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한 지 23년 차 되었고, 아들 둘은 성인이 되었습니다.
몇 년 전 제가 이혼한 친구들을 따라서
남자들과 술도 마시고, 노래방도 가고 어울리다가
남편이 알게 되어 부모님과 자식들 앞에서 망신을 당했습니다.
그 뒤로는 아이들을 건사하고 직장을 다니면서 잘 살았는데
2년 전에 남편이 몇 명의 여자들과 외도한 사실을 알게 되어 충격을 받았습니다.
남편은 지금 반성을 하고 착실하게 잘 살고 있지만,
‘그때 네가 남자들과 어울리지 않았으면
나도 절대 그러지 않았을 것이다’라고 말하곤 합니다.
지금 제가 과보를 받는 것일까요?
남편이 외도했던 장소들이
제가 살던 친정 동네, 아이들을 키웠던 동네, 지금 살고 있는 옆 동네여서
그 장소를 지날 때마다 마음이 너무 괴롭습니다.
제가 마음을 어떻게 가져야 할까요?//
남편은 질문자가 그렇게 놀러 다니지 않았다고 해도
바람이 날 수가 있어요.
갱년기가 오거나 마음이 우울하면
바람을 피우게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아니면 질문자가 그렇게 집을 나가 놀러만 다니니까
남편이 홧김에 본인도 나가 놀다가 재미를 붙였을 수도 있죠.
어느 것이 사실인지는 알 수가 없어요.
과거 나의 행위를 핑계로 삼는 것인지,
정말로 그것 때문에 그랬는지
지금 그걸 따져서 뭐 하겠어요?
그냥 그런 일이 생겼을 뿐이에요.
그런데 질문자도
친구 따라 술도 마시고, 다른 남자들과 다녀보니까
약간 죄의식이 들긴 하지만
중년에 그렇게 노는 것도 재미가 있다는 것을 느꼈잖아요.
그래서 사람은 누구나 이렇게 살아야 한다고 규정하기가 어렵습니다.
윤리와 도덕이 정한 대로 살아지는 사람도 있고,
윤리와 도덕이 사람을 속박한다고 느껴서 반발하는 사람도 있는 겁니다.
학교에서 학생들을 지도해 보면
규칙을 딱 지키고 착실하게 공부하는 학생도 있고
규칙을 어기는 학생도 있고
학생인데 벌써 학생이 가지 말아야 할 음란한 곳에 다녀와서 무용담으로 자랑하는 학생도 있고,
담배를 피우는 학생도 있고, 싸움을 하는 학생도 있습니다.
이렇게 사람은 다양합니다.
착실한 사람이 볼 때는
그런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다 나쁜 사람 같지만
그들 중에는 젊을 때 어긋난 것이 평생 어긋나는 사람도 있고
젊을 때 어긋난 덕분에 오히려 더 착실하게 살아가는 사람도 있고
학생 때 착실했던 사람이 어른이 되어서 어긋나는 사람도 있습니다.
그래서 옛날 속담에
‘늦게 배운 도둑질 밤새는 줄 모른다’ 하는 말도 있잖아요.
이 말은 이 세상에는 굉장히 다양한 사람이 존재한다는 의미입니다.
또 한 사람만 놓고 보더라도 시시때때로 다릅니다.
어느 때는 굉장히 도덕적이었다가
어떤 때는 좀 비도덕적으로 행동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이미 지나가 버린 일을 자꾸 생각하는 것은
아무런 도움이 안 됩니다.
남편이 지금도 계속 바람을 피우고 있다면
이혼을 할 것인지 여부를 질문자가 결정해야겠지만
이미 지나가 버린 과거의 문제라면
계속 문제 삼고 있을 필요가 없습니다.
남편이 옛날에 다른 여자와 외도했던 장소 얘기만 해도
지금 화가 치밀어 오른다면,
반대로 남편 역시 질문자가
다른 남자들과 술 마시러 다닌 것을 떠올릴 때마다
화가 치밀고 어긋나고 싶은 충동이 생기지 않겠어요?
