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다중우주라는 단어를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어떤 건가요?
현실의 나는 주식을 샀다가 떡락해서 거지가 되었지만
다른 우주에서는 대박이 나서 부자가 된 나도 있을 것 같고
뭐 그런가요?
혹시나 이렇게 생각하신다면
여러분들은 다중우주를 잘못 이해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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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중우주와 관련된 영상들을 보면
많은 사람이 다중우주 이야기가 아니라
평행우주 이야기를 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가 있습니다.
다세계해석까지는 주류과학의 범주에 들어간다고 볼 수가 있지만
대중 매체에서 나오는 평행우주는
그냥 문학적인 상상력일 뿐이기 때문에
본질적으로는 해리포터에 나오는 마법과 다르지가 않습니다.
다중우주라는 개념을 알려면
이 개념이 처음 나온 양자역학에 대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20세기 초의 과학자들은
드디어 물질의 기본 단위인 원자가
원자핵과 전자로 구성되어 있음을 알게 되었고
당연히 과학자들은 이 원자가 어떤 형태를 하고 있는지 알고 싶어 했죠.
그런데 여기에는 약간의 문제가 있었습니다.
우리가 무엇인가를 본다라는 건
어떤 물체와 상호작용을 해서 나오게 되는 결과를 관찰하는 것이죠.
예를 들어서
우리가 거시 세계의 물체를 눈으로 볼 때
광자가 해당 물체와 상호작용을 하고
다시 우리의 눈으로 들어온 것을 관찰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원자의 문제는 원자가 너무나도 작다는 것입니다.
심지어 전자 같은 경우 크기가 너무나도 작은 나머지
광자보다도 작다고 할 수가 있죠.
이 경우에 전자를 관측하는 데 문제가 있는데
광자, 즉 전자기파를 매개체로 하면
실제 형태를 알 수가 없을 뿐 아니라
관측하려는 행위 자체가 전자의 상태에 영향을 주게 됩니다.
예를 들어서
우리가 전자가 원자 내에서 어디에 있고
어떤 속도로 움직이는지를 알고 싶어 한다고 가정하겠습니다.
그래야 원자가 어떤 형태로 되어 있는지 알 수가 있기 때문이죠.
그런데 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기 위해서는
에너지가 높은 짧은 파장의 전자기파를 사용해야 하고
이 경우 이 에너지에 의해서 전자의 위치가 변하게 됩니다.
반대로 에너지가 낮은 전자기파를 사용하면
전자의 속도는 알 수 있었지만
전자의 정확한 위치를 알 수가 없죠.
전자같이 작은 물체의 정확한 위치와 속도를 알 수가 없다.
이것이 양자역학에서 그 유명한 불확정성 원리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불확정성 원리가
인류의 기술력이 딸려서
기술이 발달하게 되면 가능해지는 그런 문제가 아니라
우주의 기본 법칙 때문에
애초에 절대로 불가능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죠.
여기에서 닐스보어는
원자 모형에서 전자의 위치와 속도를 관찰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이유로
아예 궤도를 지워버립니다.
동시에 관측이 불가능하기에
애초에 원자의 위치와 속도를 아예 없애버린 파격적인 내용이었죠.
거기에다가 전자의 위치는
확률상 존재할 수 있는 모든 곳에 동시에 존재하다가
관찰자가 관측하는 순간
무수한 가능성 중의 하나로 붕괴해 버린다는
기존의 직관을 뛰어넘는 이러한 해석을 합니다.
이게 현재까지도 양자역학을 가장 잘 해석하고 있는
코펜하겐 해석이죠.
결국에는 이게 슈뢰딩거 고양이 같은
유명한 이야기가 나온 배경인데
이 내용을 설명하면 너무나도 길어지니까
양자역학 시리즈를 정주행하길 부탁드립니다.
문제는 솔베이 회의 때
이런 양자역학의 문제에 대해 많은 논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현재 양자역학은 현대물리학의 모든 이론 중에서도
정확도가 가장 높은 이론이라는 것이죠.
그뿐만 아니라 수많은 독창적인 실험으로
관측 전에 입자는 파동으로 존재를 하다가
관측하는 순간 특정한 위치로 붕괴된다는 것은
이미 확인이 되었을 뿐만이 아니라
전자를 넘어서 풀러렌이나 심지어 인간 같은 큰 물체들까지
관측 전에는 파동으로 존재한다는 것이
주류 과학계에서 거의 모두가 인정하고 있는 사실입니다.
