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결혼 14년 차고요. 2남 1녀 중에 막내며느리입니다.
저희 시부모님은 연세가 좀 많으시고 유교 사상이 강하셔서
50년간 제사를 설과 추석 빼고도 1년에 10번 지내셨습니다.
언젠가 어머님이 좀 다치시고 손이 떨리게 되셔서
10년 전부터 설과 추석 명절 제사는 저희 집에서 지내기로 했습니다.
나머지 제사는 시부모님이 계속 지내셨는데
3년 전에 시부모님으로부터 집 명의를 넘겨받으면서
모든 제사를 저희가 가져오게 됐습니다.
일 년에 여섯 번만 제사를 지내기로 시부모님과 합의를 봤는데
제가 직장생활을 하다 보니까 그것도 쉽지가 않더라고요.
그래서 남편이 시부모님한테 투쟁을 해서 네 번으로 줄였습니다.
올해는 너무 힘들어서 상반기 한 번, 하반기 한 번, 설, 추석
이렇게 네 번만 제사를 지내기로 시부모님과 합의했습니다.
사실 집을 받았으니 시부모님이랑 제사를 지내기로 한 약속을 지켜야 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 싫어졌습니다.
제 직업이 조리사입니다.
구내식당에서 한 50명의 밥을 하다 보니
집에 와서는 밥을 하는 게 정말 싫더라고요.
제사 음식은 돈도 많이 들뿐더러 먹지 않아서 다 버리게 돼요.
게다가 지난주 제삿날은 제 생일이었는데
남편이 아버님께 며느리 생일인데 너무한 거 아니냐고 말씀드렸더니
아버님이 분명히 제 생일을 알고 있으면서
못 들은 척해서 많이 서운했습니다.
결국 그날은 제사를 안 지냈습니다.
어제도 어머님이 전화를 하셔서
오늘이 제사인데 어떡할 거냐고 물으셨지만
제가 못 지낸다고 말씀드리고
그냥 여기 스님 강연을 들으러 왔습니다. (모두 웃음)
그런데 부모님과 약속을 했기 때문에
앞으로도 계속 제사를 지내야 한다는 것이 고민입니다.
시간이 갈수록 화가 납니다.
그냥 화만 나면 모르겠는데 남편한테 자꾸 패악질을 하게 되고,
남편이 옆에서 힘들어하고
눈치를 보니 저도 죄책감이 듭니다.
그렇다고 제사를 지내기는 싫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재산을 받을 때는 좋았는데, 제사 지내기는 싫은 거네요.
천당에 갈 수 있는 인연을 짓기는 싫고, 천당은 가고 싶고
그런 마음인 겁니다.
그런 방법은 없습니다.
시부모님이 앞으로 조상 제사를 다 지내주면
집을 물려주겠다고 서로 약속한 것 아니에요?
어쨌든 덕을 봤잖아요.
돈을 받을 생각으로 제사를 지내주기로 했는데
막상 제사를 지내보니 힘들다는 얘기네요.
아이들이 좋은 대학은 가고 싶고, 공부는 하기 싫고
그래서 입시 철만 되면
부처님한테 좋은 대학에 좀 넣어달라고 기도하는 것과 비슷해요.
방법은 간단합니다.
재산을 부모님한테 돌려드리고
질문자는 내일부터 교회에 다니면 됩니다.
교회에서는 제사를 못 지내게 하니까
지내고 싶어도 못 지내요.
내가 아무리 제사를 지내고 싶어도 지옥 간다고 야단치니까
안 지내도 됩니다.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아버님이 뭐라 하시면 저는 교회 다닌다고 하면 돼요.
...
그렇다면 질문자가 제사를 지내야죠.
시부모님은 제사를 지내면
형님이 있는데도 재산을 나한테 물려주겠다고 한 거잖아요.
제사를 지내는 조건으로 재산을 받았으면
시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는
잔소리하지 말고 제사를 지내는 게 예의가 아닐까요?
...
약속한 것에 대해 자꾸 이의를 제기하면 안 돼요.
10번을 지내기로 했으면 10번을 지내야지요.
아버님이 ‘힘드니까 6번만 지내라’ 하고 말해도
‘아닙니다. 아버님. 제가 약속을 했으니 10번 다 지내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해야 관계가 좋아집니다.
그런데 음식은 조금 부족하게 차려도 괜찮아요.
어른들도 제사 음식을 먹을 사람이 없다는 걸 다 아십니다.
음식을 조금 부족하게 차린 걸 섭섭해하시면
‘죄송합니다. 아버님.
직장 갔다 와서 음식 준비하는 게 힘들어서
조상님들도 이해해 주실 거예요’
이렇게 말씀드리면 됩니다.
‘바쁘고 힘든데 먹지도 않는 음식을
어떻게 꼬박꼬박 다 차려요?’ 하고 화를 내는 것은
내 복을 내가 까먹는 행위예요.
‘아버님, 죄송합니다.
보기 좋게 차려야 되는데
제가 요새 몸이 안 좋아서 몇 가지밖에 못 차렸습니다’
이렇게 말하고 슬쩍 넘어가면 됩니다.
