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아침마다 기도하는 게 싫어요. (2023.06.29)

Buddhastudy 2023. 10. 12. 19:54

 

 

처음 108배를 하고 명상할 때는 좋았습니다.

그런데 점점 왜 기도를 해야 하나?’ 하는 마음이 자꾸 올라옵니다.

 

이대로 편안합니다하고 기도를 하지만

불안한 마음과 잡생각이 올라오고

나는 지금 편하지 않은데?’ 하는 생각이 떠나지 않습니다.

 

지금 이대로 편안하게 살고 싶은데 잘 안 됩니다.

사소한 일인데도 불안한 마음과 함께 다른 사람의 눈치를 많이 봅니다.

요즘은 아침마다 기도를 하기 싫은 마음이 크게 올라옵니다.

기도를 꾸준히 하는 것이 좋다고 하는데

얼마나 기도를 해야 편안해질까요?//

 

 

죽을 때까지 완전히 편안해지지는 않을 거예요.

그런데 기도를 하지 않으면 불안한 마음이 점점 더 커집니다.

앞으로 결혼하거나 아이를 낳거나 혼자 살게 되거나

나이가 들거나 회사에서 일이 많아지거나 하면

불안한 마음이 더욱더 커집니다.

하지만 기도를 하면 그 불안이 당장 없어지지는 않지만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거나

조금씩 개선되어 나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질문자의 문제는 기도하면 당장 편안해진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편안하게 해 주세요하고 기도를 한다는 것은

지금 내 마음이 편안하지 않다는 뜻입니다.

편안하게 해 달라고 기도했는데 편안해지지 않으면

기도해서 뭐 하나?’ 하는 결론이 나게 됩니다.

 

그래서 저는 편안합니다하고 기도를 해야 합니다.

나는 이미 편안하다고 자기에게 암시를 주면

지금은 편안하지 못하니까

편안하기 위해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게 됩니다.

 

편안하게 해 주세요!’ 하고 빌거나

편안하겠습니다!’ 하고 다짐하는 것은

수행이 아닙니다.

 

우리는 본래 편안한 존재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불안하다면 병이 든 겁니다.

 

수행은 내가 불안한 상태에 놓여 있다는 것을 인지하는 것입니다.

질문자가 매일 저는 편안합니다하고 기도를 해도

현실은 편안하지 않습니다.

편안한 상태는 목표입니다.

그러니 기도를 하면서

편안하지 못한 내 마음의 상태를 자각할 수 있어야 합니다.

 

어떤 상황 때문에 불안한 게 아닙니다.

회사 때문에, 남편 때문에, 친구 때문에,

결혼을 못 해서 불안한 게 아니라

나의 현재 심리 상태에 불안한 특성이 있는 겁니다.

 

그런 나의 상태를 자각하고 있으면

비록 불안한 상태로 살더라도

그것 때문에 갈등은 일어나지 않습니다.

 

내가 불안증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너 때문에 내가 불안하다하고

남 탓을 하지는 않게 되기 때문입니다.

 

화가 날 때도 화를 내지 않겠습니다하고 기도하기보다

저는 화나지 않습니다하고 기도해야 합니다.

화가 나지 않는 게 정상인데 현실에서는 화가 납니다.

그래서 병이라고 하는 겁니다.

 

화가 나는 이유는

내가 가진 병 때문인데

너 때문에 화가 났다하고 언성을 높이니까

갈등이 생기는 겁니다.

 

화는 나지만

이것은 내 병이라는 것을 자각하면

더 이상 악화되지는 않습니다.

더 나아가 점점 개선되어 나간다고 말할 수 있습니다.

 

아침에 기도하기 싫으면 기도를 안 해도 됩니다.

그런데 기도를 하지 않으면 개선이 될까요?

예를 들어

우울증이 있어서 약을 먹었는데 잘 낫지 않았어요.

그럼 약을 먹지 않으면 나을까요?

약을 먹지 않으면 오히려 더 악화가 됩니다.

약을 먹어도 낫지는 않지만, 악화는 막아줍니다.

약을 먹지 않고도 더 좋아질 수 있다면 약을 먹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약을 먹지 않아서 악화가 된다면

약을 먹어야 하는 것처럼 매일 정진하면 금방 좋아진다고 할 수는 없지만

정진을 하지 않을 때보다는 낫습니다.

정진을 하는 것이 안 하는 것보다 낫기 때문에

우리는 정진을 하는 것입니다.

 

꾸준히 정진을 하고 있으면

느리게 개선되다가 어떤 계기를 만나 임계점을 넘으면

그 순간에 폭발적으로 변화가 일어날 때도 있습니다.

! 내가 이래서 불안하구나!’ 하고 자각하게 되면

변화가 급격하게 옵니다.

 

깨달음의 장과 같은 수련을 하면

변화가 급격하게 오지만

그 이후에는 변화가 느리게 옵니다.

 

그럴 때 수행을 하나 마나 똑같구나하고 느낄 가능성이 많죠.

 

그래서 포기하면

거기서 나의 수행은 멈추는 겁니다.

그러나 꾸준히 수행을 해나가면

점진적으로 개선되다가 어떤 순간에

! 이래서 문제였구나하고 자각하게 되고

폭발적인 변화가 일어납니다.

 

그런 변화는 10년 만에 일어날 수도 있고

20년 만에 일어날 수도 있고

3일 만에 일어날 수도 있습니다.

시간은 중요하지 않습니다.

꾸준히 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도를 3년이나 해도 안 되네!’

하고 생각하는 사람은

마음이 조급한 겁니다.

 

돈이나 사람에 대해서만 욕심을 내는 것이 아니라

수행에도 욕심을 내는 겁니다.

욕심을 내려놓는 게 수행입니다.

 

빨리 깨닫겠다고 하는 것은

욕심이지 수행이 아닙니다.

원리를 알아서 그 원리에 따라

꾸준히 해나간다는 관점을 가졌으면 좋겠습니다.

 

 

아침 일찍 기도하고 싶어서 기도하는 것은

수행에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일어나기 싫을 때도 벌떡 일어나서 기도를 하고

도저히 기도를 하지 못할 상황이지만

화장실에 가서라도 기도를 해야 의지와 지속성이 생깁니다.

 

하고 싶을 때 하고 싶은 일을 하는 것은

연습하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습니다.

그것을 특별히 수행이라고 하지는 않습니다.

3천 배를 하고 싶어서 하는 것은 운동이지 수행이 아닙니다.

 

이번 주말에 절에 가서 3천 배를 해 봐야지!’ 하는 것은 운동입니다.

욕구를 따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절이 하기 싫을 때 하는 절이야말로 진정한 수행입니다.

그것은 싫은 마음을 극복하는 과정이기 때문입니다.

 

아침마다 기도를 해서 특별히 나빠진 게 있어요?

나빠진 게 없으면 계속해도 됩니다.

다리 운동도 되고요.

 

그런데 나빠진 것이 있다고 하면 그만둬야 합니다.

또 그만두고 보니 오히려 더 좋아졌다면

하지 않아도 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은

수행을 그만두면 결과가 나빠집니다.

예를 들어,

담배를 피우다가 건강이 나빠져서 담배를 끊었는데

담배 끊는 것이 힘들다고 해서 다시 담배를 피운다면

건강 문제가 해결되나요?

현실을 개선하려고 시작했는데

결국 개선이 되었느냐는 겁니다.

그러니 수행을 꾸준히 해나가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