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인지그라운드(2018)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야했던 그녀, 인생을 개척하다

Buddhastudy 2018. 12. 31. 19:16

 

에티오피아라는 나라를 생각하면 어떤 게 떠오르나요?

커피? 강렬한 햇살?

오늘은 페루자라는 특별한 친구를 소개해드리고자 합니다.

 

에티오피아의 한 오지 마을에서 살고 있던 페루자.

2012, 그녀는 부모님이 운영하시는 게스트하우스를 돕던 중 한국 드라마를 접하게 됩니다.

에티오피아와 전혀 다른 모습의 한국.

 

그녀는 한국에 호기심을 가지기 시작했고

다양한 방송 프로그램을 접하며 한국과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한국 드라마 속 주인공처럼 자유롭게 꿈을 꾸고, 그 꿈을 이뤄가며 살고 싶던 페루자.

가슴속에 열정이 가득했던 페루자는 방송을 보는 것에 그치지 않고

한국어를 독학으로 공부하며 한국에 가는 것을 꿈꿉니다.

 

그러던 2014년 그녀는 부모님의 게스트하우스에서 한국인 부부를 만나게 됩니다.

안녕하세요. 오시느라 고생 많았죠?”

페루자의 유창한 한국어에 놀란 부부.

 

그녀는 자신을 소개하고 어떻게 한국에 관심을 가지게 됐는지, 왜 한국을 좋아하게 됐는지 설명했습니다.

그리고 그들과 가까워지자 조심스럽게 자신의 사연을 터놓죠.

 

저희 동네에는 아직 조혼 풍습이 남아있어요.

그래서 이번에 중학교를 마치면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남자에게 시집을 가야만 해요.”

 

이 상황을 알게 된 부부는 한국 대사관과 관련 기관에 연락을 취해 페루자의 일자리를 알아보았고 부모님을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나이가 어린 탓에 페루자는 취업을 할 수가 없었고, 부부가 에티오피아를 떠날 때까지 그녀의 부모님은 시집을 보내야 할지, 말아야 할지, 마음을 정하지 못했죠.

 

하지만 페루자는 어려운 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학업을 이어나가고 계속 꿈을 추구하겠다는 결심을 합니다.

한국 방송으로 인해 처음으로 다른 세상을 보게 되었고, 한국인 부부 덕분에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할 자격이 있는 사람이란 걸,

꿈을 추구해도 되는 존재라는 걸 처음으로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죠.

 

그녀는 부모님과 오랜 시간 대화를 나눴고, 마침내 결혼하지 않아도 된다는 허락을 받습니다.

그리고 부부에게 이 소식을 전하죠.

 

부모님께서 저를 시집보내지 않기로 결정하셨어요.

그래서... 저 지금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어요.”

 

저의 인생에서 바라는 거 있다면 저 스스로 열심히 일해서 저 사랑하는 한국으로 오는 겁니다.

지금부터 자기 스스로 페루자로, 열심히 일을 해서 저 살고 싶은 인생으로 되고 싶은 사람으로 당당하게 한국에 올 겁니다. 기다려주세요. 야호!”

-페루자의 실제 통화

 

페루자의 연락을 받고 한국인 부부는 뛸 듯이 기뻤습니다.

그리고 대화를 나누던 중 문득 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죠.

 

우리 페루자의 삶으로 다큐멘터리를 찍어보면 어떨까?”

영화제에 상영되고, 그렇게 해서 기회가 된다면 페루자가 그토록 원하던 한국에 방문할 수 있지 않을까?”

 

2017, 두 부부는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페루자를 완성했고, 이 작품은 3개의 영화제에서 상영이 되었으며, 이들의 작품을 인상 깊게 본 한 영화제는 페루자를 직접 한국으로 초청합니다.

 

그토록 오고 싶던 한국, 그리고 스크린에서 나오는 자신의 모습.

페루자는 꿈이 이뤄진 현실 앞에서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습니다.

 

그들을 만나기 전까지 집안일을 하는 것이 인생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페루자.

어엿한 성인이 된 그녀는 이제 에티오파아의 한 대학에서 영문과를 전공하고 있고,

모든 과목에서 A학점을 받을 정도로 열심히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앞으로도 페루자가 열심히 꿈을 추구하면서 사람들에게 희망을 주기를

꿈을 이뤄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수 있기를 기원해봅니다.

 

다큐멘터리 애니메이션 <페루자>

<조혼 피해 한국 동경하던 에티오피아 소녀... 꿈을 이루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