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아내의 말이 듣기 싫어요. (2023.06.28.)

Buddhastudy 2023. 10. 12. 19:52

 

 

아내가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살 것이라고 말할 때마다

짜증이 나서 아내에게 화를 냅니다.

왜 안 좋은 말을 하느냐고 화를 내도 아내의 행동은 바뀌지 않습니다.

그리고 신혼 때 아내와 장모님이 이야기하는 소리를 들었습니다.

사위자식 개자식이라고 했는데

지금까지도 그때 맺힌 마음의 응어리가 풀리지 않습니다.

그리고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

60대 후반인데 비정규직으로 일을 하시는 직원이 있어요.

그분이 봉급을 더 달라고 조르는데 그 사람을 보기가 싫습니다.

어떻게 해야 하나요?//

 

 

질문자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약간 트라우마가 있는 것 같아요.

나눔의 장이라고 하는 정토회 수련 프로그램에 참여해서

자신이 자라온 환경을 주욱 얘기하다 보면

내가 언제 입었던 마음의 상처가 가슴에 맺혀서

매사에 남의 말과 행동에 마음의 상처가 덧나는지 그 뿌리를 알 수가 있습니다.

 

첫째, 그런 수련을 통해 치유하는 방법이 하나 있습니다.

 

둘째, 상대방이 안 보는 곳에서는 무슨 소리든 할 수 있지 않아요?

임금님도 안 보는 곳에서는 욕할 수가 있습니다.

옛날에는 임금은 절대 욕하면 안 되는 존재였는데도 그랬습니다.

 

그러니 사람은 안 보는 곳에서는 무슨 말이든 할 수가 있다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유튜브를 보면 어떤 사람이 법륜 스님을 욕하는 영상도 종종 올라옵니다.

 

부처님 당시에도 부처님을 욕하는 사람들이 있었어요.

부처님도 욕을 얻어먹고 사셨는데

저 같은 사람이 어떻게 욕을 얻어먹지 않고 살 수 있겠어요.

욕하는 사람은 늘 있는 거예요.

그리고 당사자가 안 보는 곳에서는 늘 사람들이 쑥덕거립니다.

그게 사람입니다.

그러니 너무 개의할 필요가 없어요.

 

셋째, 옛말에 비실비실한 사람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

이런 말이 있습니다.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는 말의 원래 의미는

그냥 오래 산다는 의미가 아니에요.

사람이 비실비실하면 빨리 죽잖아요.

어릴 때 잔병치레가 많았던 사람이 평균적으로 보면

건강한 사람에 비해 빨리 죽을 것 같은데

그런 사람이 더 오래 삽니다.

왜 그럴까요?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은 몸이 안 좋으니까 평상시에도 늘 조심합니다.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은 늘 조심해서 무리를 안 하니까 오히려 오래 살고,

건강한 사람은 건강하다고 과신해서 과욕을 부리다가

순식간에 건강을 해쳐서 죽는 경우가 생기는 겁니다.

 

그래서 비실비실한 사람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 하는 말은

자신의 건강이 안 좋은 줄을 알고 조심하면

오히려 전화위복이 된다는 의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무조건 오래 산다는 뜻이 아니에요.

 

그런데 앞부분은 생략되고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는 뒷부분만 남아서

그냥 오래 산다는 뜻으로 인지가 된 겁니다.

 

욕을 얻어먹으면 오래 산다.’ 하는 말도

정확한 문장이 아니에요.

좋은 일을 하고도하는 앞부분이 잘렸어요.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얻어먹으면 오래 산다.’ 하는 것이 정확한 문장입니다.

좋은 일을 하면 칭찬을 받아야 하는데

오히려 욕을 얻어먹으면 어떤 마음이 들까요?

더 이상 좋은 일을 하고 싶지 않죠.

대부분 사람이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얻어먹으면

무엇 때문에 좋은 일을 하고 욕까지 얻어먹나!’ 이렇게 생각을 해서

하던 일을 그만두어 버립니다.

 

그러니 이 말은 좋은 일을 하고 욕을 얻어먹었다면

그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뜻입니다.

