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왕께서 국민총행복지수(Gross National Happiness, GNH)로
우리의 삶을 평가해야 한다고 말씀하신 것을
저는 매우 감명 깊게 들었고, 전적으로 동의하고 받아들입니다.
저는 한국에서 검소하고 소박하게 살면서도
행복하게 사는 공동체를 만들고 확대해 나가고 있습니다.
부처님께서는 2600년 전에
이미 그런 삶의 모델을 상가공동체를 만들어 보여주셨습니다.
그러나 현재 대부분의 불교는
세상의 복을 구하거나 소비주의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탄에서는 국민총행복지수(GNH)를 기준으로
삶의 질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인류가 적게 소비하면서도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삶의 모델을
부탄의 한 지역에 만들어 보면 어떨까 하고 제안드립니다.
제 이야기를 듣고 많은 사람들이
한국의 한 지역에서 그런 모델을 만들어 보면 어떠냐는 제안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한국은 이미 소비 수준이 너무 높아서
그걸 실현하려면 소비 수준을 많이 낮춰야 합니다.
그러면 큰 저항에 부딪혀 추진하기가 매우 어려울 것입니다.
부탄은 아직 개발이 덜 되었기 때문에
현재의 삶을 조금 개선해 주면서
어느 정도 이상은 개발하지 말자고 약속하는 것이 가능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부탄이 전 세계에서
지속가능한 개발을 할 수 있는 가능성이 가장 높은 곳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조건이 너무 열악하면 사람들은 행복할 수 없습니다.
약간 불편함을 감수하더라도
삶의 조건이 어느 정도 갖추어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이나 미국에서 살던 사람들이
이곳 부탄에 와서 살아 봤을 때
‘조금 불편하지만 공기 좋고 물 맑고
여유로운 삶을 살면서도 환경을 지킬 수 있으니
이런 삶도 괜찮구나’ 하고 느낄 수 있는 정도는 되어야
경쟁력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지속 가능한 삶의 모델을
함께 만들어 보자는 제안을 해 봅니다.
지난번에 제가 부탄을 방문했을 때
부탄의 동부 지역까지 답사를 해봤습니다.
답사를 하고 나서 여섯 가지 정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첫째, 사람들의 의식주 등 생활 환경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둘째, 농수로 개선, 농산물 보관 창고 마련, 1차 가공 등 농업 생산 방법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셋째, 교육시설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넷째, 의료시설이 개선되어야 합니다.
다섯째, 전력, 도로와 같은 사회 간접자본이 확충되어야 합니다.
여섯째,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문화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발을 할 때는 탄소 제로를 이루어서 환경적으로 지속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부처님의 가르침에도 맞게 해야 합니다.
물질적 개발뿐만 아니라
정신적 개발을 통해 만족을 얻는 수행도 병행해야 합니다.
그리고 전통문화를 보존하고
민주주의가 실현되는 공동체를 건설해야 합니다.
부탄에서도 가장 개발이 되지 않은 한 개 지역을 선정해서
부탄 정부와 JTS가 협력하여
10년 계획을 갖고 함께 개발해 보면 어떨까 합니다.
이렇게 개발한 곳에 사람들이 와서 보고
‘조금 불편하지만 이 정도면 살 만하겠다’ 하고 생각할 정도는 되면 좋겠어요.
그렇게 되면 단순히 둘러보기형 관광 상품이 아닌
‘부탄 가서 한 달 살아보기’와 같은 체험형 관광 상품도 개발할 수 있을 것입니다.
국왕께서 이런 제안에 동의하셔서
이를 담당할 정부 부처를 소개해 주신다면
JTS가 함께 구체적인 설계를 하고 재정도 지원할 예정입니다.
이것은 단순히 가난한 사람을 돕는 일이 아닙니다.
인류의 미래를 위해 지속 가능한 삶의 모델을 만든다는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일입니다.