여기에서 파동으로 존재하는 것은
그 입자가 특정한 지점의 위치가 확정되지 않았기에
일어나는 것으로 보는 확률의 파동으로 해석하는 것으로
이를 정형화한 양자역학의 공식은
현대물리학의 모든 이론 중에서 정확도가 가장 높다는 것입니다.
이를 바꿔 말하면
양자역학이 현재 우주를 가장 잘 설명하는 이론이라는 것이죠.
다중우주의 기본이 되는 다세계 해석은
바로 이 양자역학의 공식에서 등장합니다.
60년대에 들어서 정형화된 양자역학 공식에서
파동함수의 확률 분포와
사실 존재하는 모든 확률이
동시에 일어나는 것이라는 다색의 해석 등장을 하죠.
파동 상태에서 존재하는 모든 확률은
공식상에서 실제로 존재하며
그중에 하나로 붕괴하게 되는 이유는
동시에 존재하는 다세계 중에서
하나의 결과만을 우리가 관측하게 되기 때문이라고 해석하게 된 것이고
이는 수학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양자역학과는 달리 증명이 불가능하기에
당시에는 이게 주류과학으로 인정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이후의 끈이론 같은
실제로는 증명할 수가 없지만
수학적으로 아름다운 이론들이 물리학의 난제를 해결했고
끈이론의 발전 과정에서
주기적 다중우주나 랜드스케이프 다중우주 같은 개념이 등장하면서
90년대 들어서 과학계에서는
다세계 해석을 주류과학으로 인정하는 분위기가 되었죠.
사실 증명이 불가능한 이론들이 주류과학이 되는 건
우리의 우주는 수학이라고 볼 수가 있을 정도로
당시 기술력으로 증명이 불가능했다고 하더라도
수학적으로 증명이 되었던 것은
실제로 존재한다고 밝혀져 왔던 덕분입니다.
그에 반해 대중들에게 평행우주는 다중우주라고 널리 알려진 것은
다세계 해석에서 가능한 모든 확률이
실제로 존재한다라고 하는 이 부분을
문학적인 콘텐츠로 재해석해서 수많은 콘텐츠가 만들어졌고
이러한 콘텐츠들이 흥행한 덕분입니다.
하지만 미디어 매체에서 나오는 평행우주의 개념은
다세계 해석과는 차이가 있는데
실제로는 빅뱅 이후부터 무수히 많은 경우의 수의 세계가 존재해야 되기 때문에
무수한 다세계 중에
애초에 인간이 존재하는 아니 애초에 지구 자체가 존재하는 세계가
제로나 마찬가지라는 것입니다.
심지어 여기에서 더 나아가서 랜드스케이프 다중우주의 해석에서 본다면
현재의 물리 법칙을 가진 우주가 나올 확률은 1/10^500개이며
이를 다중우주의 관점으로 해석해서
적어도 10^500개의 전혀 다른 물리법칙을 가진 우주들이
존재해야 한다는 것이죠.
이후 끈이론, 양자역학, 상대성이론에 있는 공식들에서
무수한 다색의 해석이 생겨나고
주류과학에서 인정받고 있는 다중우주 이론은 적어도 10개 이상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인플레이션 다중우주와 관련된 영상에서
이런 다양한 다중우주 개념과 무관하게
엄밀하게는 과학의 범주 밖에 있는 평행우주에 대한 이야기만 하는 건
사실 안타까운 상황이라고 생각합니다.
여기에서 다중우주의 정확한 정의란 무엇인가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닐스보어가 관측이 불가능하고
그 이유가 인류의 기술력과는 무관하게
우주의 물리법칙상 절대로 영원히 관측이 불가능하다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다고 보았던 코펜하겐 해석을 떠올려 보면
우리의 우주는 observable universe에 한정되게 됩니다.
반대로 물리법칙상 절대로 볼 수 없는 우주는
다중우주라고 볼 수가 있는 것이죠.
여기에서 아니 그래도 사실 같은 우주인데
관측이 불가능하다라고 다중우주라고 보는 게 맞느냐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마치 코펜하겐 해석 때
관측이 불가능하다고 전자의 궤도를 없앤 게
잘못되었다고 주장했던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와 같은 얘기를 하는 것이고,
현재까지는 아인슈타인과 슈뢰딩거의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결국 우주라는 시스템 안에서 시스템이 만든 규칙 안에서 볼 수가 없으면
우리의 우주라고 볼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다세계 해석 이후 무수한 다중우주 이론이 등장했으며
점점 주류과학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는 상황을 생각해 보면
우주가 대체 얼마나 넓은지 신기하긴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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