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3)

법륜스님의 하루_ 감정 기복이 심해요. 어떻게 마음을 다스려야 할까요? (2023.07.18.)

Buddhastudy 2023. 10. 30. 20:03

 

 

저는 감정 기복이 심한 편입니다.

기분이 좋을 때는 너무 행복한데, 기분이 나쁠 때는 너무 힘듭니다.

이번 행복학교 수업에서 마음의 출렁거림에 대해 이해하면

마음의 파도가 잠잠해진다고 배웠습니다.

마음의 출렁거림이 +30-30 사이를 오가는 정도가 좋다고 배웠는데,

절댓값이 클수록 좋지 않을까요?

예를 들면

최근에 제가 북한산 정상에 갔을 때 주위 광경을 보고

가슴 벅찬 +100의 감정을 느꼈습니다.

그 상황에서 +100의 감정을 못 느낀다면 슬플 것 같습니다.

+100의 감정도 안 좋은 건지 알고 싶습니다.

제 생각에는 마음의 출렁거림이

-30에서 +30보다는 -30에서 +100 또는 0에서 +100 사이를 오가는 것이

더 좋지 않을까 싶습니다.

제가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요?//

 

 

인간의 심리 현상은

+100이 되면 나중에 100이 되고,

+30이 되면 나중에 -30이 되는 것이 일반적인 현상이에요.

 

예를 들어

아들이 태어나서 +100이 되었다면

그 아들이 교통사고로 죽으면 거의 혼을 잃어버려서 100이 됩니다.

 

나는 우리 부모님이 있어서 행복하다하면서 +50이 되면,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때 너무 슬퍼서 -50이 됩니다.

 

마음이 +100이 되는 것이 나쁜 것은 아닙니다.

어떤 일이 이루어져서 마음이 들뜨게 되면

그것이 이루어지지 않을 때 그만큼 아래로 내려간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아무리 좋아도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지금 기분이 좋구나이런 정도로 좋아하고 말아야지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좋아하면

나중에 정신을 못 차릴 정도로 괴로워집니다.

질문자가 괴로움 없이 즐거움만 가질 수 있다면 그렇게 해도 됩니다.

 

...

 

평균적으로 그렇다는 겁니다.

늘 전깃불을 켜놓고 살던 사람은

갑자기 전깃불이 안 들어오면

원래 전깃불 없이 살던 사람보다 더 큰 불편함을 느낍니다.

똑같이 어두운 상황이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정도는 서로 다릅니다.

 

늘 문화생활을 즐기던 사람은

지구환경 위기가 도래해서 문화생활을 즐기지 못하게 되면

원래 문화생활 없이 살던 사람보다 더 큰 불편함을 느낍니다.

 

그런데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면

처음부터 문화생활을 못 즐긴 사람보다

오랫동안 문화생활을 즐겼던 사람이 더 좋은 조건에 놓여 있잖아요.

그런데 왜 더 힘들까요?

그래도 옛날에 한 번 즐겨봤으니

아예 못 즐긴 사람보다 불만이 적어야 하잖아요.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한국 사람이나 동남아 사람이나 똑같이

지금 경제가 어렵다하고 말하지만,

그 의미는 완전히 다릅니다.

 

동남아 사람들이 경제가 어렵다고 말하는 것은

먹고살기가 어렵다는 뜻이고,

한국에 사는 여러분들이 경제가 어렵다고 하는 것은

조금 불편하다는 뜻입니다.

 

여러분이 말하는 경제가 어렵다하는 얘기는

앞으로 한국의 국민소득이 35천 불에서 35만 불로 올라가도 해결이 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선풍기가 없다가 새로 생기면 선풍기만 있어도 만족합니다.

그런데 늘 에어컨만 틀다가 선풍기를 틀어야 하는 상황이 되면 불편해집니다.

똑같이 선풍기를 틀고 있는 상황인데도 불편함의 정도가 이렇게 서로 다릅니다.

 

그래서 물질적으로 풍족해지는 만큼

계속 행복해진다는 생각은 잘못된 생각입니다.

마실 물이 없고, 치료할 약이 없고, 먹을 음식이 없을 때는

물질적 개선과 함께 행복도 역시 함께 올라갑니다.

그러다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하면

물질적 개선이 되어도 행복도가 더 이상 올라가지 않습니다.

보통은 물질적 소비 수준이 올라가면서 행복도가 함께 올라가는데,

소비에 중독이 되면 아무리 물질적 개선이 이뤄져도

오히려 행복도가 떨어집니다.

 

마약도 그렇습니다.

마약을 한 번 먹는다고 중독성이 생기는 건 아니에요.

처음에 한 번 먹었을 때는 기분 좋음이 100이에요.

그러나 같은 양의 마약을 두 번째 먹으면

기분 좋음이 100보다 낮아집니다.

 

기분 좋음이 두 번째 먹어도 100이고, 세 번째 먹어도 100이고,

열 번째 먹어도 100이라면

마약에 중독되지 않습니다.

첫 번째 먹었을 때 기분 좋음이 100이라면,

두 번째 먹었을 때는 기분 좋음이 90이 되고,

세 번째 먹었을 때는 80이 되고,

네 번째 먹었을 때는 70이 됩니다.

그래서 처음 느낀 100을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먹는 양을 점점 늘려야 합니다.

처음에는 1g을 먹었다면, 두 번째는 1.5g을 먹어야 하고,

세 번째는 2g을 먹어야 하고

이렇게 양을 점점 늘려가야 같은 기분이 유지되기 때문에

중독 현상이 일어나고 몸을 해치게 되는 겁니다.

처음 미량으로 먹었을 때는 몸이 나빠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갈수록 사용량을 늘려야 하기 때문에 몸이 망가지게 되는 겁니다.

 

이런 심리 작용을 잘 알아서 감정을 적절히 조절할 수 있으면

큰 고통을 겪지 않고 인생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원하는 일이 이루어지지 않더라도

그럴 수도 있지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됩니다.

 

기분 좋은 감정을 억눌러야 한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기분 좋음이 지나치게 크면

같은 높이로 아래쪽으로도 떨어지게 된다는 사실을 명심하라는 겁니다.

 

이런 원리를 미리 알고 있으면

고통이 오더라도

옛날에 즐겼으니까 이 정도 과보는 당연히 받아야지!’

하고 받아들이게 되기 때문에

그만큼 고통이 감소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