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엄마의 말과 행동에 상처를 받았습니다 (2023.07.12.)

Buddhastudy 2023. 10. 23. 20:09

 

 

저는 엄마를 어떻게 편안하게 대할 수 있을지 여쭙고 싶습니다.

엄마와의 일들로 인해 불안증이 생겨서

불교대학, 경전대학, 깨달음의 장에도 참여했고, 심리 상담도 받고 있습니다.

하루도 빠지지 않고 천일 가까이 기도한 덕분에

불안증은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엄마를 대할 때는 여전히 싫은 마음이 들어서 고민입니다.

 

기도 하면서 내가 원하는 대로 엄마가 해주지 않아 화가 났다는 것,

앞으로도 내가 원하는 대로 해주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엄마가 과거부터 현재까지 저에게 한 말과 행동이 상처가 되었지만

여전히 엄마를 미워하고 있는 것에 대한 죄책감도 자주 듭니다.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서 엄마와 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까요?//

 

 

어릴 때 엄마가 한 말이나 행동이 지금도 상처로 남아 있다면

그것은 트라우마라고 볼 수 있습니다.

 

첫째, 트라우마는 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심각한 경우 약물치료를 받아야 되고

심각하지 않다면 심리치료를 받아야 합니다.

깨달음의 장에도 참여했고, 심리치료도 받고 있다고 하니,

잘하고 계신다고 할 수 있어요.

 

하지만 한꺼번에 좋아질 수는 없습니다.

어릴 때 입은 상처일수록 치료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어른이 되어 입은 상처는 자각하면 금방 치유가 되지만

어릴 때 입은 상처는 치유가 매우 어렵습니다.

 

그래서 옛날부터 세 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 하는 말이 있는 겁니다.

어릴 때 생긴 버릇은 어떤 버릇도 잘 안 고쳐져요.

그것처럼 어릴 때 입은 상처도 치료가 쉽지 않습니다.

 

하지만 상처란 본래부터 있었던 것이 아니기 때문에

치유가 가능합니다.

대신 조급한 마음으로 접근해서는 안 됩니다.

 

둘째, 엄마와 아빠가 어린아이에게 그런 행동을 하지 않았어야 했습니다.

어른들 사이에서는 화를 내기도 하고 욕을 할 수도 있지만

어린아이에게는 그것이 큰 상처가 됩니다.

그래서 이 법문을 보고 있는 여러분들도 질문자를 보면서

어른이 한 말과 행동이 어린아이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다는 사실을

명심했으면 합니다.

아이들이 보는 앞에서는 항상 자기 자신의 감정을 잘 조절해야 합니다.

 

질문자의 입장에서는 엄마가 문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엄마도 성인군자가 아니잖아요.

엄마는 나쁜 사람이라기보다는 어리석은 사람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질문자가 상처를 입었다는 사실을 엄마는 모를 수도 있어요.

엄마입장에서는 질문자를 키우기 위해

자신이 희생을 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질문자가 상처를 입었다고 얘기하면 엄마는 억울해할 수 있어요.

엄마가 자신의 잘못을 자각한다는 것은 어렵습니다.

 

질문자도 아이를 키우면서

자기도 모르게 화를 내기도 하고 짜증을 낼 겁니다.

하지만 지나가면 다 잊어버립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나중에 커서

엄마가 언제 야단을 쳤고, 언제 차별을 했고, 꼬치꼬치 따질 수 있습니다.

그럴 때 내가 너에게 해준 게 얼마인데 은혜를 모르고 사소한 것을 갖고 원망하냐하며 억울한 마음이 들 수 있어요.

그렇기 때문에 내가 직접 아이를 키워보니

엄마도 나를 키우느라 힘들었다는 걸 이제 알겠다하고

엄마를 이해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엎드려 절하면서 이렇게 기도해 보세요.

 

엄마, 키워줘서 감사합니다.

엄마도 그때 힘들어서 그렇게 악을 쓰셨을 텐데

제가 어려서 그 상황을 이해하지 못하고 많이 원망했습니다.’

