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강연을 마치고 내려오자 한 구독자가 내게 와서 말했다.
“1분과학님 강연 너무 좋았어요”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말했다.
“이래저래 하다는 말 너무 감명받았어요.
제가 우울증이 있었는데 그 말이 큰 위로가 됐어요.”
나는 깜짝 놀랐다.
난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
내 말을 완전히 다르게 해석한 것이다.
소통이란 뭘까?
그대들은 사람들과 소통하는 게 어떤가?
어느새 난 사람들과 소통하는 일을 7년 동안 해왔다.
친구들과 얘기할 때 사람들이 메시지를 보내올 때
어떤 이들은 좋다며 어떤 이들은 별로라며 댓글을 달기도 하지만
좋다는 말이든 싫다는 말이든 다른 얘기를 하는 경우가 꽤 있었다.
사실 이건 당연하다.
우리는 우리가 갖고 있는 경험을 통해 상대방의 말을 해석할 수밖에 없고
모두의 경험은 다르니까.
그래서 말은 자주 왜곡되고 소통은 실패한다.
그렇다면 난 어떻게 사람들과 소통할 수 있을까?
얼마 전 재개봉한 <인터스텔라>를 봤다.
개봉한 지 10여 년이 된 영화지만 아이맥스에 600석이 넘는 좌석이
사람들로 찼다.
난 영화를 처음 보는 게 아니기에
영화를 보는 내내 옆좌석 친구에게 들키지 않기 위해
고개를 45도 돌려 주르륵 주르륵 울었는데
어느 순간 스크린에는 음악과 대사가 모두 멈추며
광활한 우주만이 가득 차 있는 장면이 나왔다.
내가 칠흑 같은 어둠 속에 펼쳐진 광활한 우주를 넋 놓고 바라보는 동안
영화관에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600명이 있었는데 말이다.
기침 소리, 바스락 소리, 숨소리조차 들리지 않는 영화관 내부는 정말 이상했다.
어떻게 이 수많은 사람이 완벽한 정적을 이룰 수 있을까?
사람들이 이 화면을 보면서 어떤 해석을 하고 있길래 모두가 숨을 죽이고 있는 걸까?
혹시 해석을 하지 않은 건 아닐까?
영화가 끝나고 난 나는 뭔가 그들과 소통한 것 같았다.
그대들은 여태까지 한 내 말을 어떻게 해석했는가?
그렇다면 여태까지 나온 음악은?
이 음악은 어떻게 해석 했는가?
혹시 해석하지 않고 그냥 느꼈는가?
우리는 음악을 들을 때 음악에서
빠바밤을 하면 빠바밤을 느끼고 띠리링을 하면 띠리링을 느낀다.
음악에는 해석의 여지가 없다.
말을 알아듣지 못하는 아기도 음악은 느낄 수 있으니 말이다.
우리는 음악은 그냥 느낀다.
그렇다면 우리가 산다는 건 어떤가?
하늘을 본다는 건 나무를 본다는 건 서로를 본다는 건
해석의 여지가 없는 이 음악이
해석의 여지가 없는 이 나무가
해석의 여지가 없는 이 세상이
우리가 사는 진짜 세상 아닐까?
하루 종일 계속 말을 하는 사람은
자신의 말만 계속 하느라 다른 사람의 말을 듣지 못할 것이다.
그렇게 평생 말만 한다면 그 사람이 경험한 세상은 그냥 본인의 말일 것이다.
그런데 생각도 똑같다.
하루 종일 생각을 하는 많은 사람들에겐
그들이 죽을 때까지 경험하게 되는 세상은
그냥 그들의 생각뿐일 것이다.
그 생각 바깥에 있는 세상은 경험할 수 없다.
생각이 현실을 창조한다고 믿는가?
생각하는 사람은 현실을 모른다.
강형욱 훈련사가 강연 중 청중들에게 물었다.
“우리 반려견이 언제 가장 행복해하는지 아세요?
간식 줄 때? 산책 갈 때?
아닙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그냥 주인과 함께 있을 때
가장 행복해합니다.”
강아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냥 느끼는 세상을
그냥 바라보는 서로를.
애초에 진정한 소통이라는 건 존재하지 않았다.
그저 이 삶을 함께 하는 것이 존재한다.
인터스텔라에서 우주를 비출 때
대사를 멈추고
음악을 멈췄듯이
우리가 생각을 잠시 멈추면
우리의 생각 바깥에 있는 진짜 세상이 느껴질 것이다.
아마 내가 영화관에서의 정적에 기분이 이상했던 건
그 순간 600명과 같이 이 세상을 살았기 때문 아닐까?
안녕하세요, 여러분.
이 영상을 제작할 수 있게 해준 귀여운 광고 시간입니다.
<늙지 않기에 힘든 우리> 방금 제 영상처럼
감성적이고 인문학적인 관점으로 작가가 삶에 대해 고찰한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진화 심리학이라는 차가운 과학적 논리를 정말 따뜻하게 녹여낸 책이에요.
‘늙어서 힘든 게 아니라 늙지 않아서 힘든 것이다’라고 말하는 작가가
왜 이런 생각을 갖게 되었는지
작가의 삶의 지혜가 책 안에 고스란히 담겨져 있는데요.
개인적으로 저는 이렇게 사람들의 다양한 관점과 생각을 듣는 걸 좋아합니다.
과학을 포함해서 세상에 정답이라는 건 없다고 생각해요.
종교를 믿던, 귀신을 믿던 과학을 믿던
모두 다 사람들이 세상을 해석하는 하나의 재미 있는 방법 같아요.
김시화 작가님의 해석도 정말 재미있는데
어떤 생각을 가지고 계신지 한번 들어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책 내용은 처음부터 끝까지
두 사람의 대화 형식으로 되어 있어서
읽기에 부담도 없고 금방 마지막 챕터를 읽고 올 수 있다.
우리는 각자로 태어나 죽을 때 하나가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그런데 저는 죽기 전에도 하나가 되는 방법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 모두의 마음속에 살고 있는 그 어린아이 있잖아요.
그 어린아이의 순수함을 잃지 않고 사는 거예요.
<늙지 않기에 힘든 우리> 추천하고요
좋은 한 주 보내시기를 바랍니다.
그럼 이만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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