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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분과학] 화이트홀은 존재한다

Buddhastudy 2024. 9. 10. 19:12

 

 

보시다시피 끊임없는 포화에도 불구하고

전쟁은 제게 조금은 친절을 베풀어 주었습니다.

제가 이 모든 것에서 벗어나

당신의 생각의에 땅을 거닐 수 있을 만큼은요.”

 

1915년 세계 1차 대전에 참전해

포병 장교로서 러시아와 싸우고 있던 천재 물리학자 카를 슈바르츠 실세가

아인슈타인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다.

 

그는 전쟁 중 아인슈타인이 발표한 상대성이론에 대해 알게 되었고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을 이용해

세상에 존재하지 않던 해답을 구한다.

 

그가 구한 답에 따르면

놀랍게도 우리가 사는 이 세상에

중력이 무한대가 되는 점이 있어야만 했고

이 점에서 수천만 킬로미터 떨어진 곳까지도 중력이 매우 강력해

빛조차 빠져나올 수 없어야 했다.

 

재밌는 풀이였지만

편지를 받은 아인슈타인도, 편지를 보낸 당사자도

이런 게 세상에 존재할 것이라고는 믿지 않았다.

 

왜냐하면 이 해답은 너무 극단적이었기 때문이다.

지구만 한 행성이 탁구공만 해졌을 때나 가능한 공상과학 소설과도 같다.

 

하지만 우리는 이제 안다.

블랙홀은 실제 한다는 걸.

불과 수 킬로미터밖에 되지 않는 작은 블랙홀에서부터

태양계 전체를 뒤덮고도 남을 만한 초거대 블랙홀까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은 블랙홀로 뒤덮여 있고

그 블랙홀의 중앙에 슈바르츠실트가 계산했던

[특이점]이 존재한다.

 

별이 빛을 내는 이유는

수소 원자 4개가 결합해 헬륨 원자가 되며

엄청난 폭발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별이라는 건

폭발하면서 팽창하려는 힘과

끌어당기려는 별의 중력이

균형을 이루며 만드는 반짝이는 공이다.

 

이 절묘한 균형 덕분에 별은

수억 년 동안 자리를 지키며 빛을 내지만

언젠가 별이 연료를 모두 소진해

폭발이 중단되고 팽창력이 사라지면

중력은 별을 하나의 점으로 으스러뜨려

우주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중력이 무한대가 되고, 시간이 멈춰버리는

특이점 탄생한다.

우주에 구멍이 나버린 것이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초능력을 이용해 블랙홀 안을 들여다볼 수 있다고 하더라도

우리가 볼 수 있는 거라고는

특이점이 아직 되지 않은

계속해서 붕괴만 하고 있는 별일 것이다.

이게 무슨 말일까?

 

영화 <인터스텔라>에서 쿠퍼와 에밀리아는

밀러 행성에서 3시간을 소비하고 우주선으로 돌아왔지만

우주선의 시간은 무려 23년이 흘렀다는 걸 알게 된다.

 

이건 밀러 행성의 위치가

중력이 매우 큰 블랙홀과 근접해 있어

시간 왜곡이 극심했기 때문에 발생한 현상이다.

 

그렇다면 상상해 보아라.

블랙홀과 근접한 곳이 아닌 블랙홀 안의 시간은 어떻게 흐를까?

 

계산에 따르면

우리에게는 수십억 년의 시간이

블랙홀에서는 1초도 되지 않는 짧은 시간이 된다.

수십억 년이 지나도 이제 막 붕괴하기 시작한 별만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이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는 이렇게 말한다.

중력이 무한대가 되고, 시간이 멈춰버리는 그 특이점은

미래에 있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우리에게 이 말도 안 되는

시간 왜곡을 남기며 끝이 난다.

특이점에서 방정식 값이 무한대가 되니

더 이상 할 수 있는 게 없어 없어지는 것이다.

 

그러나 놀랍게도 양자중력이론을 대입하면

이곳은 새로운 시작이 된다.

양자중력이론에 따르면

특이점과 같은 아주 작은 점에서는 시간과 공간이 양자화된다.

 

그러면 양자역학의 지배를 받는 다른 모든 미시 입자들과 마찬가지로

시간과 공간 또한 확률의 구름 속으로 들어가게 되는데

이때 양자중력이론 방정식을 이용하면

양자화된 시간 공간이

다시 반대편으로 나아갈 수 있는 확률이 해답으로 나온다.

 

모든 것이 특이점이라는 하나의 점에서

다시 힘차게 뻗어나간다는 것이다.

 

이론적으로만 존재해 왔던 화이트홀 이야기다.

놀랍게도 동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 화이트홀은

블랙홀과 마찬가지로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에서 하나의 답으로 존재한다.

 

사실 100년 전 슈바르츠실트가 아인슈타인에게 보낸 편지 안에

이미 존재해 왔다.

화이트홀은 블랙홀의 시간을 거꾸로 돌린 것과 같기 때문이다.

 

아인슈타인의 방정식은

시간을 순방향으로 진행시켜도, 역방향으로 진행시켜도

모두 정상적으로 성립된다.

 

문제는

왜 화이트홀이 방정식의 값으로 존재하지 않는가?”가 아니다.