 

엄마의 처지를 이해하고 자각하는 것이 치료에 도움이 됩니다.

그런데 어릴 때 입은 상처라서

법문을 들을 때는 이해가 되어도

막상 상황에 딱 부딪히면 원래대로 감정이 돌아갈 수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꾸준히 수행정진을 해야 합니다.

나눔의 장에 가서 자신의 억울함과 상처를

한 번 더 내어놓는 것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사실은 깨닫고 보면 억울할 게 없음을 알게 됩니다.

하지만 지금 질문자의 상황에서는

아직 억울할 수 있기 때문에

더 드러내놓고 살펴서 별것 아니었구나하고 자각해야 합니다.

 

첫째, 치료를 지속적으로 받는 것이 필요합니다.

둘째, 매일 기도를 해야 합니다.

내가 그때 상처 입은 것은 맞지만

엄마가 일부러 나를 상처 주려 했던 것은 아니에요.

 

기도를 하면서

엄마의 살기 위한 몸부림이 옆에 있던 나에게 상처를 주었구나하고 이해하면

상처를 치료하는 데에 조금 도움이 될 겁니다.

 

...

 

전화 통화로도 마음에 상처가 덧나는 수준이라면

당분간 연락을 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엄마에게 이렇게 말씀을 드리면 됩니다.

 

엄마가 나 어릴 때 야단친 게 상처가 돼서

지금 정신과 치료를 받는 중이야.

엄마는 반갑다고 전화를 하는데

나는 엄마랑 통화하는 게 두려워.

그래서 의사는 내가 치료될 때까지

엄마랑 연락 안 하고 지내는 게 좋겠다고 하니까

엄마가 이해해 줘. 미안해.’

이렇게 말하고 치료를 받으세요.

 

그런데 어느 정도 치료가 된 후에는

내가 치유가 되었는지를 확인해야 하잖아요.

그럴 때는 엄마에게 연락을 해봐야 합니다.

 

전화 통화를 할 때 엄마가 악을 쓰더라도

엄마가 힘든가 보다이렇게 생각할 수 있는 정도가 되면

치료가 많이 됐다고 볼 수 있거든요.

 

2년간 치료를 받았는데도 엄마랑 통화만 해도 가슴이 답답하다면

아직 치료가 덜 됐다고 할 수 있어요.

치료가 됐는지 검증을 하려면 엄마와 연락을 해봐야 합니다.

 

연락 안 하고 지내서 괜찮은 정도는

아직 치료가 되었다고 볼 수 없습니다.

그냥 덮어둔 상태라고 볼 수 있습니다.

엄마와 온갖 말을 해도

내가 괜찮아야 비로소 치료가 됐다고 할 수 있습니다.

 

지금부터라도 엄마는

내 상처가 치유되었는지를 검증해 주는 1호 검증사라고 생각하세요.

엄마하고 대화할 때 내 감정이 흔들리는지 확인하는 평가를 하기 위해

엄마의 전화를 받아보는 겁니다.

 

마음이 불편해질 때마다

아직 치유가 덜 되었네. 상처가 깊긴 깊었나 보다이렇게 받아들일 수 있다면

엄마와 전화 통화를 해도 됩니다.

그게 어려우면 당분간 엄마와 연락을 끊어도 되고요.

 

연락을 끊을 때도 일방적으로 끊지 말고

엄마한테 미안하다는 말을 먼저 하는 게 좋습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마세요.

 

죽지 않고 살아있는 것에 감사할 줄만 알면

어떤 일이 일어나도 문제가 되지 않습니다.

문제는 해결하면 됩니다.

 

도저히 치유가 안 되면 핸드폰을 꺼놓으면 돼요.

아무 문제도 아니에요.

 

그런데 엄마와 전화하면 상처를 받고

전화를 안 하면 엄마가 그립고

이런 상황이 반복된다면 병이 깊다고 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해도 괜찮고

저렇게 해도 괜찮아야

병이 치료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