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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툰] 외계인을 가장 과학적으로 묘사한 영화는 무엇일까?

Buddhastudy 2022. 3. 10. 18:45

 

 

 

SF영화에서 외계인은 인기 캐릭터입니다.

영화속 외계인들은

무자비한 침략자이기도 하고

초월적인 존재이기도 하고

은하계의 구성원이기도 합니다.

시공을 초월하는 그들은 장르도 초월합니다.

SF뿐만 아니라 공포, 액션, 코믹스, 애니메이션, 코미디, 로맨스에 이르기까지 두루두루 캐스팅됩니다.

 

외계인이 대중문화의 인기 코드로 자리 잡으면서

사람들은 외계인 하면 영화 속 모습을 먼저 떠올립니다.

 

징그러운 곤충이나 파충류 같은 외계인도 있고

우리와 비슷하게 생긴 인간형 외계인도 있습니다.

비슷한 게 아니라 아예 똑같이 생긴 외계인도 있습니다.

 

만약 진짜 외계인이 존재한다면 영화 속 모습과 얼마나 닮았을까요?

영화제작자들이 만들어내는 외계인은 과학적으로 얼마나 신빙성이 있을까요?

 

, 오늘은 영화 속 외계인을 통해

우리가 상상할 수 있는 외계인들의 모습을 한번 알아보겠습니다.

 

 

--셀레나이트

영화에서 외계인이 처음 등장한 때는 지금으로부터 120년 전입니다.

 

1902, 조르주 멜리에스의 달세계 여행은

스튜디오에서 찍은 최초의 극영화이자

최초의 우주 탐사 영화이며

최초의 외계인 영화입니다.

 

영화에서 과학자들은 거대한 대포를 발사해 달에 우주선을 보냅니다.

달에는 버섯처럼 생긴 식물이 있고 괴상하게 생긴 외계인들이 있습니다.

 

셀레나이트라고 불린 이 외계인들은

둥글납작한 머리와 바닷가재의 발톱을 가진 절지동물처럼 생겼습니다.

과학자들은 이 곤충형 외계인들을 벌레처럼 때려잡고 지구로 귀환합니다.

 

이 영화에서 가장 과학적인 장면이라면

아마 달에서 본 지구가 둥글다 정도일 겁니다.

 

달세계 여행이 만들어지던 때만 해도

달이나 금성과 화성에 외계인이 산다고 믿는 사람들이 많았습니다.

 

우주라는 새로운 신세계에는

미개하고 원시적인 종족이 살고 있을 것이며

그런 종족은 사람과 가장 반대되게 생겼을 것이다.

 

영화제작자들은 사람과 가장 반대되는 모습으로

사람이 가장 혐오하는 생물을 설정했습니다.

 

하지만 지구와는 다른 환경에서 진화한 외계인이

하필이면 지구의 생물을 닮을 가능성은 극히 희박합니다.

 

곤충이 포유류와 많이 다르긴 하지만

몸을 구성하는 형태 면에서는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둘 다 눈은 머리에 달려있고

입은 한 쪽 끝에 있으며

꼬리는 다른 쪽 끝에 있고

팔다리는 몸통에 붙어 있습니다.

 

이는 몸의 형성을 책임지는 유전자가 서로 똑같은 방식으로 구성돼 있기 때문입니다.

만약 모든 면에서 우리와 다른 진짜 외계인이 인간과 곤충을 본다면

기본 형태가 거의 흡사하다고 생각할지 모릅니다.

 

셀레나이트는 외계인이 아니라

인간중심주의와 구세계적 사고관이 만들어낸 몬스터에 가깝습니다.

 

야만적이고 침략 본능을 가진 외계 몬스터들은

현대 영화에도 꾸준히 등장합니다.

에일리언, 스타십 트루퍼스, 인디펜던스 데이, 디스트릭트9, 클로버필드 등에서 나온 곤충형 외계인들은

모습만 세련되었을 뿐 모두 모두 셀레나이트의 확장판인 셈입니다.

 

--

1950년대 영화부터는 인간형 외계인들이 인기를 끕니다.

