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중학생 딸이 담배를 피웁니다. (2023.06.30.)

Buddhastudy 2023. 10. 16. 19:42

 

 

저에게는 중학교 3학년 딸이 있는데 딸이 담배를 피웁니다.

1년 전부터 친구들과 담배를 피우기 시작해서

그동안 수차례 담배 문제로 딸과 다투었습니다.

담배 피우는 딸을 두고 제가 괴롭지 않게 사는 게

부처님 법을 제대로 이해한 것인가요?

아니면 딸은 아직 미성년자이기에

딸의 자유보다는 부모로서 계도를 우선시해야 할까요?

사실 후자를 시도해 봤지만, 딸을 계도 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계도를 할 때 제가 화를 내지 않더라도

딸은 스트레스를 받고 있어서 정서적으로 역효과를 가져오지 않을까 우려됩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좀 더 현명하게 딸을 키우는 것일까요?//

 

 

내가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면

나쁜 행동이라고 합니다.

그러나 내가 하는 행동이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나한테 피해를 준다면

그것은 나쁜 행동이라고 하지 않고

어리석은 행동이라고 합니다.

남에게 손실을 끼치거나 남을 괴롭히면 나쁜 행동이라고 말하고,

자기한테 손실을 끼치거나 자기를 괴롭히면 바보 같은 행동이라고 말해요.

 

딸이 나쁜 행동을 하면 멈추게 해야 합니다.

남을 때리거나, 성추행을 하거나, 남의 물건을 훔치거나, 욕설을 한다면,

멈추게 해야죠.

그러나 수업시간에 조는 것은 아무한테도 피해를 안 줍니다.

자기가 자기에게 손해를 끼칠 뿐입니다.

이런 경우는 나쁜 행동이 아니니까 야단을 치면 안 돼요.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서는 깨우쳐 주어야 합니다.

흔들어서 잠에서 깨도록 해주면 됩니다.

 

실내에서 담배를 피우는 행위는

남한테 피해를 주는 행위예요.

실내에서는 담배를 못 피우게 해야 합니다.

그런데 본인이 밖에 나가서 몰래 피우는 것은

아무한테도 피해를 안 줘요.

이것은 바보 같은 행동이지 나쁜 행동은 아닙니다.

 

바보 같은 행동에 대해서는 야단을 치거나 화를 내면 안 돼요.

그러면 상대가 받아들일 수가 없습니다.

내가 무슨 남한테 피해를 줬나, 무슨 잘못을 했나?’ 하고

항의를 할 겁니다.

'미성년자는 담배를 피우면 안 된다고 누가 정했는데?'

'왜 어른은 되고 우리는 안 되는데?'

이렇게 얘기할 수도 있습니다.

 

예전에는 여자가 담배를 피우면 비난을 했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여권이 신장되면서

왜 남자는 피우고 여자는 피우면 안 되냐?’ 하고 얘기하잖아요.

그것처럼 딸은 아빠한테

왜 어른은 피워도 되고, 애는 피우면 안 되냐?

건강에 나쁘면 어른도 안 피워야 되잖아하고 속말을 하고 있을 겁니다.

 

태국이나 남방불교 문화권에 가보면

할아버지 스님과 동자승이 계단에 앉아서

같이 담배를 피우는 모습을 가끔 볼 수가 있습니다.

한국의 문화로는 이해가 안 됩니다.

 

첫째, 스님이 담배 피우는 것도 문제지만

노인과 아이하고 둘이 마주 앉아서 담배를 피우는 것은

더더욱 이해가 안 되죠.

 

그런데 담배가 아메리카에서 아시아 지역으로 전해진 게

400년밖에 안 돼요.

부처님 당시에는 담배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불교 계율에 담배 피우지 마라하는 내용이 없어요.

경전에도 그런 내용이 없고, 계율에도 그런 내용이 없으니까

기호품으로 생각하고 담배를 같이 피우는 겁니다.

 

비유하자면 할아버지도 껌을 하나 물고,

아이도 껌을 하나 무는 것과 같습니다.

한국에서도 껌은 할아버지와 손자가 같이 씹잖아요.

그런 것처럼 남방 불교에서는

노인과 아이가 담배를 같이 피우는 겁니다.

 

그래서 남방불교에서는 절에 갈 때

많은 사람이 담배를 사서 스님들에게 선물해요.

제가 어릴 때 선생님에게 인사를 갈 때

술과 담배를 사서 가곤 했던 것과 비슷합니다.

 

요즘은 그런 문화가 많이 없어졌죠.

세계적으로 담배가 몸에 해롭다고 금연 운동이 일어나니까,

태국에서는 스님들에게 담배 선물은 삼가주십시오하는 권유를 많이 합니다.

미얀마에서도 계율을 철저히 지키는 스님들이 계율에는 없다는 이유로

담배를 피웁니다.

 

남자든 여자든, 아이든 어른이든, 건강에 해롭다면

모두가 담배를 안 피워야죠.

한국 문화권에서 살고 있기 때문에

남자는 피워도 되고 여자는 피우면 안 되고

어른은 피워도 되고 아이는 피우면 안 된다는 생각을 하는 겁니다.

 

담배는 건강에 해롭고, 나쁘다하는 생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화가 나는 거예요.

