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자기밖에 모르는 엄마가 너무 싫어요. (2024.09.14.)

Buddhastudy 2024. 9. 19. 19:34

 

 

저의 고민은 엄마와의 갈등입니다.

저는 엄마의 사랑을 굉장히 많이 받으며 자랐고

어릴 때부터 엄마를 많이 따르고 존경했습니다.

그런데 저도 결혼하고 나서 철이 좀 들고 보니까

어느 순간 엄마가 너무 철이 없어 보였습니다.

자기밖에 모르고, 다른 사람은 안중에도 없고

핑계만 대고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는 사람이라는 걸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는 엄마에게 전화도 하기 싫을 정도로

너무 갈등의 골이 깊어졌어요.

이런 상황이 된 게 너무 속상합니다.

어떻게 갈등을 풀어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그게 왜 속상합니까?

 

질문자를 낳아서 키운 사람이 엄마입니다.

엄마는 자기가 낳은 자식을 핏덩이 때부터 키우니까

자식이 다 큰 뒤에도

자기가 원하는 대로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식이 크면 부모의 말을 듣나요?

안 듣습니다.

자식도 부모 말을 안 듣는데

하물며 자식이 부모에게

이래라저래라 요구한다고 해서 부모가 그렇게 할까요?

 

...

 

엄마가 안 바뀔 줄 아는데

내가 어떤 마음을 가져야 하는지 모른다는 게 무슨 말인가요?

저도 그 말이 무슨 말인지 모르겠네요.

 

...

 

왜 미워요? 본인이 살고 싶은 대로 알아서 사는데 왜 미워요?

 

...

 

엄마가 , , 하고 살았기 때문에

질문자와 같은 애도 낳고

지금까지 살 수 있었던 거예요.

그 정도로 자기 중심성이 없었으면

어떻게 그 험난한 시대에 아이를 낳고 키울 수 있었겠어요?

 

...

 

엄마가 이만큼 키워 줬으면 됐지,

질문자의 나이가 몇 살인데

아직도 엄마한테 의지하고 상담하려고 해요?

그 생각 자체가 잘못된 게 아닐까요?

질문자는 지금 엄마를 욕하면서

아직도 엄마한테 뭘 얻으려고 하고 있어요.

내가 원하는 걸 엄마가 주지 않으니까 엄마를 비난하는 것인데

그런 태도는 정말 잘못된 겁니다.

 

...

 

연락하고 싶지 않으면 연락을 안 하면 되지

그게 뭐가 문제예요?

그건 질문자의 자유입니다.

질문자가 방금

엄마한테 의지도 좀 하고 싶고,

엄마에게 고민 상담도 좀 하고 싶다이렇게 말했잖아요.

이것은 다 질문자의 요구입니다.

 

질문자의 요구를 엄마가 들어주어야 한다고 얘기하고 있는 거잖아요?

말을 아무리 빙빙 돌려도 그 얘기입니다.

 

그런데 엄마는 질문자를 스무 살이 넘도록 잘 키워 주었잖아요.

지금은 물질적이든 정신적이든 질문자가

엄마의 원하는 걸 도와주려고 해야지

왜 아직도 자기가 원하는 걸 엄마가 해줘야 한다고 생각해요?

그건 질문자가 아직 성인이 안 되었다는 걸 방증합니다.

아직 어린애 같은 사고를 하고 있는 거예요.

나이만 들고 덩치만 컸지, 어린애 같은 생각을 하고 사는 겁니다.

엄마한테 이거 해줘!’ 하면서

앵앵거리고 우는 상태에 머물러 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

 

질문자가 연락하기 싫은 이유는

내가 원하는 걸 안 해 줘서 그런 거 아니에요?

 

...

 

엄마가 어떤 얘기를 해요?

 

...

 

그럼 엄마가 다 큰 딸한테 힘든 이야기를 좀 하면 안 돼요?

