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게으른 직장 동료를 보면 화가 납니다. (2023.07.09.)

Buddhastudy 2023. 10. 19. 19:33

 

 

명상을 통해 회사에서 일할 때 일을 바로바로 처리해야 된다는 강박적인 생각이

저를 늘 긴장하게 만들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습니다.

또 직장 동료가 게으른 모습을 보이거나, 시간 약속을 안 지키거나,

그로 인해 비용을 지불해야 하고,

제가 참여한 프로그램의 목표를 달성하지 못했을 때 늘 불만이 생겼습니다.

제 마음속에 손해를 보기 싫은 마음이 있다는 것은 알겠는데

상대의 게으른 모습을 볼 때마다 화가 크게 올라옵니다.

이럴 때는 어떻게 수행을 해야 할까요?//

 

 

우리의 말에 게으르다’, ‘부지런하다하는 표현이 있는 것이지

현실에서는 게으른 것도 없고, 부지런한 것도 없습니다.

왜냐하면 무엇을 기준으로 해서 보느냐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입니다.

 

빠르다’, ‘느리다하는 것도 실제로는 없습니다.

실제에서는 우리들의 그런 인식만 있습니다.

기준을 시속 10km로 잡으면

시속 5km를 가는 차는 느리고, 시속 15km를 가는 차는 빠른 거예요.

그러나 기준을 시속 30km로 잡으면

시속 15km는 느리고, 시속 50km는 빠릅니다.

 

이것은 다 기준을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상대적인 것이지

본래 빠르다’, ‘느리다’, ‘부지런하다’, ‘게으르다하는 건 없습니다.

 

나를 기준으로 해서 보면 나보다 느리다하고 말할 수는 있지만,

그 사람이 느리다하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또 내가 빠르다고 할 때도

나는 누구보다는 빠르다하고 말할 수는 있지만

나는 빠르다하고 말할 수는 없습니다.

 

이렇게 느리다’, ‘빠르다’, ‘부지런하다’, ‘게으르다하는 표현은

모두 상대적인 개념이에요.

부유하다’, ‘가난하다하는 말도 상대적인 개념입니다.

내가 1억을 가지고 있으면

천만 원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부자이지만,

100억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가난한 사람이에요.

한국에서 가난한 사람은 인도에 가면 다 부자에 속합니다.

 

그러니 그 사람은 게으르다이렇게 보지 말고

나보다는 좀 느리다이렇게 봐야 합니다.

게으르다하는 것은 주관적인 판단인데

객관적이라고 생각하니까 화가 나는 거예요.

보통 게으른 것은 나쁘다고 생각하니까요.

 

그런데 사실은 상대방이 나보다 느릴 뿐이에요.

그 사람이 나보다 느리니까 승진도 늦겠죠.

그래서 그 사람과 같이 일하면 내가 능력이 있고

더 빠르니 내가 일을 더 많이 하게 될 겁니다.

 

그럴 때 내가 약간 손해다이런 생각이 들지도 모르지만

승진할 때는 내가 유리합니다.

주위 사람들이 전부 나보다 일을 잘하면 나는 승진할 수가 없어요.

 

만약 내가 가게를 운영한다고 합시다.

주위 가게가 전부 나보다 장사를 잘하면

내가 운영하는 가게는 성공하기 어렵습니다.

내가 운영하는 가게에서 일하는 종업원이

전부 나보다 일을 잘하면

그 사람은 나가서 본인의 가게를 차리지 내 가게에 계속 있지 않습니다.

 

많은 사람이 저한테 질문을 하러 찾아온다는 것은

저한테 얻을 게 있다는 거예요.

나는 왜 맨날 주고만 살아야 하나?’ 이렇게 생각한다면

혼자 사는 수밖에 없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다 어떤 이득이 있어야 그 사람에게 갑니다.

 

여러분들도 저한테 이렇게 찾아오는 것은

물으면 얘기를 해주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제가 왜 맨날 여러분의 가정사를 저한테 묻나요?’ 하고 불평하면

여러분이 저한테 찾아오지 않겠죠.

 

사람들은 다 자기의 필요에 의해서 오는 거예요.

