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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cience Dream] 장염 환자에게 기생충 알 2,500개를 먹이면? (혐짤X) |기생충의 과학-3탄

Buddhastudy 2021. 6. 2. 19:10

 

 

 

감사하게도 기생충 영상에 수많은 댓글이 달렸습니다.

그중 가장 많은 댓글은 역시 징그럽다는 댓글이었습니다.

그런데 여러분, 이렇게 극혐인 기생충이

현재 의료용으로 연구되고 있고 그 가능성이 밝다면 믿어지나요?

이 이야기는 제목에서 본 것처럼 장염 환자,

특히 자가면역질환인 크론병 환자를

기생충으로 치료하는 시도로부터 시작됩니다.

 

기생충을 의료 용으로 쓰는 게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하셨다면

영상을 끝까지 시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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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의 건강을 위해 사용되는 기생충 이야기!

지금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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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물학자들이 기생충으로 치료하려는 질병은

주고 자가면역질환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자가면역질환은 자신의 항체가 자신의 세포를 공격하는 질병인데요

쉽게 말해, 우리 몸의 면역계가 같은 편을 공격해서 발생합니다.

 

대표적인 예가 크론병이죠.

크론병은 소화관 주변에서 과도한 면역반응이 일어나

장에 만성 염증이 발생하는 질병입니다.

일종의 알레르기 반응이죠.

 

그런데!

크론병을 어떻게 기생충으로 치료한다는 걸까요?

그 실마리는 바로 위생가설로부터 출발합니다.

 

위생가설은 인간이 지나치게 위생적인 환경에 살게 되면서

면역계가 공격할 장내기생충이나 미생물들이 체내에서 사라졌고

그 결과, 할 일이 없어진 면역계가 쓸데없이 과민방응을 하여

같은 편인 세포를 공격하게 되면서

자가면역질환이 더 많이 증가했다는 이론입니다.

 

이 이론은 유사과학이 아니라 관련된 논문이 꾸준히 발표되고 있고

현재 많은 과학자들이 동의하고 있는 내용입니다.

, 그렇다면 위생가설을 역으로 되짚어 보면

면역계가 공격할 기생충을 체내에 넣어 준다면

면역계 입장에서는 싸울 대상이 생기는 셈이기 때문에

같은 편을 공격하는 일이 줄어들 거라는 가정이 가능하죠.

 

2005, 미국 아이오와 대학교의 로버트 섬머 박사는

최초로 기생충으로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하려는 연구를 합니다.

 

그는 크론병 환자들을 대상으로 돼지편충 알을

3주에 한 번, 2500개씩, 24주 동안 먹이는 실험을 했죠.

! 상상만으로도 끔찍하죠?

하지만 결과를 들으면 놀라실 겁니다.

놀랍게도 29명의 환자 중 21명의 증세가 호전됐습니다.

 

논문에 삽입된 그래프를 함께 볼까요?

CDAI, 일명 크론병 질병 활동도가 대조군에 비해

돼지편충 알을 먹은 그룹이 훨씬 낮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크론병뿐만 아닙니다.

섬머 박사가 궤양성대장염 환자를 대상으로 추가 실험을 한 결과

돼지편충 알을 먹은 30명의 환자 중

13명이 그 중세가 현저히 호전됐죠.

 

도대체 돼지편충의 알은 장 내에서 어떤 과정을 통해

자가면역질환을 치료해 주는 걸까요?

아직 정확한 메커니즘은 밝혀지지 않았지만

과학자들은 기생충이 사람의 체내에서

면역반응을 억제하는 조절T세포를

활성화시키는 것으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한 마디로, 기생충은 사람의 면역활동을 억제시켜

자신을 죽이지 못하게끔 만드는 거죠.

결국, 기생충의 이런 이기적인 행동이 자가면역질환 치료에는 도움이 될 수 있었던 겁니다.

 

그런데 여러분 여기서 궁금한 점이 생기지 않나요?

우리 체내로 들어간 돼지편충은 과연 안전한 건지 말이죠.

질병관리본부 감염병분석센터 매개체분석과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안전하다고 합니다.

