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 년 동안 진리를 깨닫고 싶어하는 수행자는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기록을 근거로 했을 때
세존과 용수를 제외하고는 단 한 명도 없으니까요.
정말 이상한 일이지 않은가요?
수행의 목표는 당연히 진리에 대한 자각이 되어야 하는데
왜 수백만, 수천만 명에 이르는 수행자들이
하나같이 진리를 외면해 왔던 것일까요?
프로그램 된 세상에서 살아가는 캐릭터의 모습은 다양하지만
그 본질은 아주 단순합니다.
첫 번째, 프로그램상의 캐릭터는
자신의 레벨을 높이는 쪽으로 나아간다는 점
두 번째, 캐릭터는
절대로 프로그램에서 탈출하려는 생각 자체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 그것입니다.
다시 말해 프로그램상의 캐릭터는
자신의 레벨을 높이기 위해
프로그램 안에서 영원히 머물게 된다는 사실입니다.
바로 이런 이유로 인해
수행자들은 자신의 레벨을 높여 1지보살, 2지보살 같은 레벨 단계를 거쳐
최종 단계인 부탁까지 이르려고 합니다.
물론 수행자들은 붓다에 이르면
완벽한 해탈에 의해
프로그램에서 탈출한다고 여깁니다.
하지만 붓다 역시 프로그램에서 만들어낸
가상의 존재입니다.
실존의 세계에서는
우리가 알고 있는 그런 붓다는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이런 사실을 눈치챈 선지식들 사이에서
부처를 만나면
부처를 죽이라는 말까지 나오는 것입니다.
붓다에 대한 관념 자체도
남아 있어서는 안 된다는 얘기이지요.
아무튼 수행자들은
자신들의 존재 가치를 높이는 쪽으로 매진하고
그럼으로써 차원의 수레바퀴에 영원히 갇혀 있게 됩니다.
그렇다면 진리란 도대체 무엇인가요?
수행자들은 진리를
레벨업을 일으키는 이치로 정의합니다.
이렇게 되면
마음이 진리의 중심 소재가 되지요.
하지만 영원히 프로그램에서 벗어날 길이 없게 됩니다.
반면에 진리를
차원에서 탈출하는 원리로 정의한다면
상황이 달라집니다.
이렇게 되면
이성이 진리의 아이콘이 되고
차원의 프로그램에서 탈출할 길이 조금씩 열리게 됩니다.
그러면 마음과 이성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요?
마음을 수행의 중심에 놓게 되면
불성, 본성, 참나, 일체유심조, 열반, 해탈 같은 명제들이 따라붙게 됩니다.
반면에 이성을 수행의 중심에 놓게 되면
존재, 실존, 제1원인, 유무, 시공, 차원 같은 명제들이 부각됩니다.
전자는 체험을 통해 나의 존재가 거룩해지는 방향으로 향하고
후자는 오로지 진리적 자각에만 초점이 모이게 됩니다.
전자는 브라만교나 대승불교, 힌두교의 가르침이 되고
후자는 초기 불교나 철학, 과학의 영역이 됩니다.
둘 가운데 과연 불교의 참모습은 어떤 것일까요?
불교는 철저히 이성적 진리를 추구하는 가르침입니다.
세존이 마음을 기치로 내건 브라만교를 거부하고
이성적 진리를 기치로 삼음으로써
불교가 탄생했으니까요.
마음은 나의 레벨을 높이는 재료이며
이성은 진리를 자극하는 연료입니다.
혹자는 “마음과 이성이 함께하면 더 좋지 않을까?”라고 반문할 것입니다.
하지만 마음은 나 잘되고 싶은 생각에
자꾸만 이성의 질주에 제동을 겁니다.
그래서 구태여 구분을 두는 것이지요.
물론 마음이 이성을 덮지 않는다면
일부러 마음과 이성을 격리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성만 반듯하게 살아있다면
마음이 일으키는 각종 체험 역시
진리를 탐구하는 소재로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세존 역시 마음이 만들어내는 절대, 해탈, 열반의 체험을 통해
진리적 자각에 대한 목표가 더욱 확고해지지 않았던가요?
하지만 문제는 역시
마음이 너무 달콤해
이성이 깜빡깜빡 죽는다는 사실입니다.
사실 일체유심조의 경지에 이르면
가히 조물주가 따로 없거든요.
그러니 너무 좋아서 이성의 완성을 망각하게 되는 것입니다.
부처님이 브라만교의 마음공부를 거부하고
진리적 자각을 기치로 삼아
불교를 세우신 이유를 곱씹어 볼 필요가 있습니다.
당신의 목표는
마음자리를 깨달아
일체유심조, 절대, 해탈, 열반 같은 것을 얻는 것인가요?
마음이 완성되면 무척 좋을 것 같나요?
장자의 호접몽처럼 캐릭터의 완성은
그저 한바탕의 꿈일 뿐입니다.
진리가 빠진 마음의 완성은 순식간에 허물어져
괴물의 모습을 띠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제법 무상입니다.
깨달아 붓다가 되려 하지 마시고
이성의 잣대를 가지고
차근차근 진리를 탐구해 보는 게 어떠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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