 

인간이 얻을 수 있는 복 중에 제일 큰 복이 명이 길어지는 복이에요.

만 가지 복을 가졌더라도 일찍 죽으면 아무 소용이 없잖아요.

그래서 옛날에는 명이 길어지는 복이 제일 중요했습니다.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얻어먹으면

명이 길어지는 큰 복을 받으니까

욕을 얻어먹었다는 것에 너무 집착하지 말라는 거죠.

오히려 남의 비난을 웃으면서 받아들이라는 겁니다.

 

결국 이 말은 수행의 관점을 담고 있습니다.

여기서 핵심은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얻어먹으면

진짜 오래 사는지 여부가 아닙니다.

남이 나를 비난하는 것까지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라는 것이 핵심입니다.

 

우리는 좋은 일을 하고도 비난을 받으면 억울해집니다.

비난받는 걸 억울해하면 자신만 괴롭습니다.

결국 좋은 일을 하고 나서 그 결과가 괴로움이 되는 거잖아요.

 

그러나 상대가 욕을 해준 덕분에

나의 명이 길어진다고 받아들이면

상대가 한 욕이 더 이상 나를 괴롭힐 수가 없습니다.

 

그런데 좋은 일을 하고도하는 말이

앞에 생략되어 있으니까

마치 사람들로부터 손가락질을 받는 나쁜 행동을 해서

욕을 얻어먹으면 오래 산다는 뜻으로 와전이 된 겁니다.

 

나쁜 놈이 오래 산다.’ 이런 뜻이 아니에요.

좋은 일을 하고도 욕을 얻어먹으면 오래 산다.’ 하는 문장이 원문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좋은 일을 하면 진짜 복을 받는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핵심은 좋은 일을 하고 비난받는 것을

억울하게 생각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그 비난도 웃으면서 기꺼이 받아들이라는

수행적 관점이 이 말속에 담겨 있습니다.

 

그것처럼 비실비실한 사람이 벽에 똥칠할 때까지 산다.’ 하는 말도

건강이 안 좋은 사람이 자신의 건강 상태를 잘 알고 유의하면

오히려 건강이 좋은 사람보다 장수할 수도 있다는 뜻입니다.

 

이것은 어떤 조건이나 상황에서든

마음을 긍정적으로 가지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니 아내가 한 말을 너무 글자에 매여서

이해할 필요가 없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네요.

 

그리고 모든 사람이 직업이 없을 때는

비정규직이라도 갖고 싶잖아요.

비정규직이 되어서 정규직과 직장에서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자신이 받는 처우가 여러모로 비교되니까

정규직이 되고 싶어집니다.

정규직이 되면 또 승진하고 싶어지죠.

 

이것은 모든 사람의 욕구예요.

처음에는 하루에 일당을 1만 원만 줘도

아무것도 바라는 게 없을 것 같은데,

주위 사람이 전부 5만 원을 받고 일하면

불평이 생깁니다.

물론 본인이 10만 원을 받고 일을 하는데

주위 사람이 5만 원을 받고 일하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그런데 주위 사람이 전부 5만 원을 받는데

나는 1만 원을 받으면 불평이 생깁니다.

그래서 자기도 5만 원을 달라는 요구를 할 수밖에 없습니다.

 

모든 인간이 그렇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똥 누러 갈 때 마음과

똥 누고 올 때의 마음이 다르다.’ 하는 말이 있잖아요.

 

결혼하기 전에는

나와 결혼하면 무엇이든지 너를 위해서 살겠다.’ 하고 말하지만

막상 결혼해서 살아보면 안 그렇습니다.

점점 요구가 늘어나고 고마운 마음은 온데간데없어지는 것이 인간이에요.

그것이 보통의 인간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상대가 갖는 요구를 문제 삼으면 안 돼요.

그런 요구를 들어줄 수 없으면

죄송합니다. 형편이 안 됩니다. 규정에 그런 것이 없습니다하고 얘기하면 됩니다.

 

요구를 들어줄 수 있으면

그럴 수 있겠네요하고 원하는 대로 해주면 됩니다.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상대는 당연히 자신의 요구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니

불평불만을 말하겠죠.

