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갈등 관계에 있는 동료가 저를 저주하고 있을까 봐 걱정입니다. (2023.06.27.)

Buddhastudy 2023. 10. 12. 19:45

 

 

저는 어릴 때부터 저 스스로를 지키며

독립적으로 살 수밖에 없는 환경에서 살았습니다.

그래서 제 자신의 인생에 대한 애착이 매우 크고

누가 저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이 굉장히 싫습니다.

 

얼마 전에 동료 교사와 업무 관련해서 갈등이 있었는데

결국 감정싸움으로 악화가 되었어요.

제가 말 한마디만 해도 톡톡 쏘시고

회의를 할 때도 독기 어린 눈으로 저를 째려봐서

심적으로 너무 힘들었습니다.

 

이 일을 남자친구에게 말했더니

그 교사가 집에 가서 네 이름을 빨간색으로 막 적는 거 아니야?

그리고 인형에 네 이름을 적어놓고 못으로 막 찌르는 거 아니야?’

하는 거예요.

 

그 당시엔 웃어넘겼지만 집에 와서 저주에 대해 검색을 해보니

실제로 그런 사례들이 많이 나왔어요.

저주를 받아서 반신불수가 되었다거나

식물인간이 되었다는 글도 있고,

저주 의식을 의뢰받는다는 현직 무당이나

일본 주술사에 대한 내용도 있었습니다.

 

갑자기 누군가 초현실적인 힘으로

내 인생을 좌지우지할 수도 있다는 생각에 걱정이 되어

심리적으로 힘든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다른 사람을 저주하는 주술이 실제로 가능한지 궁금합니다//

 

 

질문자는 교회에 다닙니까?

교회에 다니는 사람은 하느님의 존재를 믿을까요, 안 믿을까요?

그러면 하느님이 실재할까요, 실재하지 않을까요?

그것처럼 질문자가 저주를 믿으면 그 저주도 실재하는 거예요.

 

그렇게 생각할 수는 있어요.

그런 생각 때문에 두려움이 생깁니다.

 

하느님이 계신다고 믿는 사람은

다른 사람이 미쳤다고 하든지 말든지

하느님은 늘 자기와 함께 있다고 느껴요.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을 보면 불쌍하게 여깁니다.

어떻게 주님을 섬기지 않을 수 있을까?’ 하고 생각합니다.

 

교회에 다니라고 강권하는 사람들 중에서는

교인을 많이 만들기 위한 목적을 갖고 있는 사람도 있지만

그중에는 하느님을 믿지 않는 사람들을

진심으로 불쌍히 여기는 마음을 갖고 있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저도 가끔은

스님같이 훌륭한 분이

주님을 섬기지 않는다는 것이 너무 가슴 아픕니다하는 말을 듣는 경우가 있어요.

그분이 그렇게 말하는 이유는

불교를 배척해서라기보다는

그들 스스로 하느님이 실재한다는 강한 믿음을 갖고 있기 때문입니다.

 

질문자가 저주를 받을까 봐 불안해한다는 것 자체가

이미 거기에 마음이 사로잡혔다는 것을 뜻합니다.

 

질문자의 심리 속에 누군가가

내 얼굴을 걸어놓고 바늘을 찌르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있는 것입니다.

드라마에서도 왕비와 후궁들끼리 암투극을 벌일 때

인형에 바늘을 찌르는 장면이 자주 나오기도 하죠.

어릴 때 귀신이 나오는 영화를 많이 보면

귀신이 정말 있는지 궁금함이 생깁니다.

 

이런 현상은 하나의 문화입니다.

문화는 그 문화권에 속한 사람들의 심리에 많은 영향을 줍니다.

 

만약 어떤 불교 신자가

하느님을 안 믿으면 지옥 간다하는 말을 듣고

갑자기 마음이 불안해진다거나

 

지나가던 스님이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며

이 아이는 단명한다하는 말을 듣고 불안해졌다면

이미 그 사람은 그런 말에 마음을 빼앗겨 버린 것입니다.

 

이렇게 마음을 빼앗겨 버린 사람들에게

그렇지 않다하고 아무리 말해도

잘 받아들여지지 않습니다.

심리적인 이유로 생긴 문제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에게는 어떤 말이 옳은지 그른지에 대한 번뇌만 생길 뿐입니다.

