과 같습니다.

 

제가 이 이야기를 하는 이유는

부처님의 가르침을 배우고 이해하는 것도 매우 중요하지만

그것을 직접 경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여러분들이 앉아서 머리로 이해하거나 사유하는 것은

경험이 아닙니다.

우리는 끊임없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이해하는 데 초점을 두고 있습니다.

이해하지 못하던 것을 이해하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성과이긴 합니다.

하지만 그것은 마치 어떤 이론을 이해했지만

아직 실험을 통해 증명하지 못한 것과 같습니다.

 

명상 역시 이론적으로는 간단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치와 법을 듣고 이해하는 것은

수행에서는 첫 단계일 뿐입니다.

스스로 체험하는 과정이 꼭 필요합니다.

 

예를 들어

농구선수가 연습할 때,

공이 들어가고 안 들어가고는 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공이 들어가도 다시 받아 던집니다.

공이 안 들어가도 또 던집니다.

30분 동안 연습하기로 했다면 30분 내내 던지는 것입니다.

이렇게 연습을 계속하다 보면,

처음에는 100번 던져서 10번 들어가던 것이

한 달이 지나면 15번 들어가고, 1년이 지나면 20번이 들어가는 식으로 변합니다.

그러나 아무리 일류 선수라도

100번 던져서 100번 다 들어가는 경우는 드뭅니다.

100번 던졌는데 100번 다 안 들어갔다고 해서

나는 실력이 없구나이렇게 평가해서도 안 되고,

100번 던졌는데 한번 들어갔다고 다 된 것처럼 손뼉 치며

들어갔네!’라고 말해도 안 됩니다.

이 사람도 들어가기도 하고 안 들어가기도 하고,

저 사람도 들어가기도 하고 안 들어가기도 하니

둘 다 똑같네!’라고 말해도 안 됩니다.

 

 

--지금 여기 깨어있기

초보 선수는 10번 던져서 한 번 들어가는 수준이라면,

프로 선수는 10번 던져서 9번 들어갑니다.

이것이 바로 연습의 차이입니다.

 

수행도 꾸준한 연습이 필요한 겁니다.

부처님의 가르침을 듣고 이해하는 것만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직접 경험하고 체험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우리는 정진이라고 부릅니다.

머리로 사유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내가 몸과 마음으로 경험하는 것입니다.

 

명상 중에 다리가 아프다는 것도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상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 아닙니다.

어제 스님이 좋은 법문을 했다

이것은 지금 상상 속에서 일어나는 일입니다.

어제 엄마하고 차를 마셨지

이것도 이미 지나간 일입니다.

내일 뭐 할까?’

이것도 아직 오지 않은 생각 속의 일입니다.

 

그러나 지금 숨을 들이쉬고 내쉬는 것은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입니다.

수행은 지금, 여기, 깨어있기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늘 생각 속에 빠져 있습니다.

수행은 생각을 잠시 멈추고, 지금 여기에 깨어있는 것입니다.

지금 내 몸에서 일어나고 있는 호흡을 알아차리는 겁니다.

들어온 숨이 나가지 않아도 죽는 것이고

나갔던 숨이 들어오지 않아도 죽는 것입니다.

살아있는 사람은 누구나 숨이 들어오고 숨이 나가는데

그것을 가만히 알아차리는 것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움직이지 않고, 손끝 하나 까딱하지 않고, 생각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아무 할 일이 없습니다.

연구할 것도 없습니다.

가만히 앉아서 편안한 상태에서 내 호흡을 느끼면 됩니다.

이제 연습해 보겠습니다.

 

.

.

.

 

편안한 가운데

마음을 콧구멍 끝에 주시해서

들숨과 날숨을 알아차립니다.

숨이 들어올 때는 들어오는 줄을 알고

숨이 나갈 때는 나가는 줄을 압니다.

지금 여기 호흡을 하고 있음을 알아차립니다.

놓치면 다시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