아버님이
‘네가 너무 힘드니까
명절 빼고는 부모님 직계 제사만 지내고
나머지는 합해서 지내자’라고 하시면
한 2년 정도는
‘아닙니다. 제사는 꼭 지내야 합니다’라고 하다가
나중에 못 이기는 척하면서
‘아버님이 그렇게 원하시면 그렇게 하겠습니다’ 하고 말하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복을 받는 행위가 됩니다.
어차피 우리가 살면서 파티를 해도 음식을 다 만들어야 하잖아요.
그날을 자꾸 제사라고 생각하니까 부담이 되는 것인데
전통 음식을 만들어 먹는 가족 파티라고 생각해 보세요.
음식을 만들어서 상에 올려놨다 내려 먹는 것 빼고는
파티하는 것과 차이가 없습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생각을 바꾸어 보세요.
제사를 지내면 복을 받는다는 생각까지
굳이 하지 않더라도,
마음을 이렇게 긍정적으로 바꾸기만 해도
내 기분이 좋아지고
주위 사람들이 볼 때도 내가 사랑스러워 보여요.
그러면 시부모님이 밖에 다니면서 늘 며느리 자랑을 할 겁니다.
다른 일을 조금 못해도 봐줍니다.
생각을 좀 바꿔야 해요.
질문자가 밥하는 것이 질려서 그런 것 같은데
하루에 매일 50명의 밥을 하는 사람이
고작 귀신 몇 명 분의 밥 하는 게 뭐가 어려워요?
누군가가 ‘제사를 그렇게 많이 지내면 얼마나 힘들어요?’ 하고 물으면
‘괜찮아요. 저는 매일 50명의 밥을 하기 때문에
귀신 두 명 먹는 밥을 하는 정도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습니다’
이렇게 가볍게 말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이렇게 생각을 긍정적으로 해야
복을 받게 됩니다.
재산은 다 받아놓고 제사는 안 지내겠다고 하면 안 되죠.
제사를 너무 부담스럽게 생각하지 말고
‘한 달에 한 번씩 가족 파티한다’ 이렇게 생각해 보세요.
...
제사 때 먹을 입이 줄어드니까 얼마나 좋아요?
형님이 제사에 안 온다고 미워하지 말고,
입이 줄어서 좋다고 생각하세요.
그런데 음식의 양은 줄이겠다고 부모님께 얘기하세요.
혼자 결정하지 말고요.
‘아버님, 음식을 먹을 사람이 없어서 자꾸 버리게 되니까 아깝잖아요.
음식 종류를 줄이고 양을 그대로 할까요?
아니면 종류는 다 하고 양을 조금씩 줄일까요?’
이렇게 여쭤봤는데,
아버님이 ‘종류도 다 하고 양도 다 해라’ 하면 ‘알았습니다’ 하면 돼요.
그렇게 한두 번 하면
아버님이 종류를 줄이라든지 양을 줄이라든지 얘기할 겁니다.
그렇게 지혜롭게 대처를 해보세요.
질문자가 돈을 하나도 안 받았더라도 해야 되는 일인데
재산까지 받아놓고 안 하려고 하니
심보가 더럽네요.
...
열심히 하면 안 돼요.
일은 대강대강 해도 됩니다.
대신 시부모님과는 항상 의논을 해야 관계가 좋아집니다.
한다고 해놓고 꼭 안 해도 돼요.
여러분들은 내가 못 할 것 같으면 거절을 먼저 하잖아요.
어른들이 요청하면 일단 ‘알겠습니다’ 하고,
나중에 못하게 되었을 때 ‘죄송합니다. 제가 몸이 아파서 못 했습니다’
이렇게 사과만 할 수 있으면 관계가 나빠지지 않습니다.
미리 안 된다고 말하지 말고
항상 수용을 먼저 해놓고
나중에 죄송하다고 말해야 합니다.
그런 다음에는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해버려도 됩니다.
제사 지내는 문화는
우리 세대가 죽으면 아마 없어지게 될 겁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10년 더 제사를 지낼지에 대한 얘기는
지금 할 필요가 없어요.
제사는 부모님이 돌아가실 때까지만 지내면 됩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난 뒤에는 내 마음대로 해도 되기 때문에
여러 가지 방식이 있어요.
설과 추석에만 제사를 지내고 기제사는 안 지낸다거나
기제사를 다 합해서 지낸다거나
아니면 어차피 가족 파티를 해야 하는데
맛있는 거 먹자는 핑계로 제사를 다 분리해서 지내도 됩니다.
이렇게 긍정적으로 받아들여 보세요.
'법륜스님 > 즉문즉설(2024)' 카테고리의 다른 글
법륜스님의 희망세상만들기_ n번방, 기후위기...청소년에게 희망을 줄 수 있나? (0) | 2024.11.06 |
---|---|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과의 관계에서 나만 희생했다는 생각에 억울합니다. (2024.11.02.) (0) | 2024.11.06 |
법륜스님의 즉문즉설_ 2063. 남동생이 스스로 목숨을 끊었어요 (0) | 2024.11.05 |
[법륜스님의 하루] 그토록 싫어했던 아버지의 모습을 닮아가는 게 싫어요. (2024.10.31.) (0) | 2024.11.05 |
[법륜스님의 하루] 한 달 만에 식수 파이프를 7km나 연결한 것은 기적입니다. (2024.10.30.) (0) | 2024.11.0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