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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마인드] 인간은 왜 남을 도울까? I 인지 뇌과학

Buddhastudy 2023. 9. 25. 19:44

 

 

인간은 왜 남을 도울까? I 인지 뇌과학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 스테퍼니 프레스턴 I 이타적 반응 모델

 

 

열차 선로 위에 떨어진 사람을 구하기 위해 뛰어든 사람

차를 훔쳐 달아나다가 뒤늦게 아기의 존재를 알고는

아기를 안전한 곳으로 내려놓고 도주한 사람

상어로부터 공격받는 남편을 구한 임신부.

 

인간은 누구나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이기적인 존재임이 분명한데

어째서 우리는 나 자신보다 남에게 도움을 주는 이타성도 가지고 있을까요?

 

심리학자 스테퍼니 프레스턴은

인간이 남을 돕는 이타성이 본능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리고 이것이 인간만이 가진 본능이 아닌

동물들이 공통적으로 가진 것이라 말합니다.

 

 

생리심리학자 윌리엄 윌슨크로프트는

어미 쥐가 갓 태어난 자기 새끼를 회수하는 동기에 관한 연구를 했습니다.

새끼와 분리된 어미 쥐는 새끼 쥐를 데려오기 위해

즉 새끼를 회수하기 위해

복잡한 미로를 파악하는 노력을 감수했고

심지어 자기 새끼에게 가기 위해서라면

전기가 흐르는 격자판도 건넜습니다.

 

어미 쥐들은 먹이나 물을 얻기 위해서나, 짝짓기 같은 보상을 얻을 때보다

더 적극적으로 새끼에게 접근하려고 했습니다.

이것은 자기 새끼를 보호하기 위한 본능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자신의 혈연관계가 아닌 남의 새끼라고 하더라도

그리고 심지어 아무 보상이 없어도 힘들게 새끼 회수를 계속했습니다.

 

이 연구가 시사하는 바는 큽니다.

많은 사람들이 그동안 인간만이

의식적인 인지 과정을 통해 남을 돕는다고 생각해 왔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처럼 동물들도 이타성을 가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가 많습니다.

 

브룩필드 동물원에서 고릴라 울타리 안에 떨어진 3살짜리 남자아이를

빈티주아라는 이름의 암컷 고릴라가 구조한 일이 있었습니다.

자기 새끼를 돌보고 있던 빈티주아는

의식을 잃은 인간 아이를 안아서 흔들어 깨웠고

나이든 다른 암컷 고릴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안전한 장소로 옮겼습니다.

 

심지어 작은 뇌를 가진 개미도

복잡하고 영리한 방법으로 함정에 빠진 동료 개미를 구합니다.

함정에 빠진 개미는 지나가는 개미가 감지할 수 있는 호르몬을 분비하고

그렇게 목격자가 된 개미가

전염성스트레스 반응을 일으키면 돕는 반응을 보입니다.

 

이것은 사람들 사이에서 스트레스가 전염되어

그에 대한 반응으로 호르몬 및 자율신경계 변화가 일어나는 것과 매우 유사합니다.

 

 

스테퍼니 프레스터는 동물들의 뇌가 유사하다는 점도 강조했습니다.

이것은 우리 인간이 다른 포유류나 설치류와

여러 신경 프로세스 및 인지과정을 공유하고 있다는 점을 시사합니다.

, 차이점은 있지만 모든 뇌들이 비슷하게 작동하는 것이죠.

 

인간이 우월하다고 여기는 많은 사람들이 부정하기도 했지만

사실 과학자들은 오래전부터 이점을 이용했습니다.

덕분에 고혈압 치료제인 ACE 저해제와 항우울제인 프로작 등의 약물이

인간에게 효과가 있다고 입증되기 전에

쥐를 통한 동물실험으로 개발되고 효과가 검증되었습니다.

인간과 쥐의 중추 신경계가 뚜렷이 다르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죠.

 

그리고 양의 뇌는 구조와 기능적 측면에서 인간의 뇌와 매우 유사합니다.

