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고민은 엄마와의 갈등입니다.
저는 엄마의 사랑을 굉장히 많이 받으며 자랐고
어릴 때부터 엄마를 많이 따르고 존경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결혼하고 나서 철이 좀 들고 보니까
어느 순간 엄마가 너무 철이 없어 보였습니다.
자기밖에 모르고,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핑계만 대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엄마에게 전화도 하기 싫을 정도로
너무 갈등의 골이 깊어졌어요.
이런 상황이 된 게 너무 속상합니다.
어떻게 갈등을 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왜 속상합니까?
질문자를 낳아서 키운 사람이 엄마입니다.
엄마는 자기가 낳은 자식을 핏덩이 때부터 키우니까
자식이 다 큰 뒤에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식이 크면 부모의 말을 듣나요?
안 듣습니다.
자식도 부모 말을 안 듣는데
하물며 자식이 부모에게
이래라저래라 요구한다고 해서 부모가 그렇게 할까요?
...
엄마가 안 바뀔 줄 아는데
내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모른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저도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
왜 미워요? 본인이 살고 싶은 대로 알아서 사는데 왜 미워요?
...
엄마가 ‘나, 나, 나’ 하고 살았기 때문에
질문자와 같은 애도 낳고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거예요.
그 정도로 자기 중심성이 없었으면
어떻게 그 험난한 시대에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었겠어요?
...
엄마가 이만큼 키워 줬으면 됐지,
질문자의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엄마한테 의지하고 상담하려고 해요?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닐까요?
질문자는 지금 엄마를 욕하면서
아직도 엄마한테 뭘 얻으려고 하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걸 엄마가 주지 않으니까 엄마를 비난하는 것인데
그런 태도는 정말 잘못된 겁니다.
...
연락하고 싶지 않으면 연락을 안 하면 되지
그게 뭐가 문제예요?
그건 질문자의 자유입니다.
질문자가 방금
‘엄마한테 의지도 좀 하고 싶고,
엄마에게 고민 상담도 좀 하고 싶다’ 이렇게 말했잖아요.
이것은 다 질문자의 요구입니다.
질문자의 요구를 엄마가 들어주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거잖아요?
말을 아무리 빙빙 돌려도 그 얘기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질문자를 스무 살이 넘도록 잘 키워 주었잖아요.
지금은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질문자가
엄마의 원하는 걸 도와주려고 해야지
왜 아직도 자기가 원하는 걸 엄마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질문자가 아직 성인이 안 되었다는 걸 방증합니다.
아직 어린애 같은 사고를 하고 있는 거예요.
나이만 들고 덩치만 컸지, 어린애 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겁니다.
엄마한테 ‘이거 해줘!’ 하면서
앵앵거리고 우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
질문자가 연락하기 싫은 이유는
내가 원하는 걸 안 해 줘서 그런 거 아니에요?
...
엄마가 어떤 얘기를 해요?
...
그럼 엄마가 다 큰 딸한테 힘든 이야기를 좀 하면 안 돼요?
내가 힘든 얘기를 엄마한테 좀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선수를 쳐서 나한테 힘든 얘기를 먼저 하니까
기분이 나쁘다, 이런 얘기를 지금 하고 있네요.
질문자가 힘든 얘기는
오늘처럼 스님한테 하고
질문자는 엄마의 힘든 얘기를 좀 들어줘 보세요.
그게 뭐 어려워요?
아빠가 안 계세요?
...
이혼한 여인이 늙어서 혼자 살려면 여러 가지 고민이 많겠죠?
그런 고민을 누구한테 얘기할 수 있을까요?
남편이 있으면 남편한테라도 좀 얘기하겠는데,
남편도 없으니 자식에게 얘기해야 할 것 아닙니까.
아들보다는 딸한테 하기가 쉽잖아요.
딸이 엄마의 고민을 좀 들어주면 좋죠.
‘그래그래, 엄마! 그렇구나! 아이고, 힘들지?’
이렇게 전화하고 끊으면 됩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질문자는 엄마에게
뭘 해 줘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겁을 내는 겁니다.
엄마는 뭘 해 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하소연을 좀 하는 거예요.
하소연을 하면 좀 들어드리면 돼요.
엄마의 하소연이 너무 길고 듣기 힘들면
한쪽 귀에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들으면서
한쪽 귀만 전화기에 대고
‘응, 엄마. 그래요’ 하고 듣는 시늉만 해줘도
엄마는 좋아할 겁니다.
정신과 의사들도 환자가 와서 했던 말을 반복해서 하는 걸 듣다 보면
정신질환이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정신질환 환자만 계속 상대하니까
정신질환이 전이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을 상담하는 의사가 따로 있어요.
그럴 때 정신과 의사들이 사용하는 여러 가지 치료 방법 중 하나가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른 쪽 귀로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겁니다.
정신과 상담은
환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니고 환자가 마음을 풀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그것처럼 엄마가 자식한테 무슨 특별히 요구할 게 있겠어요?
그냥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푸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엄마의 얘기를 듣고 나서
‘남자가 좀 필요하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럴 때 영감님을 한 명 구해 주는 게 효도입니다.
엄마가 남자친구 사귄다고 할 때
‘나이가 들어서 무슨 남자야?’ 이렇게 화를 내면 안 돼요.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친구가 필요합니다.
어머니의 얘기를 가만히 들어보고 해 줄 수 있는 게 있으면 해 주면 되고
못 해줘도 괜찮습니다.
못 해주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자식은 부모를 보살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스무 살이 넘으면
부모는 더 이상 자식을 보살필 의무가 없어지고
자식도 더 이상 부모의 말을 들어야 할 의무가 없어집니다.
성인 대 성인의 관계가 되기 때문입니다.
필요하면 서로 도울 뿐입니다.
도와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니 바빠서 전화를 받기 힘들면
안 받으면 됩니다.
설령 전화를 받게 되더라도
‘엄마가 힘든 줄은 아는데
나 지금 급한 일이 있어. 나중에 전화해’
이렇게 말하고 끊으면 됩니다.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전화를 다시 받으면 돼요.
또 시간이 나면
좀 엄마의 이야기를 좀 들어주면 됩니다.
그럴 때 듣는 게 힘들면
한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들으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별로 힘들 것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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