문제는

왜 블랙홀은 발견되는데 화이트홀은 발견되지 않는가?”이다.

 

이에 대해 카를로 로벨리는 재미있는 가능성을 제시한다.

블랙홀이 모든 물체를 빨아들인다고는 하지만

우리는 결코 어떤 물체도 블랙홀에 들어가는 것을 관측할 수 없습니다.

왜냐하면 블랙홀에 들어가기 전 시간 지연 효과는 무한대에 가까워지고

우리에게 이 물체는 멈춘 것처럼 보일 것이기 때문입니다.

블랙홀 앞에서 멈춰버린 이 물체는

언제까지나 영원히 멈춘 채로

우리에게 끊임없이 빛으로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없습니다.

그들은 더 이상 빛으로 정보를 전달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게 되고

우리는 그 물체가 블랙홀에 들어가는 걸 결코 확인하지 못한 채

단지 점점 어두워져만 가는 물체를 관찰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 말은

우리가 블랙홀이라고 말하는 저 구멍들이

실제로 블랙홀인지, 아니면 반대로 화이트홀인지

구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시간 지연 효과가 무한대에 가까운 블랙홀과

화이트홀 주변의 물질들은

모두 우리에게 빛으로 정보를 전달해 줄 수 없고

화이트홀이든 블랙홀이든

우리에게는 모두 검은 구멍으로만 보인다는 것이다.

 

그 어떤 물체도 구멍에 들어가고 있는 중인지

아니면 반대로 나오고 있는 중인지 알 수 없고

그저 중력이 아주 세 보이는 저 검은 천체가 만드는 중력에 의해

빙빙 돌고 있는 물체들만 볼 수 있을 뿐이다.

 

우리는 그것이 블랙홀인지, 아니면 화이트홀인지 알 수 없다.

우리는 그것이 끝인지, 아니면 시작인지 알 수 없다는 말이다.

 

상대성이론만 믿는 사람에게는 블랙홀인 것이

양자중력이론을 믿는 사람에게는 화이트홀이 된다.

관점의 변화가 끝을 시작으로 만든 것이다.

 

그런데 이거 참 재밌지 않은가?

하나의 점에서 모든 것이 시작된다는 화이트홀에 대한 묘사는

우리 우주에 존재한 또 하나의 특이점

빅뱅에 대한 묘사와도 같다.

 

어쩌면 그동안 많은 사람들이 상상해 왔던 것처럼

우리가 끝이라고 믿었던 블랙홀 안에

새로운 우주가 시작되고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의 우주 또한

이전 우주의 커다란 블랙홀 안에서 시작된 것일지도 모른다.

원인과 결과로 사고하는 것이 익숙한 우리는

이 우주의 시작은 무엇인지, 최초의 원인은 무엇인지에 대해 자주 얘기한다.

그것은 빅뱅이다.

시작이 곧 빅뱅이고 모든 것의 원인은 빅뱅이다.

 

그런데 내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원인은 뭘까?

내가 빅뱅이라는 이론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빅뱅 이론을 배울 수 있었던 원인은 뭘까?

빅뱅이 있었기 때문이다.

과연 시작과 끝은 존재하는 걸까?

아니면 이것 또한 우리 머릿속에 있는 환상일까?

 

난 우리가 발견한 과학의 방정식들이

원인과 결과를 설명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생각했을 때 그들이 설명하는 건 딱 하나

모든 것은 연결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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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 재미있게 보셨나요?

이번 영상은 제가 제일 좋아하는 학자 중 한 명이죠.

물리학자 카를로 로벨리의 신간 <화이트홀>이 출시되어

도서 내용을 바탕으로 제작해 보았습니다.

표지도 예쁘죠.

 

드라마의 1편을 보았는데

이 드라마가 재미있는 드라마라는 직감이 올 때

영화가 시작하고 10분도 안 됐는데

이 영화가 재미있는 영화라는 직감이 올 때

그리고 책을 들고 몇 장을 읽었을 뿐인데

이 책이 재미있는 책이라는 직감이 올 때

정말 행복하지 않나요?

 

그런데 개인적으로 카를로 로벨리의 책은

출간됐다는 소식과 동시에 저에게 행복감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분의 강연이나 도서를 보고 실망한 적은 단 한 번도 없는 것 같아요.

 

바깥에 있는 우주를 우리 내면으로

흐르는 줄 알았던 시간을 흐르지 않도록

끝인 줄 알았던 블랙홀을 시작으로 만들어주는

카를로 로벨리의 마법과도 같은 강점들은

매번 저의 우주를 확장시켜줍니다.

 

이번 도서도 이탈리아 현지 출간과 동시에 베스트셀러가 되어

10주간 부동의 1위를 유지하였고

영미권을 비롯해 전 세계 40여 개 국가에서 번역되며

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뉴사이언티스트 등

주요 언론에서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며 극찬을 받았다고 합니다.

 

이번 도서 <화이트홀>은 빨리 한국어로 번역되어야 하는 도서에 꼽히기도 했는데요.

그만큼 흥미롭고 많은분들이 좋아하실 것 같은 내용이 담긴 도서입니다.

읽어보시면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그럼 저는 이만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