임신, 분만, 자손 확인, 수유, 양육 등에 관여하는 신경호르몬 과정에 관해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의 상당 부분이 양을 통한 연구로 얻은 것입니다.

 

만일 인간의 신경계가 쥐나 양과 매우 다르다면

인간 뇌에서 일어나는 신경 프로세스에 관한

어떤 유용한 지식도 얻을 수 없었을 겁니다.

 

그리고 쥐들이 스트레스를 받은 동료를 위로할 때

인간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고, 그 고통을 공유하는 동안

지속적으로 활성화되는 뇌 영역인 전측대상피질과

돌봄 유발 신경호르몬인 옥시토신이 관여하는 것이 연구를 통해 밝혀졌습니다.

 

이것은 쥐의 새끼 회수와 인간의 이타주의가

남을 돕는 신경 프로세스가 같은 과정임을 설명합니다.

 

물론 인간의 뇌 시스템과 기능이 다른 동물들과 비슷하다고 해서

인간에게 고유한 성질이 있음을 배제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러나 인간의 특별함에 지나치게 초점을 두면

자칫 다른 동물과의 유사성을 간과할 수 있습니다.

 

 

생존을 위해 뇌에 각인된 행동을

우리는 본능이라 부릅니다.

그러면 남을 돕는 것은 과연 정말 본능일까요?

 

여기서 본능이라는 의미는

통제할 수 없는 행동이라는 의미가 아닙니다.

개인차 없이 누구나 똑같이 나타나는 행동이라는 의미도 아닙니다.

 

본능 행동은 해당 개체와 그들이 처한 상황이 고려되어 일어납니다.

예를 들어 우리 인간이 걷고, 뛰고, 말하는 것은 본능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모두 적절한 환경 없이는 이런 기본적인 능력도 가질 수 없습니다.

 

미국에서 벌어진 끔찍한 사례가 있었습니다.

정상이 아닌 부모에 의해 변기 의자에 사슬로 묶인 채

유아기를 보낸 한 소년은

발달 초기에 필요한 정상적인 심리사회적, 언어적 상호작용을 완전히 박탈당했습니다.

 

이 아이는 인간이라기보다는 다른 동물에 더 가까운

이상한 방식으로 말하고 행동했습니다.

아무리 본능이어도 결정적 시기에 적절한 외부 자극과 교육이 없이는

정상적으로 그 능력이 기능을 하지 못하는 것이죠.

 

남을 돕는 이타성도 마찬가지입니다.

유전자에 각인이 되어 있지만 적절한 환경이 없으면 나타날 수가 없는 것이죠.

 

스테퍼니 프레스턴은 남을 돕는 이타적 반응이 나타나는 상황의 조건들을 분석했습니다.

 

-피해자의 취약성-

도움이 필요한 사람

즉 피해자는 취약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어린 아기나 몸이 불편해 보이는 사람처럼

취약성을 가진 피해자를 보면 도움을 주고 싶은 이타적 동기를 느낍니다.

우리보다 강해 보이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려는 생각은 잘 들지 않습니다.

 

-피해자의 즉각성-

즉각적인 도움이 필요한 경우

우리의 이타성은 강하게 동기화됩니다.

오늘 당장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아니라면

우리는 도움을 주는 일을 미루게 될 가능성이 커집니다.

즉각성은 새끼를 돌보는 포유동물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특징입니다.

지금 당장 새끼의 안전과 안정, 생존을 보장해야 하므로

고통이나 즉각성을 나타내는 신호에 반응이 좋아야만 하기 때문이죠.

 

-피해자의 유형 성숙-

우리는 어른보다 어린 아기에게 도움을 더 주게 됩니다.

이것은 유형 성숙이라는 특징으로 확인되는데,

다시 말해 종에 상관없이 아기들이 가진 특징 때문입니다.

더 크고 더 둥근 머리, 동그란 눈 같은 신체적 유형 성숙기의 특징을 말합니다.

 

-피해자의 고통-

피해자가 고통이라는 특징을 가질 때 우리의 이타성은 더 커집니다.

