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마빠다 제17장 <화>
226.
항상 깨어있으면서
밤낮으로 공부하고
열반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번뇌는 사라져간다.
이 게송이 설해진 배경에는
이와 같은 이야기가 있다.
부처님께서 라자가하 시의 깃자꾸따 산에 계시던 때였다.
라자가하 시의 어느 부잣집에 뿐나라는 하녀가 있었다.
어느 날 그녀는 주인으로부터 빻아야 할 많은 쌀을 받아서
밤늦게까지 불을 밝히고 방아를 찧고 있었다.
너무 피곤해진 그녀는 잠 쉬려고 밖으로 나와 땀을 식히며 서 있었다.
그때 말라 족의 답바 존자가 스님들의 처소를 안내하는 일을 하고 있었다.
답바 존자는 법문을 듣고 난 후 각자의 처소로 가는 스님들에게
신통의 힘으로 손가락에 불을 켜서 안내하고 있었다.
답바 존자의 불빛으로 뿐나는 스님들이 산으로 가는 것을 볼 수 있었다.
그것을 본 뿐나는
‘이 밤늦은 시간에 스님들이 뭘 하시는 걸까?
나는 하녀의 신세라 이 시간까지 잠 못 자고 일하고 있지만,
어찌 저런 점잖은 분들이 여태 잠을 자지 않고 있단 말인가?’라고 생각하였다.
그리고는 ‘아마도 저기 사는 어떤 스님이 병이 났거나
누군가 뱀에 물렸나 보지’라고 결론지었다.
새벽이 되자,
그녀는 쌀가루 약간을 손바닥에 올려 물에 불린 다음 반죽을 만들었다.
그런 다음 숯불에 살짝 구워냈다.
그녀는 ‘강에 목욕하러 가면서 먹어야지’라고 생각하고는
음식을 가지고 강으로 가고 있었는데 부처님께서 탁발 다니시는 것을 보게 되었다.
‘예전에 내가 부처님을 뵌 날에는 내가 공양드릴 것이 없었고
내가 공양드릴 것이 있던 날에는 부처님을 뵙지 못했었다.
그런데 오늘은 부처님을 뵈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공양드릴 것도 있다.
부처님께서 이 음식을 거칠건 부드럽건 상관없이 받아주신다면
나는 부처님께 이 음식을 공양 올리고 싶다’라고 생각하였다.
그녀는 부처님께 다가가 예를 갖추고는
“세존이시여, 거칠고 보잘것없지만
이 음식을 받아주시고 축복을 주십시오.”라고 말씀드렸다.
부처님께서는 발우를 내밀어 그녀로부터 공양을 받으셨고 감사의 말을 하셨다.
뿐나는
‘내가 드린 음식이 너무 거칠고 보잘 것 없는데 과연 부처님께서 그걸 드실까?
라는 생각을 하였다.
부처님께서는 지난밤에 그녀가 스님들을 보면서 무슨 생각을 했는지,
그리고 지금 무슨 생각을 하는지 다 아시고는
아난다 존자에게 바로 그곳에서 자리를 깔도록 하시고
그 자리에서 식사를 시작하셨다.
부처님께서 공양을 다 마치신 후에 뿐나에게
“뿐나여, 그대는 왜 나의 제자들을 비난했는가?”라고 물으셨다.
“세존이시여, 저는 그런 적이 없습니다.”라고 하였다.
부처님께서
“뿐나여, 그러면 그대가 나의 제자들을 보았을 때 뭐라고 말하였는가?”라고 물으시니
“저는 단지 ’이 밤늦은 시간에 스님들이 뭘 하시는 걸까?
나는 하녀의 신세라 이 시간까지 잠 못 자고 일하고 있지만,
어찌 저런 점잖은 분들이 여태 잠을 자지 않고 있단 말인가?
아마도 저기 사는 어떤 스님이 병이 났거나 누군가 뱀에 물렸나 보지.’
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라고 답하였다.
부처님께서는 그녀의 말을 들으시고는
“뿐나여, 그대는 그대의 그러한 이유로 잠을 잘 수 없었겠지만
나의 제자들은 항상 깨어있기 때문에 잠을 자지 않은 것이니라.”라고 말씀하셨다.
그리고 부처님께서
이 게송을 설하셨다.
/항상 깨어있으면서
밤낮으로 공부하고
열반을 지향하는 이들에게
번뇌는 사라져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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