내가 힘든 얘기를 엄마한테 좀 하려고 했는데

엄마가 선수를 쳐서 나한테 힘든 얘기를 먼저 하니까

기분이 나쁘다, 이런 얘기를 지금 하고 있네요.

질문자가 힘든 얘기는

오늘처럼 스님한테 하고

질문자는 엄마의 힘든 얘기를 좀 들어줘 보세요.

그게 뭐 어려워요?

아빠가 안 계세요?

 

...

 

이혼한 여인이 늙어서 혼자 살려면 여러 가지 고민이 많겠죠?

그런 고민을 누구한테 얘기할 수 있을까요?

남편이 있으면 남편한테라도 좀 얘기하겠는데,

남편도 없으니 자식에게 얘기해야 할 것 아닙니까.

아들보다는 딸한테 하기가 쉽잖아요.

딸이 엄마의 고민을 좀 들어주면 좋죠.

 

그래그래, 엄마! 그렇구나! 아이고, 힘들지?’

이렇게 전화하고 끊으면 됩니다.

그렇게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질문자는 엄마에게

뭘 해 줘야 한다는 부담을 느끼기 때문에

겁을 내는 겁니다.

엄마는 뭘 해 달라는 게 아니라

그냥 하소연을 좀 하는 거예요.

하소연을 하면 좀 들어드리면 돼요.

 

엄마의 하소연이 너무 길고 듣기 힘들면

한쪽 귀에 법륜스님 즉문즉설을 들으면서

한쪽 귀만 전화기에 대고

, 엄마. 그래요하고 듣는 시늉만 해줘도

엄마는 좋아할 겁니다.

 

정신과 의사들도 환자가 와서 했던 말을 반복해서 하는 걸 듣다 보면

정신질환이 생길 위험이 있습니다.

정신질환 환자만 계속 상대하니까

정신질환이 전이가 되는 겁니다.

 

그래서 정신과 의사들을 상담하는 의사가 따로 있어요.

그럴 때 정신과 의사들이 사용하는 여러 가지 치료 방법 중 하나가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다른 쪽 귀로 환자의 이야기를 듣는 겁니다.

정신과 상담은

환자가 자신의 이야기를 하도록

도와주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입니다.

환자의 요구를 들어주는 것 같지만

그게 아니고 환자가 마음을 풀도록 도와주는 거예요.

 

그것처럼 엄마가 자식한테 무슨 특별히 요구할 게 있겠어요?

그냥 자신의 답답한 마음을 푸는 겁니다.

 

예를 들어

엄마의 얘기를 듣고 나서

남자가 좀 필요하구나!’ 이렇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그럴 때 영감님을 한 명 구해 주는 게 효도입니다.

엄마가 남자친구 사귄다고 할 때

나이가 들어서 무슨 남자야?’ 이렇게 화를 내면 안 돼요.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친구가 필요합니다.

어머니의 얘기를 가만히 들어보고 해 줄 수 있는 게 있으면 해 주면 되고

못 해줘도 괜찮습니다.

못 해주는 것에 대해 부담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

왜냐하면 자식은 부모를 보살펴야 할 의무가 없기 때문입니다.

자식이 스무 살이 넘으면

부모는 더 이상 자식을 보살필 의무가 없어지고

자식도 더 이상 부모의 말을 들어야 할 의무가 없어집니다.

 

성인 대 성인의 관계가 되기 때문입니다.

필요하면 서로 도울 뿐입니다.

도와야 할 의무는 없습니다.

 

그러니 바빠서 전화를 받기 힘들면

안 받으면 됩니다.

설령 전화를 받게 되더라도

엄마가 힘든 줄은 아는데

나 지금 급한 일이 있어. 나중에 전화해

이렇게 말하고 끊으면 됩니다.

 

나중에 시간이 날 때 전화를 다시 받으면 돼요.

또 시간이 나면

좀 엄마의 이야기를 좀 들어주면 됩니다.

그럴 때 듣는 게 힘들면

한쪽 귀에 이어폰을 끼고 들으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별로 힘들 것이 없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