1947년에 UFO 목격담이 한꺼번에 쏟아지자

사람들은 외계인들이 뛰어난 과학 기술과 지능을 가진 존재라고 생각하기 시작했습니다.

 

뛰어난 지능을 가진 생물이 미개한 곤충을 닮을 리 없지.

지능은 인간의 전유물이니까.”

 

1951년의 영화 지구가 멈추는 날에 나오는 인간형 외계인은

우리가 제대로 하지 않으면 타버린 재로 돌아갈 것이라는 원자력 시대의 경고를 합니다.

이 영화의 아류작들은 인간형 외계인뿐만 아니라 포스터까지 흉내냈습니다.

 

인간형 외계인이 유행한 이유에는

영화제작자들의 주머니 사정도 한몫했습니다.

60년대에 TV드라마 스타트렉과 수십 편의 모방 작품들은

사람 얼굴에 덩어리를 붙이거나 초록색을 칠하는 것으로

외계인과 인간을 간단히 구분했습니다.

 

<스타워즈>의 우주는 그래도 인간의 모습에서 변형된 모습들이 나옵니다만

제작비 제약이 없었을 법한 <아바타>의 우주는 다시 스타트렉으로 돌아갑니다.

우리보다 크고 약간 고양이처럼 생겼지만 매력적이고 꼬리가 있도록 만들자.

원시적이지만 현명해야 한다.

그리고 역시 파란색이어야 해

 

인간형 외계인은 한 편으로 진화한 미래 인간을 상징합니다.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은<미지와의 조우> <이티> <에이아이>에서

인간보다 지능이 발달한 외계인들을 머리가 크고 팔다리는 가늘게 묘사합니다.

 

하지만 외계인을 친구처럼 대하던 스필버그도

911 사태 이후에 만든 <우주전쟁>에서는

다시 야만적인 침략자 셀레나이트를 소환시킵니다.

 

 

만약 지능을 가진 외계 생명체가 존재한다면 그들은 인간과 닮았을까요?

다른 말로 지구와 비슷한 환경의 행성이 있다면

똑똑한 생명체는 필연적으로 인간과 닮게 진화할까요?

 

리들리 스콧 감독의 <프로메테우스>에서는

인간처럼 생긴 외계인이 자신의 DNA를 지구에 뿌려

지금의 우리가 탄생했다는 설정이 나옵니다.

 

정말 비슷한 환경과 오랜 시간만 주어진다면

수십억 년 단세포 유기체에 머물다가

털이 많고 다리가 넷인 상태를 거쳐

지능을 가진 조상의 모습으로 되돌아갈까요?

 

인간을 비롯한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는

수없이 많은 우연과 사건에 의해 지금의 모습이 되었습니다.

 

지구의 역사에서 변수 몇 개만 바뀌어도

우리는 현재의 모습이 아닐 겁니다.

 

막 태어난 지구에 화성 크기의 암석이 충돌하지 않았다면

지구는 자전축이 23.5도로 기울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그렇다면 계절도 없고, 달도 없고, 밀물 썰물도 없을 겁니다.

날씨도 전체적으로 달라지고

시간에 따른 기후변화 양상도 달라지며

진화 계통의 조상들도 완전히 달라졌을 겁니다.

 

지름이 약 10km인 소행성이 백악기에 떨어지지 않았다면

공룡이 더 오래 지구를 지배했을 수도 있고

그랬다면 포유류는 아직도 작은 형태로 남았을지 모릅니다.

 

혹은 그 소행성의 크기가 절반이거나 충돌 지역이 멕시코만이 아니어서

공룡이 절반만 사라졌다면

우리는 현재의 모습이 되었을까요?

 

답은 거의 확실히 아니다입니다.

지금 우리의 모습은 필연이 아닙니다.

셀 수 없이 많은 변수의 결과 끝에 나온 우주적 우연일 뿐입니다.

 

그래서 인간형 외계인은

지구에서 벌어진 우주적 우연이

전 우주에 똑같이 일어났다는 것을 전제해야 설명이 가능합니다.

 

 

--

인간형 외계인도 아니고, 곤충형 외계인도 아니고 그럼 뭘까요?

어떤 외계인이 그나마 과학적으로 신빙성이 있는 모습일까요?