더 아파 보이는 고통을 보면 도움을 더 주고 싶게 되는 것이죠.

그런데 생각해 보면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가 있어도

누군가는 도움을 주지만

도움을 주지 않고 회피하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것은 도움을 주는 목격자에게도

이타성을 끌어 올려주는 특징이 있어야만 하기 때문입니다.

 

-목격자의 전문성-

가장 중요한 목격자의 특징은 전문성입니다.

지하철 선로 위에 떨어진 사람을 목격한 사람은 여러 명이었을 텐데

모두가 다 도움을 준 것은 아니죠.

누군가를 도울 때는 대체로 운동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단순한 구조 행위라면 누구나 도움을 줄 수 있겠지만

구조 행위가 어려운 기술이나 힘을 요구한다면

아무나 도움을 줄 수 없고

그런 기술이나 힘, 즉 전문성을 가진 목격자만이

이타적 욕구를 실행해 옮길 수 있습니다.

뇌의 운동계는 제때 적절한 반응을 보일 수 있도록

신속하고 정확한 예측을 하게 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긴급하게 도움을 주어야 하는 상황에서도

적절하게 필요한 운동 능력이나 힘, 기술 등을 발휘할 수 있는지

즉각적으로 판단하여 구조 행위를 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목격자의 자기 효능감-

이것은 사람들이 자신의 노력으로 원하는 결과를 이룰 수 있다고 믿는 것을 말합니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난민들을 구조하기 위하는 기부활동에

나의 기부가 도움이 될 것이라고 믿으면 기부를 하겠지만

나의 기부가 별로 효과가 없을 거라고 믿으면

도움을 주는 이타적 욕구가 발현되지 않게 되는 것입니다.

 

-다른 목격자의 존재-

도움이 필요한 피해자를 발견했지만, 여러 사람이 동시에 발견할 경우

구경꾼 효과가 나타나기도 합니다.

구경꾼 효과란

목격자가 많을수록 돕지 않으려는 심리 현상입니다.

내가 도움을 주기에 가장 적절한 사람인지 확신이 서지 않거나

괜히 나섰다가 피해를 키우는 것은 아닌지 등의 부담감으로

다른 사람에게 도움을 미루게 되는 것이죠.

목격자는 자신의 주변 환경이 하게 느껴지고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 쓰지 않고,

낯선 사람의 스트레스를 받지 않을 때 더 타인을 돕게 됩니다.

 

 

남을 돕는 우리의 본능, 이타적 욕구가 발현되려면

이렇게 목격자와 피해자의 특징들이

개인의 특성에 그리고 상황에 맞아야 합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도 우리는 의식적인 계산 없이 남을 돕습니다.

말도 안 되는 순간에 남을 도운 영웅들의 공통점은

그 순간에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몸부터 움직였다는 답변이었습니다.

본능적으로 도왔던 것입니다.

 

 

스테퍼니 프레스턴의 책 <무엇이 우리를 다정하게 만드는가>에서는

이타적 반응 모델 이론의 동기와 진화적 배경, 신경과학적 근거

다른 이타주의 모델과의 차이점 등을 설명합니다.

 

왜 사람을 구조하거나 도움을 주면 우리의 기분이 좋아지는지

심지어 설치류나 새, 개미처럼 뇌가 매우 작은 종에서도

비슷한 도움 행동이 관찰되는지 그 이유도 설명합니다.

 

당신이 인터넷에서 귀여운 강아지 사진을 보거나

길에서 넘어진 아이를 도와주고 싶은 마음이 든다면

그것이 바로 우리 안에 있는 이타적 욕구입니다.

 

스테퍼니 프레스턴은 말합니다.

이타적 욕구는 완벽하지 않지만

자연스럽고 아름다운 동물들의 본능이라고.

 

 

여러분 생각은 어떠신가요?

남을 돕는 이타성이 본능이라고 생각하시나요?

 

우리가 서로 더 도울 수 있는 생각이 넘치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