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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Dream] 성은 왜 생겨났을까?

Buddhastudy 2021. 5. 14. 19:41

 

 

생물학에서는 꽤 오랜 수수께끼가 하나 있습니다.

바로 성의 탄생이죠.

서로 다른 성으로 나뉘어 번식하는 것은

상당히 비효율적인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박테리아가 무성생식으로 하루 만에 수억 마리로 불어나는 모습에 비하면

유성생식을 하는 인간은 정말 힘들게 번식합니다.

 

한 세대를 키워내는 데만 무려 30년이 걸리고

서로의 짝을 찾는 데 소모하는 자원

구애와 짝짓기 과정에서 소모하는 자원을 떠올리면

성은 정말이지 왜 있나 싶기까지 합니다.

 

이처럼 소모하는 자원과 시간, 그리고 번식 속도만을 놓고 보면

유성생식은 무성생식에 비빌 수조차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도 현재 지구에서는

성을 이용하는 생물들이 번성을 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그 이유는 뭘까요?

오늘 영상의 주제는 성의 탄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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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질문에 대한 실마리는 1930년대 초반,

진화생물학자 피셔와 실험유전학자 멀러로부터 나옵니다.

 

이들은 유성생식은 서로 다른 성의 조합으로

돌연변이를 빠르고 쉽게 만들 수 있기 때문에

무성생식에 비해 환경 변화에 빠르게 대처할 수 있다고 주장했습니다.

 

어렵죠?

이해하기 쉽게 한 가지 예를 들어 보겠습니다.

 

여기 무성생식을 하는 사람 집단 A그룹과

유성생식을 하는 사람 집단 B그룹이 있다고 가정해 봅시다.

그럴 일은 없지만, 가정입니다.

 

평소에는 A그룹의 번식 속도가 B그룹에 비해 월등할 겁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두 집단에 치명적인 신종 바이러스가 퍼지면 어떻게 될까요?

무성생식을 한 A그룹은 유전자 다양성이 0에 가깝기 때문에

바이러스를 이겨낼 사람이 없을 겁니다.

, 전멸하게 되죠.

 

반면 B그룹은 많은 사람들이 죽겠지만

다행히 유전자 다양성이 높기 때문에

일부 신종 바이러스의 면역 유전자를 가진 사람들은 생존할 수 있는 겁니다.

 

전설적인 진화생물학자 윌리엄 해밀턴 역시

1982, 성의 탄생을 기생충 가설로 설명하는 논문을 발표합니다.

숙주가 기생생물들의 공격을 막기 위해

성을 진화시켰다고 주장했죠.

 

성의 탄생에 대한 수수께끼는

놀랍게도 기생생물(병원체 포함)이라는

전혀 뜻밖의 존재를 중심으로 서서히 풀려가기 시작한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기생생물은 기생충을 비롯해

바이러스나 세균도 포함됩니다.

 

유성생식은 무성생식보다 번거롭고 번식 속도는 느리지만

매우 큰 유전적 다양성을 가져다줍니다.

주위를 둘러보면 유전적 다양성을 금세 실감할 수 있습니다.

 

사람들 개개인은 성격, 얼굴, 체형, 건강한 정도 등

똑같은 부분을 찾기 힘듭니다.

암수가 만나 짝짓기를 하면

자손 안에서 유전정보가 뒤섞여 전혀 새로운 방어 전략을 지닌 개체가 탄생할 수 있죠.

 

비유적으로 말하면 느닷없이 타노스가 지구를 침공했을 때

아이언맨 100명이 맞서는 거보다

다양한 능력의 히어로들 10명이 있을 때

지구를 구할 확률이 높아지는 거죠.

이만큼 유전적 다양성은 중요합니다.

 

재미있게도 기생충 가설과 성의 탄생을 증명한 실험이 하나 있습니다.

2009년 진화생물학자 조켈라 교수는

무성생식과 유성생식을 모두 할 수 있는 진흙 달팽이로 실험을 합니다.

 

그는 이 달팽이를 유성생식 그룹과 무성생식 그룹으로 나눈 다음에

두 그룹에 기생충을 투입시킵니다.

 

결과는 어땠을까요?

 

시간이 지나자 무성생식 달팽이 무리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었습니다.

기생충이 무성생식 달팽이의 방어 전략을 무력화하는

새로운 공격 무기를 개발했기 때문이죠.

 

그에 반해 유성생식 달팽이 무리는

개체 수가 오히려 꾸준히 늘었습니다.

왜 이런 결과가 벌어졌을까요?

 

유성생식으로 태어난 자손은 부모와는 다른 유전형질을 띄기 때문입니다.

, 기생충의 새로운 공격 무기에 부모는 속수무책이었다면

자손 세대는 부모의 조합된 유전자를 갖고 있기 때문에

기생충의 새로운 무기에도 대항할 수 있게 된 거죠.

 

이처럼 생물들은 항상 다른 생물들과 상호작용을 하며 진화합니다.

그리고 진화의 중심엔 기생생물이 있죠.

 

1982, 해밀턴의 기생충 가설 논문이 처음 등장했을 때

설마 기생충 때문에 우리가 그 화끈한 섹스를 하도록 진화한 걸까? 하며

고개를 갸우뚱거리는 사람들이 많았지만

이제 이 가설을 성의 기원을 설명하는 탁월한 이론으로 인정받고 있습니다.

 

어쩌면 지구상의 수많은 동물들은 짝짓기를 할 때

기생충 타도를 외치고 있지는 않을까요?

여러분, 이렇게 번식이 중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