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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Dream] 스테고사우루스는 등에 있는 골판으로 뭘 했을까?

Buddhastudy 2021. 5. 21. 20:30

 

 

여기 고구마처럼 생긴 공룡이 있습니다.

영화 속에서 한 번쯤 봤던 이 공룡은

지붕 도마뱀이란 별명을 지닌 스테고사우루스인데

크기도 크기지만, 그 어떤 공룡에서도 보기 힘든 독특한 포스를 풍깁니다.

바로 등에 뾰족하게 솟은 골판 때문이죠.

녀석의 등판에는 높이가 60cm에 달하는 골판이

무려 17~22개나 붙어 있는데요

 

도대체 스테고사우르스는 이렇게 거추장스러운 골판을

왜 달고 있었을까요?

스테고사우르스 골판의 비밀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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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77, 스테고사우르스의 화석이 처음 발견됐을 때

과학자들은 스테고사우르스 골판을 방어용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왜냐하면 스테고사우르스의 최초 복원도는 바로 이런 모습이었거든요,

지금과도 사뭇 다르죠?

마치 거북이 등껍질처럼 골판이 등 정체를 감싼 모습이었습니다.

 

이렇게 복원할 수밖에 없었던 건

발견 당시 스테고사우르스의 골판 화석이

바닥 여기저기 뿔뿔이 흩어져 있었기 때문이죠.

지금처럼 등에 늘어서 있을 것이라고는

상상할 수조차 없었습니다.

 

하지만!

스테고사우르스의 복원도는 금세 바뀝니다.

그로부터 9년 후, 미국 콜로라도주에서

꽤 양호한 상태의 스테고사우르스 화석이 발견됐기 때문이죠.

 

화석에서 드러난 스테고사우르스의 골판 위치는 독특했습니다.

골판들이 몸을 감싸고 있지 않았고

모두 등을 따라 늘어서 있었죠.

등을 따라 배치된 모양을 두고도 논란이 많았습니다.

화석을 발견한 예일대학교의 오스니엘 마시 박사는

이렇게 한 줄 배열 돼 있었다고 주장했고

리처드 럴 박사는 17개나 되는 골판이 일렬로 늘어서게 되면

스테고사우르스는 꼬리를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기 때문에

이렇게 두 줄 대칭으로 배열돼 있었을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또 이와는 다르게 생각한 아저씨도 있었습니다.

둘 다 틀렸어. 스테고의 골판은 이렇게 지그재그 비대칭이었을 거야!”

 

1900년대 초반부터 옥신각신하던 주장들은

1980년대 이후 지그재그 형태의 골판 배열 화석들이 여러 곳에서 발견되면서

길모어 박사의 주장이 지그재그 배열 학계 정설로 자리 잡게 됩니다.

 

어쨌든, 상황이 이렇게 흘러가자

공룡학자들은 스테고사우르스의 골판의 용도에 대해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등을 따라 배열된 골판은

방어용이라 하기엔 애매해 보였던 겁니다.

 

방어용이라면 거북이처럼 등 전체를 감싸거나

연약한 배 부위를 감싸고 있어야 하는데

스테고사우르스 골판의 위치는 뭔가 엉성했던 거죠.

 

포식자가 나타나면 골판을 수평으로 눕혀

옆구리와 허벅지를 보호했을 거라는 주장도 있지만

그러기에는 스테고사우르스의 등과 골판을 이어 주는

근육과 인대가 충분하지 않았습니다.

 

무엇보다 골판은 엄청 딱딱하지도 않았습니다.

골판은 척추뼈와 직접 연결돼 있지도 않았고

등 쪽 피부에서 별도로 생겨난 조직이었죠.

 

이후, 이 골판 조직은 빽빽한 케라틴 단백질과 콜라겐 섬유

그리고 엉성한 뼈로 이뤄져 있다는 사실이 밝혀집니다.

오늘날의 악어 피부에 나 있는 딱딱한 뿔 같은 조직과 비슷했습니다.

이 골판들이 방어용이 아니었다면 도대체 무슨 용도였을까요?

 

1976, 인디애나대학교의 제임수 팔로우 박사는

<사이언스>지를 통해 꽤 획기적인 답을 내놓습니다.

바로 체온조절..

 

? 골판으로 체온조절? 선뜻 이해가 안 갈 겁니다.

이 사진을 함께 볼까요?

사진 속 수 많은 자국들이 보입니다.

이 자국들은 작은 혈관들이 복잡하게 지나간 자국입니다.

제임스 팔로우 박사는 CT를 찍어 골판 속도 관찰했는데요

여기서도 혈관의 흔적을 발견했습니다.

이를 통해 팔로우 박사는 스테고사우르스가 피를 골판으로 흘려보내

체온을 조절했다고 추정했습니다.

 

체온이 떨어졌을 때는 햇볕으로 나가 골판에 피를 쫙 보낸 후

피가 뜨거워지면 이를 다시 온몸으로 보내 체온을 높였고

반대로 너무 더우면 그늘로 자리를 옮겨서 골판에 피를 쫙 보낸 후

식은 피를 다시 온몸으로 보내 체온을 낮췄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는 마치 사막여우나 토끼, 코끼리가 넓은 귀를 이용해

체온을 조절하는 것과 비슷한 원리입니다.

팔로우 박사는 2010년 발표한 논문에서는 보다 정확한 데이터로

골판의 체온조절설에 힘을 실었는데요

논문에 수록된 사진들을 보면

혈액이 지나간 구멍도 보이고, CT사진에서는 아주 선명한 혈관도 보입니다.

팔로우 박사의 주장은 증거도 명확했고

기존 방어용 가설을 대체하는 아주 그럴듯한 가설이라

공룡학계의 큰 환영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스테고사우르스의 골판은

체온조절용이라는 게 공룡학계의 주된 의견으로 자리 잡았죠.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미국 동부유타 주립대학교의 케네스카펜터 박사는

스테고사우르스가 자신을 과시하거나 이성을 유혹할 때

골판에 피를 보내 붉게 물들였을 거라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여러분, 한번 상상해 보세요.

버스만한 거대한 공룡이 높이가 60cm에 달하는 골판을 붉게 물들여가며

매력을 뽐내는 모습을 말이죠.

 

정말 놀라웠을 것 같지 않나요?

고작 골판 하나로 수 많은 과학자들을 100년 동안 옥신각신하게 만든

스테고사우르스!

 

최근에는 암컷과 수컷의 골판이 다르다는 논문도 발표됐는데요

, 앞으로 새로운 학설들이 나와 기존 학설을 뒤집을지도 모릅니다.

과학은 늘 변하기 마련이니까요.

 

이쯤 되니, 이제 스테고사우르스에게 직접 묻고 싶어집니다.

, 골판 어디다가 썼냐?” 고 말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