만약 질문자가 착실히 살았음에도 불구하고
남편이 외도를 했다면,
그냥 이해하고 살 것인지
아니면 그것을 문제 삼아서 헤어질 것인지
결정을 해야겠지만,
질문자도 과거에 비슷한 일을 저질렀다면
더 이상 남편의 행동에 대해 따지지 않는 게 좋을 것 같아요.
남편의 마음을 어느 정도 이해하고
지금이라도 서로 뜻을 맞춰서
앞으로는 잘 사는 게 낫지 않을까 싶습니다.
자꾸 과거를 들먹여서
현재와 미래에 장애가 되도록 하는 것은
어리석은 행동입니다.
‘과보’라는 말은 ‘인과응보’의 뜻을 담고 있습니다.
죄를 지었으니까 벌을 받는다는 관점에서
자꾸 생각하면 해결이 어렵습니다.
‘옛날에 나도 놀아보니까
아무리 착실한 사람도 잘못하는 순간이 있더라.
남편도 한때 그럴 수가 있었겠네’
이렇게 남편을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과거에는 다소 문제가 있었다 하더라도
지금은 질문자도 착실하게 살고 있듯이
남편도 과거에는 문제가 좀 있었다 하더라도
현재는 착실하게 살고 있으니까
앞으로는 미래를 보고 살아가면 좋겠어요.
과거 얘기는 그만하고
앞으로의 생활을 잘해 나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자꾸 과거가 연상이 되어서 괴롭다면
그것은 일종의 정신 질환에 속합니다.
병원에 가서 오히려 치료를 받아야 할 일입니다.
스님 법문을 듣고
‘지나간 과거는 잊어버리고 미래로 가자’ 하고 자각했다면 괜찮지만,
과거 생각에 자꾸 괴로우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생긴 것이기 때문에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아야 됩니다.
...
과거의 잘못을 문제 삼아서
지금이라도 헤어져서 따로 사는 것이 낫겠어요?
이혼을 하고 혼자서 살 거예요?
아니면 다른 남자를 또 사귈 거예요?
이것저것 비교해 보면
그래도 지금 남편과 화해해서 사는 게 낫습니다.
남편이 바람을 피웠지만 참고 같이 살아준다는 뜻이 아닙니다.
과거가 어떠했든지 간에
‘지금 내가 어떤 선택을 하는 것이 나에게 이익인가’
이걸 확실하게 판단할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는 뜻입니다.
남편과 이혼하고 다른 남자를 만나는 경우,
질문자가 이만한 남자를 또 만날 자신이 있으면 괜찮습니다.
그러나 이혼하고 새로운 사람을 만나려면
관계를 다시 맺어야 하고
아이들도 다 컸는데 새로 관계를 맺게 되면
가족관계도 복잡해지잖아요.
인생을 얼마나 산다고 그렇게 복잡한 관계를 만들어서 살려고 그래요?
이혼하고 혼자 살겠다고 하면 그건 괜찮습니다.
또 남편이 특별히 폭력을 행사하는 정도가 아니라면
어지간하면 서로 맞춰서 살아가는 것이 낫지 않을까 싶어요.
이혼을 하지 말라는 뜻이 아니고
어떻게 하는 것이 인생살이가 쉬운지 살펴보라는 뜻입니다.
...
그래요. 조금 심하면 병원에 가서 진찰을 받으면 됩니다.
감기에 걸린 정도는 며칠 참아 봐도 되고
더 심하면 병원에 가서 주사 한 대 맞으면 빨리 낫습니다.
질문자는 직장도 있으니까
이혼을 하는 방법도 있어요.
그러나 이혼할 것까지 각오했다면
남편이 좀 놀게 내버려 둬도 되잖아요.
...
그러면 ‘좀 더 놀아라’ 이렇게 말하고
좀 내버려 두면 됩니다.
어차피 이혼할 것까지 생각했는데
노는 것에 대해 간섭할 필요가 없잖아요.
그런 식으로 내버려 둬도 되고, 이혼해도 되고
선택의 여지는 굉장히 많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너무 팍팍하게 굴 필요가 없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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