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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urzgesagt] 외계인을 찾으면 안 되는 이유 – 어둠의 숲

Buddhastudy 2024. 2. 13. 19:39

 

 

우주는 놀라울 정도로 크고

생명의 가능성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수십억 개의 거주 가능 행성이 있으니까요.

 

발전된 문명이

광속의 단 0.1%로 라도 항성계를 이동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다면

우리은하를 약 1억 년이면 정복할 수 있습니다.

 

우리은하가 존재한 지 수십억 년 되었으니

별로 긴 시간은 아닙니다.

이론적으로라면

우주여행이 가능한 모든 문명은

은하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아무것도 보이지 않고 들리지 않습니다.

우주는 텅 비어 보입니다.

우리 말고는 아무도 없습니다.

 

이게 바로 페르미 역설입니다.

다른 영상에서 자세히 다뤘었죠.

 

빈 것처럼 보이는 우주는

인류에게 딜레마를 안겨 줍니다.

 

우리는 은하에 우리밖에 없는 게 맞는지

그 답을 간절하게 원합니다.

소리쳐 스스로를 드러내고 싶지만

그 때문에 죽게 될지도 모릅니다.

우주에 다른 누군가가 있다면 말이죠.

 

온갖 문명들로 가득 차 있지만

다 숨어있을 수도 있죠.

주의를 끈 문명이 보이지 않는 화살에 의해 멸종되었을지도요.

이게 바로 페르미 역설을 설명하는 어둠의 숲 가설입니다.

 

 

--삶의 방식

 

사냥꾼이 은신처에서 깨어납니다.

몸을 일으키기 전

두꺼운 덤불 사이로 유심히 수상한 소리가 들리지는 않는지 살핍니다.

아무 일 없이 또 하룻밤이 지났습니다.

숲은 어둡고 안개가 가득합니다.

다른 이들을 불러 이 외로움을 끝내고 싶습니다.

그러다 마지막 순간 멈춥니다.

자신과 비슷한 존재가 오면 어떡하나요?

 

모든 생명체는 생존하고, 자원을 확보하고, 번식하기를 원합니다.

가장 큰 장애물은

같은 목적을 갖고 움직이는 다른 생명체들이죠.

여러 종이 경쟁하면서 유리한 특성이 있는 종이 살아남았습니다.

 

우리 조상들은 창의적이고 경쟁적이며 팽창주의적이고 욕심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경쟁에서 이겼고 지구를 차지했죠.

오늘날 다른 대부분의 동물은 완벽히 우리 지배하에 있습니다.

우리는 그냥 평소대로 지낼 뿐인데도

의도치 않게 하루에만 십여 종이 멸종하는 정도입니다.

 

하지만 인류는 단순히 여러 사람의 집합이 아닙니다.

우리는 문화를 만들고 그 문화들도 서로 경쟁합니다.

경쟁적이고 팽창주의적인 문화는 더 빨리 더 멀리 퍼지고

다른 문화를 병합시키거나 억누르거나 파괴합니다.

역사를 보면 분명합니다.

우리는 위험한 종입니다.

다른 종뿐만이 아니라 우리 자신에게도요.

 

우리는 본성에 따라 지구의 구석구석을 정복했습니다.

우리 목표는 금세 다른 행성으로 옮겨갈 것입니다.

영역을 넓히고 더 많은 자원을 차지하기 위해서요.

그러다 비슷한 목표를 가지고 움직이는

다른 종족을 발견할 수도 있죠.

 

머나먼 행성에서도 생명체들은 비슷하게 경쟁할 겁니다.

그러니 자신들의 행성을 지배하게 된 외계 종족은

우리와 비슷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와 비슷하다면 그들도 위험한 종족입니다.

 

 

--영향

 

홀로 어두운 숲을 지나는 사냥꾼은

자신과 비슷한 존재가 있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들의 의도는 알 수 없습니다.

공격적인지 아닌지도요.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살생을 마다하지 않으니

그들도 비슷할 거로 생각할 수밖에요.

 

그러니 다른 사냥꾼을 만나게 되면

먼저 쏘는 쪽이 살아남을지도 모릅니다.

충돌을 피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현대 세계의 진보는 우리를 더 평화적으로 만들었습니다.

폭력적이 아니라요.

 

다른 문명도 비슷할지 모르죠.

진보하면 할수록 충돌이 많아지는 게 아니라 적어질 수도 있죠.

또 외계 문명은 온화하고 평화로운 것부터

악의적이고 군국주의적인 것까지 다양할 겁니다.

 

여기에 우리가 당면한 실존주의적 문제가 있습니다.

우주를 탐험하다 만난 문명이

평화적인지 공격적 인지 진정한 의도가 무엇인지

알 수 없다는 점입니다.

 

비슷하게 그들도

우리를 이해하거나 믿지 못할 수 있습니다.

평화를 원한다고 설명한다 해도요.

 

게다가 외계 문명과 우리가 서로를 발견한다고 해도

광년 단위로 떨어져 있으니

통신 지연이 년단위가 됩니다.

양쪽 다 확실한 정보가 없는 상황이니

그냥 공격하는 게 최선인지 생각하게 되죠.

 

폭발적 기술 진보와 선제공격의 이점이라는 문제가 있으니까요.

기술의 한계가 어디까지인지 우리는 모릅니다.

하지만 전쟁에서 기술 발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는 알죠.

 

몇백 년 또는 몇천 년의 기술력 차이는

모호한 결과를 일방적 학살로 바꿔놓을 수 있습니다.

 

카이사르의 군단은

나폴레옹 군대의 대포와 머스킷 총에 대적할 수 없습니다.