그런데도 여러분들은 많은 사람이 나를 우러러보기를 원하면서

사람들한테 이익을 주는 것은 싫어하는 모순된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내 주위 사람들이 전부 나보다 일을 많이 하기를 바라면서

승진은 내가 하고 싶은 거예요.

그런 모순된 생각 때문에 번뇌가 생기는 겁니다.

 

그러니 그 동료에 대해서는

나보다 조금 느리다이렇게 바라보면 됩니다.

 

어떤 프로젝트를 할 때

동료 사이에 내가 조금 더 일을 많이 하면 어때요?

같이 밭을 매는데

어떤 사람은 밭을 매는 속도가 좀 느리고,

나는 속도가 좀 빨라서 내가 밭을 좀 더 맨다고 해서

그게 큰 문제가 되나요?

 

그 사람이 일을 좀 빨리 해주길 바란다면

효과적인 방법을 질문자가 가르쳐 주면 되잖아요.

물론 가르쳐 준다고 금방 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여러 번 가르쳐 주면 조금 개선이 될 뿐이에요.

그러나 질문자는 가르쳐 주려고 하지도 않았잖아요.

오히려 내 노하우를 가르쳐 주면

벤치마킹해서 나를 앞서 나갈지도 모른다고 불안해하죠.

그런 마음이 바로 모순입니다.

 

질문자도 실력이 월등한 사람들이 일하는 집단에 들어가면

질문자가 제일 역량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듣게 될 겁니다.

빠른 것이 나쁜 것은 아니에요.

그러나 빨라야 된다고 집착을 하니까

질문자가 스트레스를 받는 겁니다.

 

저도 일을 빨리 하는 스타일이에요.

이왕 하는 일인데 좀 더 정확하게 하고, 좀 더 빨리하면 좋잖아요.

일부러 천천히 할 이유는 없습니다.

그러나 빨리 일해야 된다는 생각에 사로잡혀서

상대에게 짜증을 내는 것은 잘못된 거예요.

 

본인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생긴 문제입니다.

본인이 스트레스 받으면 천천히 하면 되는 것이고

스트레스를 안 받으면 빨리 해도 괜찮아요.

 

어떤 일을 빨리하고 늦게 하는 것은 아무 문제가 없어요.

너무 의무감을 갖고 하면 마음이 무겁습니다.

그래서 애쓰지 마라하고 이야기하는 거예요.

 

애쓰지 말라는 것은

그 일을 하지 마라든지 천천히 하라는 뜻이 아니에요.

빠르게 하면서도 애쓰지 않아야 합니다.

천천히 걸어가면서 알아차림을 유지하듯이

빠른 가운데도 알아차림을 유지하면 마음이 조급하지 않게 됩니다.

 

나보다 느린 사람이 있다면

그는 실제로 느린 것이 아니라

나보다 느린 사람이에요.

이 세상에는 빠른 사람도 있고, 느린 사람도 있고,

양한 사람들이 어우러져 삽니다.

한국 사람들은 인도 사람들에 비해서 대부분 빠릅니다.

 

그런 차이를 인정하면 실력이 부족한 사람, 행동이 느린 사람 등

여러 사람하고 함께 지낼 수가 있습니다.

빠른 사람은 빨리 일을 하고, 늦은 사람은 일을 조금 늦게 하고

잘하는 사람은 조금 많이 일하고, 못하는 사람은 조금 적게 일하고

아는 사람은 스스로 하도록 하고, 모르는 사람은 가르쳐 주면서 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자연계로 가면

큰 나무도 있고, 작은 나무도 있고, 풀도 있고,

강변에는 큰 돌도 있고, 작은 돌도 있고, 모래도 있습니다.

세상은 이렇게 다양한 존재가 어우러져서 사는 겁니다.

모든 사람이 나와 똑같아야 됩니까?

 

그건 불가능한 일입니다.

동료가 조금 더 빨라야 된다고 하면 조금 더 빠르게는 할 수 있어요.

모르면 가르쳐주고 훈련을 시키면 조금 빨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살아온 습관이 다르기 때문에 똑같이 되기는 어렵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