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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Dream] 기생충은 왜 개구리 다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 (기생충의 과학-1)

Buddhastudy 2021. 5. 6. 19:26

 

 

개구리는 두 개의 뒷다리 힘차게 점프를 합니다.

그런데 사진 속 이 개구리의 뒷다리는 왜 이렇게 많을까요?

방사능에 오염된 개체일까요? 아니면 단순한 돌연변이일까요?

 

놀랍게도 이 개구리의 뒷다리를 이렇게 만든 범인은 바로 기생충입니다.

오늘 에피소드는 살벌하리만큼 똑똑한 기생충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다른 영상들처럼 기생충의 끔찍한 모습만 소개하지 않겠습니다.

기생충에 대한 과학적이면서도 놀라운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45천여 종의 척추동물에 기생하는 기생충의 종 수는 무려 75천 종!

포유류의 경우 한 종에 평균 10마리

조류의 경우에는 한 종에 평균 12마리의 기생충이 살고 있습니다.

현존하는 생물종 중 기생충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무려 40%에 달합니다.

인간은 다양한 약물을 통해 인간 몸에 기생하는 기생충들을 거의 전멸시켰지만

자연계의 사정은 그렇지 않습니다.

 

바로 이 다리 많은 개구리가 대표적인 예죠.

이 개구리의 몸에는 리베이로이아 흡충이 살고 있고

바로 이 기생충이 개구리 다리를 이렇게 만들었습니다.

한낱 기생충 따위가 이렇게 놀라운 일이 벌이다니

정말 기막히지 않나요?

 

리베리로이아 흡충은 개구리가 올챙이였던 시절

다리가 나오는 부위에 기생하면서 개구리의 다리를 기형으로 만듭니다.

올챙이가 개구리가 될 때 뒷다리가 만들어지려면

비타민 A의 대사산물인 레티노산의 농도가 중요한데요

농도가 높으면 다리가 많이 생기고

너무 낮으면 다리가 잘 생겨나지 않습니다.

 

리베이로이아 흡충은 레티노산을 분비해

올챙이 체내의 레티노산의 농도를 급격히 높임으로써

다리가 더 많이 생겨나게 만드는 겁니다.

 

이 기생충 때문에 뒷다리가 한 개 더 생기거나 뒷다리의 모양이 이상해지는 등

여러 형태로 다리가 기형이 된 개구리는

새가 나타나도 도망가지 못하고, 그대로 잡아 먹히고 말죠.

 

실제로 실험을 해 보면

기형 개구리는 정상에 비해 41%나 점프 거리가 짧고

물속에서 헤엄을 치는 속도도 37%나 줄어든다고 합니다.

이렇게 설명하고 끝내면 과학드림이 아니겠죠?

 

여기서 중요한 질문 하나!

기생충은 개구리의 뒷다리를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그냥 개구리 몸속에서 편히 살면 되지 않을까요?

굳이 개구리를 이렇게 만들어서 기생충에게 도움이 되는 측면이 있을까요?

있습니다. 바로, 번식입니다!

 

이 리베이로이아 흡충은 번식을 하려면

최종 숙주인 새가 꼭 필요합니다.

새의 배 속에서만 성충으로 자랄 수 있고, 그 안에서 알을 낳습니다.

따라서 이 흡충에게 개구리는 그저 거쳐 가는 환승역일 뿐이고

최종 목적지는 새인 겁니다.

개구리의 다리를 기형으로 만든 건, 철저한 사전 계획의 일부였던 셈이죠.

 

구독자 여러분의 이해를 돕기 위해

이 기생충의 생활사를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먼저 새의 대변을 통해 리베이로이아 흡충의 알이 물로 들어갑니다.

그러면 알은 물속에서 분화해 1차 유충(미라시디아) 시기를 거치는데

이때 달팽이에게 잡아 먹이면서

달팽이 몸속에서 개체 수를 늘려갑니다.

 

달팽이의 몸속에 있던 유충들은

달팽이의 배설물이나 점액질을 통해 배출되는데

이때 유충을 세르카리아라고 부릅니다.

 

달팽이의 몸에서 나온 유충 세르카리아들은 다시 올팽이에게 먹히고

올챙이의 신체 중 다리가 자라나는 부위에

자리를 잡고 기생을 하면서 성장을 하죠.

이렇게 성장을 유충을 메타세르카리아라고 부릅니다.

 

끝으로 메타세르카리아 유충은

개구리의 다리를 기형으로 만들어서

새 같은 천적에게 쉽게 잡아 먹히게 만들고

다시 새의 배 속에서 성충으로 자라납니다.

