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임신 중 남편의 불륜 행위, 외로움을 어떻게 다스려야 할까요? (2024.09.06.)

Buddhastudy 2024. 9. 13. 18:58

 

 

저는 3년 전 남편의 불륜 행위를 보았고

그 당시 뱃속에 아이를 가지고 있었습니다.

이후 남편은 그날의 일에 대해 용서를 구하였고

저에게 잘하고자 열심히 노력했지만

저는 난생처음 겪는 일로 인해 받은 스트레스를

남편에게 감정적으로 그대로 털어놓았습니다.

그 결과 남편은 힘들었는지 16개월 전부터 이혼을 요구하는 상황입니다.

그 이후 저 자신을 많이 돌아보고

법륜 스님 말씀도 많이 찾아들어서

남편의 의견을 모두 수용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주말 부부로 지내고 있지만

요즘에는 남편이 일이 바쁘다며

거의 집에 들어오지도 못하는 상황입니다.

천사 같은 아이가 제 옆에 있음에 감사하며

행복하게 살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이따금 외로움이 찾아옵니다.

순간순간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다스리면 좋을까요?

남편이 부재한 이 상황에서도

제 마음이 행복하면

아이가 부족함 없이 잘 자랄 수 있을까요?//

 

 

먼저 아이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질문자가 외로움을 타고

남편의 부재로 인한 부족함을 느낀다면

아이 역시 아빠가 없는 것에 대해

상처를 받거나 트라우마가 생길 수 있습니다.

또 엄마를 외롭게 하는 아빠에 대한 미움이

아이에게 생길 수도 있어요.

 

그러나 질문자가 혼자 살면서도

아무런 외로움 없이 행복하게 산다면

아이에게 전혀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아이는 질문자의 심리 상태를

거의 90퍼센트 닮아간다고 이해하시면 됩니다.

 

물론 아이가 자라면

자기 나름대로의 생각이 있고 그에 따라 상처가 생기겠지만,

어릴 때는 엄마와 밀접하게 결합이 되어 있기 때문에

대부분 엄마의 영향을 받습니다.

 

아이 문제는 이제 제쳐두고

남편이 바람을 피웠다는 사실은 충격이 컸을 겁니다.

그 충격으로 질문자가 스트레스를 받게 되니

민감하게 반응하게 되었고,

그 감정을 오랫동안 표현하게 된 거겠죠.

처음에는 남편이

'내가 잘못했다. 용서해 다오' 하면서 빌었지만,

그 상황이 반복되면

인간의 심리에는 반발심이 생기게 됩니다.

그래서 '에라, 모르겠다. 그럼 어떡하자는 거냐? 이혼할 수밖에 없지 않냐?'

하는 식으로 나오게 됩니다.

 

아이들을 교육할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엄마가 보기에는 10만큼 잘못했다 생각해서

10만큼 야단을 치지만,

아이는 자기가 5밖에 잘못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아이도 처음에는 자신이 잘못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10만큼 야단을 맞게 되면

이 정도로 야단맞을 일은 아니라는 생각에 억울하게 느끼고

반발심이 생깁니다.

반발심이 생기면 교육의 효과가 없어집니다.

아이가 어리니까 지금은 그냥 야단맞고 살지만

아이가 성장하게 되면

그 억울함을 분출하게 됩니다.

잘못을 덮어놓으면 아이의 버릇이 나빠지고

그렇다고 내 성질대로 야단을 치면

아이가 상처를 입을 수 있습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요?

내 감정으로 야단을 쳐서는 안 됩니다.

아직 어리니까 그럴 수도 있다하고 이해하지만

이대로 두면 버릇이 나빠질 것 같으니까

아이를 깨우쳐줘야 되겠다는 생각을 가져야 합니다.

내 감정풀이로 야단을 치면 안 돼요.

어느 정도로 지적을 해야 아이가 반성할지, 엄마가 생각하면서

교육적 관점에서 접근을 해야지,

내 감정풀이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그러면 아이가 상처를 입게 됩니다.

 

남편도 똑같습니다.

나의 분노를 해소하기 위해서 감정풀이로 남편을 대했기 때문에

남편은 자신이 잘못한 건 잊어버리고

거꾸로 반발심이 생긴 겁니다.

 

남편이 '그래, 좋다. 그럼 이혼하자' 이런 식으로 나오면

질문자도 또 덜컥 겁이 나서

'내가 잘못했다' 이렇게 나갈 가능성이 있습니다.

 

이렇게 접근해서는 안 돼요.

질문자가 잘못한 건 없습니다.

한눈을 판 남편이 일단 잘못을 했어요.

남편이 잘못을 했지만 다시는 그러지 않겠다고 용서를 빈다면

'비록 나는 상처를 입었지만, 그래도 이 남자가 다른 남자보다는 낫다하고

용서를 받아들여야 합니다.

