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자녀들이 행복하게 지내려면 엄마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2024.06.12.)

Buddhastudy 2024. 6. 20. 18:59

 

 

저는 정토회를 만나 불교대학과 경전대학을 마치고 전법 회원이 되어 봉사하면서

마음이 아주 평온해졌습니다.

이리저리 껄떡대거나 화내는 일이 별로 없을 정도로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저는 자녀가 셋입니다.

아이들 셋 모두 큰 문제 없이 건강하게 성인이 되었습니다.

그런데 아이들은 저보다 행복하지 않은 것 같습니다.

아이들에게 정토불교대학이나 행복학교 청년프로그램에 대해 안내해 주었지만

해볼 마음이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볼 때는 아이들이 지금 가진 것만 해도 충분히 행복할 수 있을 것 같은데

경제적으로는 상대적인 부족감을 느끼면서 우울해하기도 하고

외모에 치중하여 성형수술을 하겠다고 하기도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듭니다.

저 나름대로 이런저런 얘기는 해보지만

별 효과는 없는 것 같습니다.

제가 나이 50이 다 되어서야 알게 된 부처님의 가르침을

아이들은 저보다 좀 더 일찍 알아서

20대부터 행복하게 살았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똑같은 상황에서도 아이들이 가진 것에 감사하며

더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하려면

엄마로서 무엇을 해야 할까요?//

 

 

질문자가 불법을 만나서 괴로움이 좀 없어지고 좀 더 자유로운 마음이 됐다고 하면

아이들은 질문자의 삶을 보고 영향을 받지

질문자의 말을 듣고 영향을 받는 게 아닙니다.

 

아이들은 질문자가 자꾸 불교대학 해보면 어떻겠냐?’

이렇게 얘기하면 귀찮아하고

나중에는 마음속에 시비심이 일어나서 거부하게 됩니다.

 

엄마는 불교대학 나와 놓고도 그래?’

전법회원이 되어도 그래?’

자기도 못 하면서 우리 보고 하라 그래?’

이렇게 말은 안 하지만 속으로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질문자가 말을 하지 않으면

이런 반발심이 일어나지 않는데,

말을 하면 사람의 심리가 자꾸 트집을 잡게 돼요.

 

스님이 만약에 대중과 같이 살면서

아무 잔소리도 안 하면, 사람들은 스님을 늘 존경합니다.

그런데 스님이 작은 일에 자꾸 간섭하면

처음에는 한두 번 고맙게 여기지만

나중에는 스님도 안 하던데?’ 하고 반발하게 됩니다.

 

인간의 심리가 그렇습니다.

나빠서 그런 게 아니라

자기방어를 위해서 반발하는 거예요.

이렇게 속으로 자꾸 반발하게 되면 오히려 점점 더 멀어지게 됩니다.

 

설령 엄마 말을 듣고 불교대학을 등록했다 하더라도

간섭을 하지 말아야 하는데

공부는 잘하니?’, ‘해보니 어떻니?’, ‘좋지?’

이렇게 자꾸 묻잖아요.

 

게다가 조금만 마음에 들지 않는 행동을 하면

너 불교대학 다니는 게 그렇게 하면 되니?’,

스님이 그렇게 가르쳐 주더냐?’ 하고 간섭합니다.

이러면 아이들이든 남편이든 대부분 속박을 받는다고 느끼게 됩니다.

뭔가 올가미를 씌워서 끌고 가려는 것처럼 느낀다는 거죠.

 

나는 좋은 마음을 냈는데 상대는 그런 느낌을 받게 되기 때문에

알리는 것만 하는 게 좋습니다.

이런 게 있다’, ‘엄마는 해보니 좋더라

이 정도에서 끝내야 합니다.

어떤 경우에는 좀 강하게 이야기했기 때문에

억지로 끌려와서 효과가 날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압박하는 쪽으로 가면

효과가 날 확률보다는 반발을 일으킬 확률이 더 높습니다.

 

질문자가 이야기한 것처럼 어떤 어려움이 있어도

스스로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정도가 되었다면,

아이들이 살다가 힘들 때 엄마한테 와서 스스로 물어볼 겁니다.

