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이도가 높았기 때문에 당연히 모든 학생들이 문제를 잘 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시험 후에 보이는 두 집단의 반응이 서로 달랐습니다.
노력을 칭찬받았던 아이들은
자신의 시험 실패이유를
자신이 충분히 집중하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했습니다.
실제로 문제를 풀 때에도
그 아이들은 온갖 해결책을 적극적으로 시도해보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문제가 어려웠지만
자신이 좋아하는 스타일의 문제라고 말하는 아이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나 똑똑하다는 지능에 대한 칭찬을 받았던 아이들은
자신의 실패 이유를
자신이 똑똑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문제 풀 때에도 잔뜩 긴장하는 모습이 역력했고
시험 시간내내 괴로워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똑똑하다는 칭찬을 받았던 아이들은
왜 그렇게 스트레스를 받으며 괴로워했을까요?
자신이 똑똑해야 하는데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었으니까요.
똑똑한 사람이 문제를 못 풀면 그것이 심리적으로 얼마나 큰 타격이겠어요?
선생님이 자기에게 똑똑하다고 칭찬을 하셨는데
실제로 자기가 똑똑하지 않은 거라면
그리고 그 사실을 선생님이 알게 되었을 때 오는
그 자괴감을 아이가 견뎌내기 힘든 것이죠.
이제 마지막 4차 시험에선
1차 시험만큼 쉬운 문제를 주었습니다.
결과가 어떻게 나왔을까요?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1차 시에 비해 약 30퍼센트나 성적이 향상되었습니다.
반면에 똑똑하다는 지능에 대한 칭찬을 받은 아이들은
1차 시에 비해 20퍼센트 정도 성적이 하락했어요.
이 아이들이 긴장해서 자신의 지적 능력 100퍼센트 활용을 못했다는 의미입니다.
3차 시험에서 그 아이들의 멘탈이
쿠크다스 과자처럼 부스스 부서져버린 겁니다.
우리는 종종 실전에 강해야 한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스포츠 선수에게 있어서
실전에서 100퍼센트 실력을 발휘하는 것은
연습을 충실히 하는 것만큼 중요한 일이죠.
아무리 연습을 열심히 했어도
실전에서 제 실력을 잘 보여주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니까요.
그래서 아이의 지능에 대한 칭찬은
아이가 부담스러워하기 때문에
실제로는 아이를 실전에 약한 아이로 만드는 일이 됩니다.
쉽게 말해
"너 똑똑해",
"우리 아들 천재야"와 같이 지능에 대한 칭찬은
나쁜 칭찬이라는 것이죠.
그러나 노력을 강조하면
아이들은 자신이 성공을 통제할 수 있다고 믿게 됩니다.
왜냐하면 자신이 기울이는 노력은
본인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요소거든요.
그러나 지능을 강조하게 되면
아이가 지능에 대한 통제력은 가지지 못하기 때문에
심리적으로 무기력하게 됩니다.
오히려 큰 부담감을 느끼게 되죠.
지능은 단기간에 바꿀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람이 갑자기 똑똑해질 수가 있나요?
그래서 '나는 똑똑하므로 노력하지 않아도 됨'이라는 도식을 가지게 되면
이건 최악의 상황인 겁니다.
실제로 과거에 이런 일들이 많았습니다.
아이큐 검사가 보편적으로 학교에서 시행되었을 때
높은 아이큐를 받은 아이들의 나중 결과가 오히려 안 좋은 경우가 많았어요.
높은 아이큐 점수를 받고 자신의 높은 점수에 대해 인지했던 아이들은
크게 두 가지 생각을 합니다.
-하나는 자신이 똑똑하니까
자신처럼 똑똑한 사람은 노력을 안 해도 된다는 생각
-또 하나는 내가 실패했던 것은 노력을 안 해서 그런 것이지
노력을 했다면 당연히 성공할 거라고 생각한다는 겁니다.
그리고 실제로는 노력하지 않죠.
왜냐하면 자신은 똑똑한 사람이기 때문에
영원히 똑똑한 사람으로 남아야 하거든요.
노력을 했다가 실패라도 하면 자신의 똑똑함에 누가 되기 때문에
일부러 노력을 안 한다는 겁니다.
따라서 아이에게 칭찬을 할 땐 노력에 대한 칭찬을 해주어야지
“우리 딸, 우리 아들 너무 똑똑해. 완전 천재야!”와 같은
지능에 대한 칭찬을 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실제로 본인들도 자기가 천재가 아니라는 것을
언젠가 인지하게 될 텐데
부모가 자신을 천재라고 부르는 걸
아이들이 얼마나 심리적으로 부담스러워 하겠습니까?