지나간 건 잊어버리고 결혼생활을 잘 영위해 나가면 됩니다.

 

그러나 '아무리 돈이 많고, 인물이 잘생기고, 아이의 아빠라 할지라도

나 이외의 다른 여자에게 한눈을 파는 사람하고는

같이 지내고 싶지 않다' 이렇게 생각한다면

딱 입장 정리를 해야 합니다.

 

이것은 돈 문제도 아니고

정말로 내 인생이 걸린 문제이기 때문에

'당신이 그런 실수를 할 수는 있지만

나는 이런 감정을 갖고 같이 살기는 싫다.

그러니 이혼을 하자' 이렇게 남편에게 말해야 합니다.

 

지금 질문자는 둘 중에 어느 쪽 입장인지가 불명확해요.

이혼하려니까 애를 키울 자신이 없고

그렇다고 남편을 그냥 받아들이자니 기분이 나쁘고

두 가지 이해관계를 두고

자꾸 잔머리를 굴리기 때문에 번뇌가 생기는 겁니다.

 

남편이 잘못했지만

그걸 감안하고도 결혼생활을 계속하는 게 낫다고 생각한다면

더 이상 문제를 삼지 말아야 합니다.

계속 문제를 삼으면 상대가

'그럼 나보고 어떡하란 말이냐? 결국은 헤어지자는 얘기 아니냐?' 하는 식으로

거꾸로 더 큰소리를 치게 됩니다.

옛날부터 방귀 뀐 놈이 더 큰소리친다는 말이 있잖아요.

이것이 바로 반발 심리입니다.

 

만약 질문자가

남편을 용서해 주고 없었던 일로 정리를 했다면

지금 남편의 문제는 그와 별개의 또 다른 문제예요.

나는 아직 젊은 여성인데

남편은 집에 들어오지도 않고

사업을 한다며 밖으로 돌아다닌다면,

이런 결혼 생활을 내가 영위할 필요가 있느냐 하는 겁니다.

이것은 앞에 말한 내용과는 별개로

질문자가 어떤 인생을 살 것인지에 해당하는 문제입니다.

 

 

과거를 논하지 말고 '너도 바람피우니까 나도 다른 남자 만나서 행복을 구하겠다' 하는 것도 한 방법이에요.

그러나 그것은 갈등을 확산시킬 위험이 높고

아이 교육에도 안 좋아요.

그러니 참지 말고 남편을 불러서 이렇게 요청하세요.

 

'당신이 집을 비우고 안 들어오니 내가 너무 외롭다.

아이만 쳐다보고 살기에는 너무 외로우니

당신 사업도 좋지만

나와 아이들을 위해서 집에 들어오는 횟수를 늘려 달라.‘

 

한 번, 두 번, 세 번 진지하게 요청을 해보는 겁니다.

너무 강하게 요구하지 말고

조금씩 요청해 보고, 부족하면 또 요청하세요.

상황을 풀기 위한 노력을 한 번 해보라는 겁니다.

 

이럴 때는 솔직한 게 제일 좋습니다.

남편이 어느 정도 변화가 있어서 같이 살만 하면

이대로 관계를 유지하고

만약 남편이 전혀 개선의 여지가 없고 자기 멋대로 생활한다면

질문자가 선택을 해야 됩니다.

 

첫째, 아이 엄마로서가 아니라 한 여성으로서

이런 남자하고는 도저히 못 살겠다고 느낀다면

이혼을 하고 자녀의 양육을 위해 서로 협의를 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둘째, '어차피 이혼하고 혼자 살아도 뾰족한 수가 없다.

애도 있는데 지금 딴 남자 만나기도 그렇고

여러 가지가 복잡하다' 이런 판단이 든다면

아이의 아빠이고 가끔은 남편 구실을 하니까

부족한 점이 있긴 하지만

감수하고 같이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둘 중에 질문자가 결정을 해야 돼요.

 

그전에 먼저 나의 어려움을 남편한테 솔직하게 얘기하세요.

'과거를 갖고 논하는 게 아니라

현재 내가 이런 어려움이 있으니 좀 감안해 달라' 하고 요청하세요.

자존심 상한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이런 과정을 안 거치고 이혼을 하면

나중에 미련이 남거나 후회할 수가 있습니다.

이런 과정을 안 거치고 계속 같이 살아도

내면에 불만이 쌓입니다.

 

먼저 최선을 다해서 노력해 보고, 개선이 되면 다행입니다.

개선이 안 되면 결정을 해야 합니다.

이혼을 할지

아니면 개선이 안 되는 걸 전제로 하고

'그래도 이게 낫다' 하고 받아들이고 살아갈지,

둘 중에 결정을 내려야 해요.

 

그러면 내가 선택한 것이니까

불만을 가지지 않게 됩니다.

이런 관점을 가지고 절차를 하나씩 밟아 나가보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