그럴 때는 불만이 있을 수 있겠다.’ 하고 이해하면 됩니다.

 

제가 북한에서 굶주리는 아이들을 돕자고 이야기하면

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런데 그 사람들 입장에서는

북한을 싫어하니까 북한에 있는 아이들까지도 싫은 겁니다.

마치 이웃집 사람이 싫으니까 그 집 아이들도 싫은 것처럼요.

그래서 욕을 할 만하다고 받아들이는 것입니다.

 

아이가 세 살이 될 때까지는

엄마가 기르는 것이 아이의 심리 안정에 가장 도움이 된다고 하는 말은

불교뿐만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밝혀진 이야기예요.

 

그렇지만 아이를 키우는 직장 여성의 입장에서는

그런 말을 들으면 스트레스를 받고

화가 확 일어납니다.

 

즉문즉설을 하다가 제가 그런 말을 하면

스님은 아이를 안 키우니까

사정을 몰라서 그런 말을 하는 거야라고 하면서

항의를 합니다.

 

그러니 상대의 입장에서는

기분이 나쁠 만하다고 인정을 해야 합니다.

비난을 안 받으려면 그런 말을 하지 않으면 됩니다.

 

그들이 비난하더라도

말을 하지 못하는 아이들을 위해서

꼭 얘기를 해야 하겠다고 생각하면

그냥 말하고 욕을 얻어먹는 겁니다.

 

그것처럼 직원의 입장에서는

요구를 들어주지 않으면 질문자를 욕할 거예요.

그때는 욕을 좀 얻어먹으면 되죠.

 

질문자에게 인사권을 준 이유는

그런 욕을 듣더라도 그 일을 규정에 맞게 하라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질문자는 칭찬만 듣고 싶어 하고

비난을 받지 않으려고 하니

번뇌가 생기는 겁니다.

 

본인이 맡은 역할을 충실하게 해 나가면 됩니다. ‘

취직시켜 준 것만 해도 고마워해야 할 일인데

뭘 또 요구하느냐

화낼 일이 아닙니다.

 

항상 사람의 마음은 바뀌는 것이니

그럴 수도 있겠다.’ 하고 받아들이고,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해주면 됩니다.

 

내가 도저히 못 해줄 것 같으면

죄송합니다. 규정상 그것은 안 됩니다

이렇게 대답할 수 있어야

회사에서 인사 담당을 계속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 입장을 안 갖고 있다면

인사 담당을 안 해야죠.

다른 부서로 옮겨야 합니다.

 

민원 부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사람들이 온갖 민원을 제기하면

일단 그런 민원을 제기할 만하다하고 받아들여야 해요.

도저히 해결해 줄 수 없으면

그것은 저희 규정상 안 됩니다하고 말하면 됩니다.

 

안 된다고 거절하면

상대가 기분 나쁘니까 욕을 할 겁니다.

그럼 욕을 좀 얻어먹으면 되죠.

물론 가능하면 해결해 주는 게 좋아요.

그런데 도저히 해결할 수 없으면 못 한다고 얘기해야 합니다.

 

저도 강연장에서 즉문즉설을 해보면

질문하려고 손을 든 사람들이 수십 명이 넘습니다.

모든 질문에 대답해 주려면 4시간 이상 강연을 해야 합니다.

 

네댓 명과 짧게 대화할 때는 사람들이 좋아하지만

그렇게 길게 대화하면 대부분 사람이 싫어해요.

그래서 한 시간 반 정도만 시간을 정해서 대화를 나누고

어쩔 수 없는 특수한 경우에만 10분 정도 더 대화합니다.

 

그런데 그 이상 질문이 들어오면

죄송합니다하고 거절할 수밖에 없습니다.

어떤 분은 질문을 못 해서 울고불고 난리를 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은 한 번 하고 마는 게 아니라

지속적으로 해야 하는 일이기에

멈춰야 할 때는 멈출 수밖에 없습니다.

 

그런 관점을 갖고

마음공부를 계속해나가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