 

문어처럼 생긴 외계인이 등장하는 영화도 있지만

이 역시 지구 생물의 한계를 못 벗어납니다.

 

우리는 지구 밖의 생물을 상상해낼 수 없습니다.

그래서 영화에서 외계인을 가장 사실적으로 묘사하는 방법은

외계인을 아예 묘사하지 않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스텐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는

외계의 존재를 검은 돌기둥으로만 암시합니다.

 

영화 <솔라리스>에서는 외계 존재가 우주선 승무원들의 기억으로만 자신을 드러냅니다.

사망한 친척이나 아내가 눈앞에 나타나지만 외계 존재에 대한 설명은 없습니다.

 

외계의 지능은 우리의 지능과 완전히 다른 의식으로 표현되며

우리는 그들의 의식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그렇다고 외계인 영화에 외계인이 없으면 영화 보는 재미가 하나도 없을 겁니다.

이건 엄마손 파이엄마손이 없는 것과는 다른 문제입니다.

 

그럴듯하면서도 영화적 재미를 주는 방법으로는

기생 생물이나 복제 형태를 들 수 있습니다.

외계의 존재가 지구 생명체에 기생해서 모습을 빌리거나 똑같은 모습으로 복제하는 것입니다.

 

<신체강탈자의 침입>에서는 외계 식물이 인간을 복제하고

<스타맨>에서는 지구에 떨어진 외계인이 죽은 남자의 DNA를 복제해서 인간으로 되살아납니다.

<더 씽>에서는 누가 진짜 인간이고, 누가 복제된 외계인인지 구분하지 못하는 상황이 벌어집니다.

 

복제 형태라면 <트랜스포머>도 나쁘지 않습니다.

어떤 고등 생명체가 멸망한 뒤 기계만 남은 행성이 있다.

그 기계들이 지구에 와서 지구 생명체를 모방해 자신을 재구성한다.”

이런 설정이라면 꽤 그럴듯합니다.

 

<에일리언 시리즈>는 액션 영화팬들과 과학애호가들을 두루 만족시키는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1편과 2편에서 인간의 몸에 들어간 기생 생물은 인간을 닮은 모습이 되고

개의 몸에 들어간 3편은 개를 닮은 모습이 됩니다.

 

비록 최종 결과물은 셀레나이트의 계보를 벗어나지 못하지만

그래도 숙주에 따라 형태가 살짝 바뀐다는 설정은 나름 과학적입니다.

 

자연계에는 수많은 기생 생물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외계 생물이 지구 생물에 기생하려면 DNA 구조가 서로 똑같긴 해야 할 겁니다.

 

 

천문학자 칼 세이건이라면 외계인을 어떻게 묘사할까요?

칼 세이건의 소설을 영화로 만든 <콘택트>에서 주인공 애로웨이 박사는

항성간 여행 끝에 마침내 외계인을 만납니다.

 

그러나 관객들은 칼 세이건의 외계인을 확인하지 못합니다.

외계인은 애로웨이 박사가 열 살 때 세상을 떠난 아버지였기 때문입니다.

 

외계인은 말합니다.

너의 기억 속에 있는 가장 친근한 사람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더 편할 거라고 생각했단다.”

엄마가 외계인이 될 수 있듯이 아빠도 외계인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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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 영화가 모두 과학적이고 신빙성이 있을 필요는 없습니다.

영화는 영화일 뿐이고 우리는 영화를 통해 가상의 침략자를 물리치면서 대리만족도 얻고

가상의 초월적 존재를 보면서 위안도 얻기 때문입니다.

 

아직은 진짜 외계인의 모습을 상상해낼 수 없습니다.

그러나 앞으로 외계 행성에 대한 정보가 더 축적되고

우주의 물리적 현상을 더 알게 되고

진화의 비밀을 더 많이 풀게 될수록

외계인의 모습도 조금씩 그려볼 수 있을 겁니다.

 

다시 120년 뒤의 영화에도 <셀레나이트>가 인기를 끌지 모를 일이지만

그래도 지금보다 더 그럴듯한 외계인들이 등장하지 않을까요?

 

여러분이 상상하시는 외계인의 모습은 어떤 것인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