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륜스님/즉문즉설(2024)

[법륜스님의 하루] 남편과 아이를 훈육하는 방식이 달라 걱정입니다. (2024.01.19.)

Buddhastudy 2024. 2. 14. 19:58

 

 

저는 18개월 남자아이를 둔 엄마입니다.

남편은 아이에게 엄하게 훈육하는 편입니다.

장난감 이외에는 다른 물건들을 만지지 못하게 하고

혹시 만지면 손등을 찰싹 때립니다.

남편은 아이가 걷기 시작할 때부터 그렇게 훈육을 해서

아이는 남편 앞에서는

하면 안 되는 행동을 절대로 하지 않고 떼를 쓰지도 않습니다.

저는 그렇게 훈육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가 저와 있을 때는 편하게 행동해서

남편은 저에게도 같은 방법으로 훈육할 것을 요구합니다.

그래서 저도 처음에는 남편처럼 훈육을 했는데

제 마음이 괴롭고, 아이에게도 정서적으로 나쁜 영향이 있을까 봐 염려되어

엄하게 훈육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렇게 엄격한 훈육 방식이 아이의 정서에 안 좋을까요?

그리고 지금처럼 제가 남편과는 다른 훈육 태도로 아이를 대하면

나중에 아이가 아빠만 싫어하지 않을까요?//

 

 

아이는 주 양육자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주 양육자가 한국어를 하면 한국어를 배우게 되고,

일본어나 영어를 하면 그것을 따라 배우게 됩니다.

 

, 아이는 주 양육자를 따라 배우고,

주 양육자에게 물드는 특성을 갖습니다.

그것을 좋고 나쁨으로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특정한 분야에서 혹독한 훈련을 받은 사람들은

그에 따라서 재능이 늘어납니다.

음악이나 체육 분야에서 두각을 보이는 사람에 대해

주변에서는 교육을 잘 받았다고 하면서 칭찬합니다.

 

하지만 정작 본인은 혹독한 훈련으로 매우 힘들어합니다.

자신의 의지가 아니라 부모가 강압적으로 혹독하게 훈련을 시키는 것은

대부분 아이들에게 심리적인 학대가 됩니다.

 

재능은 있지만 정서적으로 불안정해져서 행복하지 못합니다.

그래서 재능을 키워준 부모에 대해서 고마워하면서도

원망하는 모습을 같이 보이게 됩니다.

 

남편의 엄격한 훈육방식이 좋다거나 나쁘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야기한다면

아이들은 따뜻하게 보살피는 것이 좋습니다.

부모는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어떤 목표를 정해 아이를 훈련시키려고 하지만

아이의 정서적인 안정을 위해서는

아이를 따뜻하게 보살펴주는 것이 더 좋습니다.

 

아이는 따라 배우기를 하는 특성이 있습니다.

아이는 주 양육자의 행동을 보고 따라 하기 때문에

엄마가 정리정돈을 잘하고 깨끗하게 하면

아이도 그렇게 합니다.

 

주 양육자가 행동과는 다르게 말로만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하고 지시하는 것은

교육의 효과가 별로 없습니다.

아이를 기본적인 규칙을 지킬 수 있는 사회인으로서 성장시키기 위해서

해야 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훈련시키는 정도는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18개월밖에 안 된 아이라면

굳이 훈련이라고 할 것도 없습니다.

아이의 입장에서는 엄마나 아빠의 행동을 보고

그대로 따라 하기 때문입니다.

 

현재 남편의 훈육 방식은

아이에게 정서적으로 좋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엄격한 훈육 방식이 규율을 잘 지키는 능력을 키울 수도 있지만

오히려 정서적으로 억압받는 심리가 형성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더욱 나쁜 것은 질문자가

남편의 양육 방식에 반대해서 싸우는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아이에게 더 나쁜 결과가 나타납니다.

 

아무리 자식이라도 아이를 때리는 것은

아동 학대법으로 금지되어 있기 때문에

남편이 아이를 학대하지 않는 이상은

내버려 두는 것이 좋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질문자도

남편과 같은 방식으로 아이를 훈육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냥 엄마로서 아이를 따뜻하게 보살펴주면 됩니다.

이때 아이에게 아빠를 변명해 주거나

아빠에 대해서 나쁘게 말해서는 안 됩니다.

 

아이 스스로

아빠는 저렇게 하는구나!’, ‘엄마는 이렇게 하는구나!’ 하고 느끼면 됩니다.

아이에게 편중된 가치를 주입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그 결과 아이가 아빠를 미워할 수도 있습니다.

남편의 훈육 방식은

아이에게 심리적인 억압을 주기 때문에

아이가 크면 어떤 능력을 키운 것에 대한 고마움과는 별개로

자신의 심리가 억압된 것에 대해서는

아빠를 미워하게 될 수 있습니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기 때문에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보통 아이를 키울 때

주로 엄마가 야단치고 잔소리를 하기 때문에

나중에 성장하고 나면

엄마가 키워준 수고에 대한 고마움과

야단을 치고 때린 것에 대한 원망을 함께 갖게 됩니다.

 

남편의 훈육 방식에 관한 결과도

미래의 아이에게 그대로 드러날 것입니다.

미리부터 너무 염려하지 않아도 돼요.

 

질문자가 아이가 아빠를 미워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바란다고 해서

그렇게 되는 것도 아니고,

아이가 아빠를 반드시 미워할 것이라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같은 상황이라도 아이들 나름대로 반응하는 것이 모두 달라서

성장하면서 보이는 아이의 반응을 잘 살펴야 합니다.

아이가 어떤 반응을 보이면

너무 엄격하게 훈육했기 때문에

저렇게 행동할 수도 있겠구나라고 당연하게 받아들이면 됩니다.

 

아이의 반응이 문제가 될 정도라고 한다면

그에 맞게 아이를 이해시켜서

문제를 개선하는 과정이 필요할 수 있습니다.

 

남편의 훈육방식이 좋다고 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문제 삼아서

질문자와 남편이 서로 다투는 것보다는

그냥 놔두는 것이 더 낫습니다.

 

남편의 훈육방식을 질문자까지 따라 할 필요도 없지만

그렇게 안 하겠다고 다툴 필요도 없습니다.

남편이 자신처럼 아이를 엄격하게 대하라고 하면

, 그렇게 하겠습니다라고 말한 후에 그렇게 안 하면 됩니다.

 

남편의 훈육방식을 시비하면서 다투기보다는

질문자만큼은 아이에게 따뜻하고 포근한 사람이 되어 주는 것이

아이가 앞으로 편안하고 안정된 심리를 갖게 될 가능성이 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