 

미국과 유럽에서 크론병 치료에 사용하는 돼지편충에 대한 안정성과 유효성 검증을 실시했는데

실험에 참여한 환자에게서는 어떠한 부작용이나 합병증이 관찰되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설험결과 돼지편충은 인체에 어떠한 질환도 유발하지 않았으며

다른 사람에게로 전파되지 않는 것으로 밝혀졌죠.

게다가 성충으로 자라나도 장점막을 뚫고 인체 내부 조직으로 이동하지 못한다는 사실도 드러났습니다.

 

기생충의 의료 효과가 속속 검증되면서

최근 유럽에서는 크론병뿐만 아니라 궤양성 대장염 치료에서도

돼지편충 알이 의약품으로서 승인을 받았습니다.

 

물론, 단점도 있었는데요

바로, 가격이 비싸다는 점입니다.

왜냐하면 안전을 위해서

돼지편충 알은 무균돼지에서만 확보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무균돼지 생산도 비용에 포함되는 셈입니다.

 

그래서 돼지편충 알 500개에 약 30만 원이 넘게 책정돼 있습니다.

생각보다 엄청나죠?

 

여기서 잠깐!

사실, 기생충은 예전에도 질병 치료제로 사용된 적이 있습니다!

바로 신경매독 치료제로 삼일열 말라리아란 기생충이 사용됐었죠.

 

더 놀라운 건, 이 치료 방법을 발견한 와그너는

그 공로를 인정받아 1927년 노벨생리의학상까지 받았다는 사실입니다.

 

항생제가 없던 시절, 신경매독은 안면 기형이나 사지마비 등

중츄신경계에 큰 피해를 입히는 치명적인 질병이었습니다.

당시, 와그너는 신경매독균이 열에 약하다는 사실을 발견하고는

가벼운 고열증상을 일으키는 삼일열 말라리아를 신경매독 환자에게 투여한 거죠.

그랬더니 신경매독균이 거짓말처럼 사라진 겁니다.

 

그리고 와그너는 신경매독균이 사라진 직후

삼일열 말라리아를 죽이는 키니네란 약물을 환자에게 투여해

말라리아를 말끔히 치료했습니다.

 

물론, 이 방법은 항생제가 대중화된 현재는 쓰지 않지만

항생제가 없던 당시에는 정말 획기적인 치료법이었고

무려 1950년대까지 신경매독은 이 방법으로 치료했으니

기생충은 노벨상으로써 충분한 가치가 있었던 겁니다.

 

최근에는 덜 해로운 기생충으로

아주 해로운 기생충을 퇴치하는 방법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바로 회충으로 인류 최대의 적인 말라리아를 때려잡는 방법입니다.

여기서 말한 말라리아는 앞서 나온 삼일열 말라리아와는 조금 다릅니다.

 

어쨌든 이 연구의 핵심은 회충을 감염시켜

말라리아의 활동성을 저지시키는데 있습니다.

기생충끼리 경쟁을 붙이는 원리이지요.

 

2006, 실제로 회충과 말라리아가 동시에 유행하는

마다가스카르의 한 마을에서 진행된 실험이 있습니다.

 

마을 사람들을 두 집단으로 나누어 한쪽은 회충과 말라리아를 한꺼번에 치료하고

나머지 한 그룹은 말라리아만 치료했습니다.

그랬더니 놀랍게도 회충약도 함께 먹은

, 회충을 죽인 그룹의 사람들이 말라리아 재감염률이 크게 증가한 겁니다.

이를 반대로 해석하면

회충 감염이 말라리아에 감염될 확률을 낮춰 줄 수 있다는 얘기죠.

 

여러분, 기생충에 대한 이미지가 어땠었나요?

여전히 기생충은 인간의 몸에서 기생을 하며

인간에게 피해만 주는 생물이란 생각이 드시나요?

 

한편으론 우리는 기생충의 한 쪽 면만 보고

그들을 판단했는지도 모릅니다.

 

더럽고, 역겹다고만 생가할 때가 아니라

이제 우리는 기생충을 이용하고, 또 그들과 공생하면서

인류의 건강을 증진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 볼 때는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