나폴레옹 군대는 1차세계대전의 포병대에 전멸할 테고

그 포병대는 오늘날의 드론과 유도 미사일에 쓸려 나갈 겁니다.

 

그러니 서로 다른 문명의 힘의 차이는 엄청날 것이고

다른 문명을 발견하고

안녕하세요라는 인사말을 보내는 동안에

절망적일 정도로 기술력 격차가 벌어질 수 있습니다.

 

그것만 해도 안 좋은데

성간 문명의 전쟁이라는 특성이 상황을 더 나쁘게 만듭니다.

적이 수 광년 떨어져 있다면

정복 군대가 가는 데 너무 오래 걸려

도착했을 때는 이미 구식 군대가 되어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 문명 간 전쟁은

자신에게 위협이 되는 존재를 먼저 없애는 경주에 불과할지 모릅니다.

우리를 너무 두려워해서 기회가 되는대로 먼저 공격하는 겁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이길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강력한 힘으로 빠르게 공격해서

적이 생존하거나 반격하거나 복수를 다짐하고

도망갈 틈을 주지 않는 겁니다.

모든 게 걸린 전쟁입니다.

한 치의 실수도 용납되지 않지요.

 

대부분의 문명이 별다른 보호 장치 없이

노출된 행성에 살고 있다고 가정하면

거대한 무언가를 행성에 던져

거기서 살 수 없게 만들기만 하면 됩니다.

 

따라서 성간전쟁에서의 궁극적 파괴 무기는

아마 상대론적 요격체라 부를 수 있을 겁니다.

광속과 비슷한 속도로 쏘아낸 미사일이죠.

 

예를 들어

사람 크기만 한 미사일이라도 광속으로 움직이면

지구상 모든 핵무기를 합친 것과 비슷한 에너지를 갖습니다.

 

멸종시키고 싶은 문명에

이런 미사일 십여 개를 발사하면

성공은 거의 보장된 셈입니다.

한 개만 맞춰도 충분하니까요.

 

터무니없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카르다쇼프 척도에서

우리보다 약간 높은 문명이라면

생명이 있다고 추정되는 모든 행성에

미사일 여러 대를 날릴 에너지를 갖고 있을 겁니다.

 

이런 무기가 정말 극도로 음험하고 악랄한 까닭은

선제공격이 모든 걸 결정하기 때문입니다.

너무 빠르니 발사된 이후에는 막을 방법이 없을지 모릅니다.

문명 간 전쟁은 길게 이어지지 않을 겁니다.

순식간에 끝나고 승자가 모든 걸 가질 테죠.

그리고 먼저 쏘는 쪽이 이길 겁니다.

 

그러니 모든 문명은 다른 문명의 위협입니다.

그리고 모든 문명이 다른 문명에 위협이 된다면

그 문명들을 두 종류로 나눌 수 있습니다.

조용한 것과 죽은 것들로 말이죠.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걱정해야 할까요?

 

인류를 감지한 외계인이 있을 가능성은 낮습니다.

지난 100년간 우리가 우주로 쏘아 보낸 신호는

아주 적은 거리를 나아 갔을 뿐이고

그마저도 판독할 수 없는 노이즈가 돼버린 지 오래입니다.

 

이 정도 기술 수준에서

우리가 스스로를 알리려고 노력하지 않고

또 아무도 이 별 볼 일 없는 태양계를 살피지 않는다면

발견될 일은 없습니다.

 

그러나 언젠가는 진지한 마음으로 우주를 탐험할 것이고

그때는 이런 질문이 다시 필요합니다.

다른 누군가가 있는지

또는 이 어두운 숲을 혼자 지나고 있는지

우리는 모릅니다.

그 어떤 쪽도 확신할 방법이 없습니다.

 

현재로서는 유심히 귀를 기울이는 게 최선인 것 같습니다.

그리고 누군가 공터에 나타나 스스로를 외쳐 알리더라도

바로 대답하면 안 됩니다.

덤불 속에 숨어 신중하게 살펴야 합니다.

 

아니면 잔인한 생존 경쟁을 거쳐 온 우리의 원시적인 뇌가

이 모든 걸 오해하고 있는 걸지도 모릅니다.

괜히 악랄한 외계인에 둘러싸여 있는 것처럼 두려워하는 걸지도요.

 

우주를 이런 관점으로 본다는 것 자체가

아직 우리 인류가 성숙하지 못했다는 증거일 수도 있습니다.

우리가 준비됐을 때 우리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는 따뜻하고 친절한 문명들이 나타날지 모르죠.

 

좋은 소식은 아직은 우리가 신경 쓸 일이 별로 없다는 겁니다.

우주로 쏘아 보내는 신호만 걱정하면 되고

하늘을 보고 우리은하, 우리 숲에 대해서만 더 알아내면 됩니다.

 

왜냐면 우리 숲이 어떤 곳인지

위험이 가득한지

친절한 이웃들이 가득 한지

아니면 아무도 없는지는

주의 깊은 관찰로만 알 수 있으니까요.

그러니 그렇게 합시다.

 

드디어 사냥꾼은 넓은 공터에 다 다라

편안하게 자리를 잡습니다.

서서히 태양이 안개를 걷어내고

사냥꾼은 주변을 잊고

신기한 풀과 꽃에 온 마음을 빼앗깁니다.

 

그러다 갑자기 다른 사냥꾼과 눈을 마주칩니다.

그 사냥꾼도 공포로 몸이 굳어있네요.

온갖 생각이 머릿속을 빠르게 스쳐 지나갑니다.

 

깊게 심호흡을 한 번 하고

결정을 내립니다.

아마 이 어두운 숲을 벗어나는 유일한 방법은

밝은 곳으로 함께 나오는 것일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