그냥 내버려 두든지,

껌 씹는 정도로 생각하시면 돼요.

 

껌 씹는 것도 건강에 해로우면

그만 씹어라. 몸에 나쁘다이렇게 얘기할 수가 있잖아요.

그것처럼 아빠로서 딸의 건강이 걱정되니까

얘야, 몸에 해로우니 그만 피우면 어떻겠니?’ 하고 대화를 하면 되죠.

 

그래도 딸이 말을 안 듣는다면 그건 어떻게 할 수가 없어요.

가능한한 잔소리가 안 되도록 가볍게 물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같이 앉아서 놀면서 다른 얘기를 하다가

너 요새 얼마나 피니? 미성년자일 때는 담배가 몸에 매우 해롭단다하면서

의학적인 증거를 알려 주는 정도로 말해주면 됩니다.

 

담배를 피우고 싶은 것은 이해하는데

아빠는 너의 건강이 걱정이란다.’

이렇게 대화를 하는 게 좋습니다.

 

그렇게 해서 담배를 안 피우면 다행이고,

담배를 피워도 나중에 건강이 나빠지면 본인이

그때 아빠가 말할 때 그만둘 걸.

잔소리로 들었는데 아빠가 나를 많이 사랑했나 봐하고 자각을 할 겁니다.

 

딸과 대화를 나눌 때

담배를 피우느냐, 안 피우느냐에 너무 목적을 두지 마세요.

내가 딸을 얼마나 사랑하고,

딸의 건강을 얼마나 염려하고 있는지

그 마음을 보여주는 게 더 중요합니다.

 

질문자가 한국 사람들이 갖고 있는 가치관과 문화 속에서 자라서 그렇습니다.

어디 어린아이가 담배를 피우느냐?’

또는 어디 여자가 담배를 피우느냐?’

이런 선입관에 사로잡혀 있어서 스트레스를 받는 겁니다.

 

저는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어릴 때 세배하러 다니면 초등학생에게도 술을 주었습니다.

그래서 아이가 술을 먹는 것에 대해 나쁘다는 생각을 전혀 안 했어요.

 

제사를 지낼 때도 아이들한테 음복이라고 해서

예의를 갖추어 술을 마시도록 가르쳤죠.

이렇게 제 또래의 사람들은

술에 대해 굉장히 관대한 문화를 갖고 있습니다.

 

담배의 경우에는 나쁘다는 인식이 좀 강합니다.

하지만 동남아시아에서는

담배는 굉장히 관대한 반면에

술은 입에만 대도 큰일이 납니다.

 

이렇게 문화 차이가 존재하는 거예요.

그래서 담배 피우는 딸을 너무 나쁘게 생각하지 않는 게 좋습니다.

그러나 건강에 해롭다는 것을 깨우쳐 주는 것은 필요합니다.

 

...

 

그냥 건강에 나쁘니까 피우지 마라하는 정도로 말해야지

약속을 받아내고, 용돈을 깎고

그렇게 쫀쫀하게 구는 방식은

아이의 교육에 하나도 도움이 안 됩니다.

 

아빠도 어릴 때 모르고 담배를 피워서 지금 건강이 안 좋다.

그러니 너는 아빠처럼 고생을 안 했으면 좋겠다.’

이렇게 얘기해 주는 게 좋습니다.

 

질문자도 아버지의 얘기를 안 듣다가

건강이 나빠진 후에 담배를 끊었듯이

딸도 앞으로 건강이 나빠지거나 다른 일이 생기면

저절로 담배를 끊게 됩니다.

 

예를 들어

딸이 좋아하는 남자가 담배 피우는 걸 싫어하면 저절로 끊게 돼요.

담배 피우는 것에 초점을 맞추지 말고

사랑하는 딸이 건강했으면 좋겠다하는 염려 표현만 하면 됩니다.

 

사춘기 아이한테는 통 크게 대해야지

그렇게 작은 문제에 대해 쫀쫀하게 굴면 안 돼요.

 

예를 들어

딸이 외국에 유학을 보내 달라고 하는 경우라면

네가 돈을 벌어서 가거라하고 말해도 괜찮습니다.

 

비싼 물건을 사 달라고 요청하는 경우에도

아빠는 돈이 없다하고 거절하면 됩니다.

 

하지만 담배를 피우는 습관이 생겼다는 것은

딸이 그만큼 스트레스를 많이 받고 있다는 것을 말해요.

글을 쓰는 사람이 글이 잘 써지면 담배를 피울까요?

글이 안 써질 때 담배를 피웁니다.

 

그것처럼 아이는 지금 뭔가 가슴이 답답한 거예요.

그 답답함을 해소하면 담배를 저절로 끊게 됩니다.

무조건 담배를 피우지 못하게 하는 것은 해결책이 아니에요.

딸이 자각해서 끊을 수 있도록

조금 더 딸의 상황을 이해하고

사랑하는 마음을 갖는 게 필요합니다.

 

...

 

질문자는 지금 사랑을 하는 것이 아니라

집착을 하고 있는 거예요.

내 식대로 하려는 것은 집착이지 사랑이 아닙니다.

 

사랑은 약간의 여유와 포용성을 갖는 것입니다.

내 식대로 강제하는 것은 집착입니다.

그걸 사랑이라고 착각하지 마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