칭찬을 지나치게 많이 받은 아이들은
무엇을 시도하기 전에
“성공 못하면 어떡하지”라는 두려움이 앞서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도전에 뛰어들지 못합니다.
많은 부모들은 자녀를 칭찬하면 할수록 자녀를 지지하는 거라고 생각하지만
그것이 자녀의 동기를 북돋아 주는 것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정작 아이는 부모의 높은 기대치를 감지하고 압박감을 느끼기 때문에
학습 활동 자체보단 최종점수에 집중하게 됩니다.
그래서 이를 확인하기 위해서
드웩 박사가 또 한 가지 실험을 한 것이 있는데
이번엔 학생들에게 두 차례에 걸쳐 퍼즐문제를 풀게 했습니다.
이전 실험과 비슷하게 1차 시험이 끝나고
한 그룹에겐 지능에 대한 칭찬을 해주고
다른 그룹에겐 노력에 대한 칭찬을 해줬습니다.
그리고 1차, 2차 시험 사이의 쉬는 시간에
학생들에게 퍼즐풀기 전략을 배울 것인지
아니면 1차 시험의 등수를 확인해볼 것인지 선택하도록 해주었어요.
이때 아이들의 반응은 어떠했을까요?
노력을 칭찬받은 아이들은
퍼즐풀기 전략을 배우는 것을 선택했지만
지능에 대한 칭찬받은 학생들은
시험 등수를 확인하는 걸 선택했습니다.
그래서 지능에 대한 칭찬은 아이로 하여금
과정보다 결과에 집착하게 만든다는 점이
이 실험을 통해 확인되었습니다.
또 다른 실험에선 학생들에게
시험결과 성적표를 직접 작성하게 해보았어요.
그리고 이 성적표를 다른 학교 학생들에게 보여줄 것이라는 말도 아이들에게
덧붙여서 해주었습니다.
그렇다면 아이들은 자신의 성적표를 어떻게 작성했을까요?
자신의 지능을 칭찬받은 학생들 중 40퍼센트가
자신의 점수를 부풀렸습니다.
거짓말을 한 것이죠.
그리고 자신의 노력에 대한 칭찬을 받은 학생들은
거짓말을 거의 하지 않았습니다.
이런 실험 결과가 보여주는 것은
지능에 대한 칭찬을 받은 아이들이
결과에 집착하게 되는 이유가
주위 사람들의 평가에 대해 크게 의식하고
민감하게 반응을 하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제가 고등학생이었을 때 체육 시간에 저희 반 아이들은
신체검사를 저희들끼리 하고
신체검사 정보를 생활기록부에 직접 적어넣는 일을 했습니다.
생활기록부는 당시에 한 권으로 묶여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은 신체검사 정보를 서로 공유해서 볼 수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랬는지 어떤 통통한 여학생 급우가
자신의 몸무게를 50킬로그램이라고 적어 놓았어요.
그러나 아무도 그 친구의 몸무게가 50킬로임을 믿지 않았습니다.
이런 예처럼
남들의 평가가 예상이 될 때
일반적으로 아이들이 솔직해지기는 어렵다는 겁니다.
한국인들은 다른 나라 사람들과 비교했을 때
남들을 굉장히 많이 의식하는 사람들이에요.
그리고 남들의 시선과 평가를 의식하면서 사는 것은 굉장히 피곤한 일입니다.
남들의 시선 때문에
나의 진짜 모습을 솔직하게 보여주지 못하는 것은
행복하지 않은 일입니다.
남들의 평가에 따라 나의 기분이 좌지우지되는 사람일수록
자아존중감이 낮다고 이야기합니다.
자아존중감이 낮은 사람들은
남의 시선을 민감하게 의식하면서 살고
그래서 별로 행복하지가 않습니다.
지능에 대한 칭찬과 마찬가지로
아이의 성품에 대한 칭찬을 하는 것도 부담스럽기는 매한가지입니다.
“우리 아이는 정말 착해요”라는 칭찬은
아이에게 전 독이라고 생각합니다.
난 실제로 그렇게 착하진 않은데
부모가 나를 착하다고 해버리면
그 틀에서 아이가 벗어날 수가 없는 거예요.
그런 아이들은 자신의 사소한 도덕적 실수에도 괴로워합니다.
그래서 착하다는 칭찬은 어찌 보면 낙인과도 같은 거예요.
때때로 아이는 자기가 원하는 걸
상대방에게 잘 표현하고
상대를 설득할 수도 있어야 하는데
자신은 착해야 하기 때문에
양보하지 않아도 될 상황에서 양보를 하거나
혹은 희생을 해서는 안 되는 상황에서도 자신이 착해야 하기 때문에 희생을 하게 되는
그래서 인간관계에서
아주 골치 아픈 삶을 살게 되는 사람으로 자라날 수 있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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