 

주술이란 믿음의 영역이기 때문에

그런 것은 없다하고 단정 지어서 말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니 질문자가 선택하면 됩니다.

저주를 하는 부적이 존재하는 문화권에서는

반드시 저주를 막는 부적도 있습니다.

질문자가 너무 불안하다면

하나의 방편으로 저주를 막는 부적을 하나 사서

몸에 지니고 다니면 돼요.

 

내 부적은 너의 저주보다 더 센 부적이다

이렇게 위안을 삼고

몸에 지니고 다니면 됩니다.

 

질문자가 저주를 믿기 때문에

그에 따르는 방책을 마련할 수가 있다는 겁니다.

 

하지만 저주를 믿지 않는다면 그런 방편은 필요하지 않습니다.

 

...

 

그래도 계속 불안하면

빨간색 경명주사로 된 부적을 하나 받아서 지니고 다니세요.

누가 저주를 하더라도 이 부적은

그 모든 저주를 막아 낸다고 믿고 잘 접어서 몸에 지니면 됩니다.

 

옛날 한국 문화에는 이런 사례가 많았습니다.

저도 어렸을 때 어머니가 어느 무당에게서 부적을 얻어 오셔서

제 옷 안에 바늘로 꿰매주셨습니다.

 

제 또래 친구들도 대부분 그렇게 자랐거든요.

한편으로는 별것 아닌 것 같지만

옛날부터 많은 사람들이 부적에 대한 믿음으로 인해

심리적 안정을 취했습니다.

 

그러니 질문자도 그런 방책을 써서

심리적 안정을 취하면 됩니다.

그런 방책을 썼는데도 심리가 불안하다면

그때는 정신과 병원에 가봐야 합니다.

큰 병은 아니에요.

심리불안증이거나 피해의식이니까

병원에 가서 상담한 후

불안을 가라앉히는 안정제를 먹으면

지금보다 훨씬 좋아집니다.

 

...

 

믿음은 진리 여부를 따질 수 없습니다.

중력은 물리적 법칙이기 때문에

진리 여부를 따질 수가 있는데 반해,

문화, 사상, 믿음 이런 것들은 진리 여부를 따질 수가 없습니다.

왜냐하면 심리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전생이 있느냐 없느냐, 신이 있느냐 없느냐 하는 것도

진리 여부를 따진다고 해결되는 것이 아닙니다.

저주를 받느냐 안 받느냐 하는 것도

진리 여부를 따질 수가 없어요.

 

기를 넣어준다고 하는 것도 마찬가지입니다.

진리 여부를 따진다고 해결되지 않아요.

그것은 믿음에 해당되는 심리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그것을 믿는 사람에게는

모든 행위가 객관적으로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그래서 객관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고 단정할 수가 없어요.

예를 들어

신은 없다고 단정할 수가 없습니다.

인류의 80퍼센트가 그 믿음에 대한 영향을 받고 있기 때문에

단정을 해봐야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어요.

 

그러니 믿음을 자꾸 과학적으로 접근하려고 하거나

또는 과학을 근거로 신은 없다고 부정하려고 하거나

또는 과학과는 관계가 없으니 신은 무조건 있다고 주장하거나

이런 자세는 올바른 접근법이 아닙니다.

 

저 사람은 저렇게 믿네

저 사람은 안 믿네

이렇게 받아들이면

아주 심플해집니다.

 

마찬가지로 저는

질문자는 저주를 믿는구나하고 받아들이는 겁니다.

저주를 믿으니까 저주를 막는 부적도 믿으라고 말씀드린 거예요.

 

질문자가 생각하기에도 자신이 좀 문제가 있다 싶으면

정신과 치료를 한번 받아보면 좋겠어요.

치료를 받으면 훨씬 좋아집니다.

 

왜냐하면 심리에서 일어나는 현상은 꿈과 같아서

옆 사람이 아무리 이야기해도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입니다.

본인에게는 그것이 다 사실로 느껴지고

눈에 다 보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꿈속에 호랑이가 나타났을 때

옆에서 아무리 사실이 아니라고 이야기해도

그 말이 들립니까? 본인은 사실로 느끼는 겁니다.

그러니 그 사람에게는 그것이 실재하는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