나는 이렇게 힘든데 엄마는 힘 안 들어?’,

엄마는 그때 아버지가 그렇게 했는데 괜찮아?’하고 물을 때

이렇게 대답하면 됩니다.

 

나도 옛날에 진짜 힘들었는데

이 법문 들으면서 요즘 조금 나아졌어!

인생이 별거 아니라는 생각이 요즘 자꾸 들어.’

이렇게 말할 수 있을 때 아이들이 조금 관심을 갖게 되는 겁니다.

그냥 이런 게 있다고 알리기만 한다든지

재미있는 즉문즉설 유튜브가 있으면 보내 준다든지

이런 정도로만 해야지

강요한다고 느끼게 되면 요즘 젊은이들은 더더욱 반발이 심합니다.

 

질문자가 법문 들어서 기쁘고 정토회 활동이 좋다고 해도 이들이 보는 관점은 달라요.

이들은 엄마가 내가 원하는 걸 얼마나 해줬나?’

이런 것을 갖고 평가합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정토행자로서의 관점을 분명히 해야 해요.

 

아이들이 성형수술을 한다고 하면

엄마가 반대는 하지만

네 돈 갖고 하는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엄마는 그런 돈은 못 준다.’

이렇게 뜻을 분명히 밝혀야 합니다.

 

사치품을 산다고 하면

네가 하는 건 네 자유지만 엄마는 지원을 못 한다.’

이렇게 말할 수 있어야 해요.

자기 돈 갖고 자기가 하겠다는 것에 대해서는

안 하면 좋겠다고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개인의 자유이기 때문에 강요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엄마의 돈을 달라고 할 때는

딱 잘라서 얘기해야 해요.

얼굴을 고친다고 행복해지는 것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엄마는 찬성할 수가 없다

이렇게 입장을 명확하게 얘기하는 게 필요합니다.

 

정토행자는 어떤 것이든 낭비해서는 안 됩니다.

어떤 것이든 내 것이라고 내 마음대로 써서는 안 됩니다.

왜냐하면 이 지구에 개인 것이 어디 있어요?

다 공공재죠.

다만 나에게 활용할 수 있는 권한이 지금 있는 것일 뿐입니다.

 

그러니 개인을 위해서는 최소한으로 쓰고

공공의 이익과 어려운 사람을 돕기 위해서는

기꺼이 함께 나눠 쓰는 자세가 필요합니다.

 

아무리 자녀라 하더라도

그런 행동은 정토행자가 지향하는 삶의 원칙에 맞지 않는다는 관점을 가져야

아이들에게 엄마가 어떤 인생을 사는 사람이라는 게 잡힙니다.

그냥 종교로 유인하듯이

절에만 다니면 네가 원하는 건 내가 뭐든지 다 해 줄게

이런 방식의 접근법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아이들보고 뭐라 하기 전에 자기 변화가 우선입니다.

그러나 알림은 해야 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좋은 기회를 그들이 가질 수 있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모르면 못 하니까 알려주기는 해야 합니다.

그러나 강요해서는 안 된다는 관점을 가지면 좋겠어요.

 

질문자가 우리 아이들도 마음공부를 했으면 좋겠다.’ 하고 생각하는 것은

좋게 말해서 전법을 하는 마음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단지 내 자식에 대한 자기 애착에 불과합니다.

 

질문자가 나이 50에 불법을 만나 잘 살 듯이

아이들도 온갖 어려움을 겪고 나면

결국에는 불법을 찾게 될 겁니다.

 

어릴 때 불법을 만나면 좋겠지만

아이들은 지금 그게 귀에 들리지 않습니다.

질문자도 20대에 불법을 만났다면 귀에 들어왔겠어요?

인생을 살면서 온갖 애환을 겪고 나니까

그때 서야 겨우 귀에 들어오게 된 겁니다.

 

모든 것은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강요하지는 않되 아이들이 관심을 가질 때는

언제나 가까이에서 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합니다.

불교대학이든, 행복학교든, 즉문즉설이든,

이렇게 항상 열어놓고 있어야

관심이 생길 때 찾아오게 됩니다.

누구도 억지로 하도록 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니 자기 정진에 더 집중하면 좋겠어요.

질문자의 아이들을 향한 마음은

전법의 의지보다는

애착의 마음이 드러난 거라는 것을 아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