물론 실패하더라도 최소한 해당 지역의 사람들의 삶이 개선되었다는
좋은 결과가 남을 것이기 때문에
큰 문제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인간의 욕망을 어느 수준에서 멈추게 할 것인지가 관건입니다.
‘만족할 수 있는 수준을 어떻게 조절할 것인가?’ 하는 과제를 풀기 위해서는
먼저 부탄 비구니 승단에
붓다 담마를 교육하는 일을 시작해야 합니다.
저는 부탄 비구니 승단이 중심적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저의 제안은 여기까지입니다.
...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이 있습니다.
국왕께서는 큰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습니다.
사람들이 저보고 이상주의자라고 하는데
오늘 국왕의 말씀을 들으니
저보다 더 이상을 추구하시는 것 같습니다.
...
저의 제안은 미래 지향적이면서도
현재 부탄에 살고 있는 사람들을 돕는 프로그램입니다.
현재 생활이 어려운 사람들에게 좀 더 적극적으로 도움을 주되
그러나 추가적인 개발은 제한하는 방식입니다.
가난하지만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모델을 만들고자 하는 것입니다.
지구상에 빈곤층이 10억 명 정도 되는데
저는 그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는 최소한의 개발이 적은 비용으로도
가능하다는 모델을 제시하고자 합니다.
그렇게 해서 가난하더라도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부탄 사람들이 되길 바랍니다.
가장 적은 돈으로 어떻게 사람의 삶을 개선할 수 있는지 방법을 찾으려면
적어도 1년 이상 현지 조사가 이뤄져야 됩니다.
왜냐하면 이 방법에 대해 주민들 모두가 찬성해야 되기 때문입니다.
주민들은 무조건 많이 지원해달라고 요청하기가 쉽습니다.
그래서 어느 것을 선택해야 될지 주민들과 같이 의논해서 조정해야 합니다.
어떤 지역은 도로가 우선이고
어떤 지역은 농업개발이 우선이고
어떤 지역은 교육이 우선이고
요구 사항이 동네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전부 주민들과 논의를 해서
가난하면서도 행복도가 높은 개발을 해보려고 합니다.
주민들에게 꼭 무슨 교육과 기술이 더 필요한 것은 아닙니다.
현재 그들이 살고 있는 그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면서도
조금 더 행복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주민들이 ‘부탄에 태어난 것이 내 인생의 가장 큰 복이다’ 하고
느끼도록 해야 합니다.
...
네, 실패해도 손해날 것이 하나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가난한 사람들의 물질적 삶의 질이 조금 더 개선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렇게 했을 때 GNH가 높아진다는 것이 증명되어야
성공적인 모델이 됩니다.
그래서 저는 GNH의 샘플을 하나 만들어 보고 싶습니다.
...
저는 부탄에서 가장 가난한 지역을 선정해서 추진해 보고 싶습니다.
그러나 주민들이 협력해야 합니다.
주민들이 동의하지 않는다면 의미가 없습니다.
그리고 그 지역 공무원들이 이 취지를 이해하고 함께 해야 됩니다.
정말 우리의 삶을 가장 효과적으로 개선하려면
무엇부터 해야 할 것인지
주체적으로 연구하는 관점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서 정말 내 돈처럼 아껴 쓰는 공무원들이 결합하여야 합니다.
어려운 사람들을 돕고 삶의 질을 개선하는 것이 목표인 국가는
제가 볼 때 부탄이 유일하기 때문에
부탄 정부와 이 일을 해보고 싶습니다.
국왕께서 그런 관점을 갖고 계시고,
또 아직 부탄은 저개발 상태이고 인구도 적기 때문에
우리가 조금만 더 노력을 하면
더 나은 개선책을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저는 외국인을 위한 부탄이 아닌 부탄 사람들을 위한 부탄을 만들기 위해
기여하고 싶습니다.
...
감사합니다.
저는 어떤 나라를 가든
그 지역 사람들만을 위합니다.
저는 부탄을 아끼기 때문에 이런 제안을 하는 것입니다.
초대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
얼마든지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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