이때 성충은 리베이로이아 라고 부르죠.

 

그런데 이렇게 똑똑한 기생충이 과연 이 녀석 하나뿐일까요?

 

류코클로리디움 파라독섬이란 기생충은

달팽이의 몸 안으로 들어가면

달팽이의 눈을 향해 여러 가닥의 촉수를 뻗습니다.

촉수들이 달팽이의 눈에 도달하면 갖가지 색으로 변하는데

모양이 마치 초록색을 띤 맛 좋은 애벌레처럼 보이죠.

 

이 기생충에 감염된 달팽이들은

평소처럼 그늘지고 어두운 곳을 찾는 대신에

밝은 곳으로 나가려고 합니다.

애벌레 같은 눈을 달고 밝은 곳을 돌아다니는 달팽이는

새의 눈에 잘 뜨일 수밖에 없고

결국 새에게 쉽게 잡아 먹히고 맙니다.

 

덕분에 류코클로리디움은 새를 운송 수단으로 삼아

새똥을 통해 자신의 알을 사방팔방으로 뿌릴 수 있게 되는 거죠.

놀라운 번식 방법이지 않나요?

 

또 다른 예가 있습니다.

여기 배가 빨간 개미가 있습니다.

이 개미는 열대 밀림 바로콜로라도 섬에 사는 밀림개미로

개미선충이란 기생충에 감염된 상태입니다.

 

이 개미선충에게 감염되면, 밀림개미는 배가 빨갛게 부풀어 오르고

배를 하늘로 치켜드는 행동도 자주합니다.

 

이런 행동을 하는 개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요?

맛 좋은 열매처럼 보이기 때문에 새에게 먹힐 확률이 아주 높아집니다.

 

개미선충은 자연스레 새의 배 속으로 갈 수 있고

이곳에서 번식을 할 수 있게 되는 거죠.

 

새의 몸속에서 번식을 마친 개미선충은 알을 낳고

이 알은 다시 새의 똥을 통해 밖으로 나옵니다.

 

그러면 밀림 개미들은 바보 같이

이 똥을 다시 일개미 애벌레들에게 가져다 먹이고

결국 이렇게 개미의 몸에서 개미선충의 생활사가 다시금 시작됩니다.

 

뿐만 아닙니다.

연가시는 곤충의 뇌를 조종해 자살을 유도하는 것으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연가시 성충은 맑은 물에 살면서 짝짓기를 하고 알을 낳는데

이 알들은 잠자리나 모기 유충에게 먹혀서 그 몸 안에서 성장한 뒤에

성충이 된 잠자리나 모기들이 육식 곤충인 사마귀나 귀뚜라미에게 잡아먹히면서

다시 육식 곤충의 몸으로 이동합니다.

 

연가시는 반드시 물에서 알을 낳아야 하기 때문에

숙주가 물속에 있어야 하는데요

그래서 연가시는 곤충의 신경계에 작용하는 특정 단백질을 분비해

스스로 물에 빠져 죽게 만듭니다.

 

곤충이 물이 위험하다는 것을 잊게 하는지

아니면 체온을 높여 물가처럼 더 시원한 곳을 찾게 만드는지에 대한

정확한 사실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마음을 조절하는 기생충도 있습니다.

쥐가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게 만드는 톡소포자충이 대표적인 예인데요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고양이를 무서워하지 않습니다.

보통 쥐는 고양이의 오줌 냄새를 맡으면 도망치기 바쁜데

톡소포자충에 감염된 쥐는 도망치지 않는데

오히려 고양이 소변을 뿌려 놓은 방에

보통 쥐보다 더 자주 드나든다는 실험 결과가 있을 정도죠.

 

톡소포자충이 이렇게 쥐의 심리를 조종하는 것도

결국은 번식 때문입니다.

 

톡소포자충의 최종 숙주는 고양이고

쥐가 고양이에게 더 쉽게 잡아 먹혀야만

톡소포자충이 번식의 이득을 누릴 수 있기 때문이죠.

이쯤 되니까, 살벌함을 넘어 기생충에게 감탄을 하게 되지 않나요?

 

우리의 시각에서는 이 기생충들이 정말 끔찍해 보일 수 있지만

실은 기생충들의 이런 생태적 특성은

수많은 세월 동안 자연선택으로부터 진화한 경이로운 생명 현상일 뿐이죠.

 

그런데 과연 기생충은 이렇게 끔찍하기만 한 존재일까요?

기생충이 다른 생명들의 진화에 중요한 열쇠 역할을 했다면 믿어지나요?

기생충에 대한 또 다른 이야기가 궁금하다면

다음 에피소드를 기대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