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나 받는 질문이지만 사실 설명을 하는 것이 너무나 어려워요.
우리는 모든 것을 우리가 인식해서 그것이 존재한다고 믿죠.
눈으로 보거나 코로 냄새 맡고, 입으로 맛을 보고, 소리를 듣고, 만지고...
이 오감을 통해서 무언가를 우리가 인식을 해요.
인식.
그리고 그것이 존재함을 믿어요.
그래서, 존재함을 우리는 인식하는 거죠.
맞죠?
이게 뭔가요? 내 몸이에요.
내 몸. 내 얼굴.
만질 수 있고, 볼 수 있고, 느낄 수 있죠.
그니까 이건 내가 아니에요.
내가 하루 종일 하는 그 많은 생각들...?
어... 또 내가 느끼는 감정들?
다 내가 아니죠. 인식되잖아요.
나는 엄마예요. 여자예요.
이 모든 것들, 인식할 수 있는 것들이죠.
그건 내가 아니에요.
인식이 되잖아요.
나는 인식이 안 돼요.
왜냐면 인식을 하는 주체가 나잖아요.
내가 인식을 하는 거잖아요.
그니까 내가 인식할 수 있는 곳은 내가 아닌 거죠. 결국에는.
제가 항상 말씀드리잖아요.
자꾸 나를 정의 내리려고 하지 말라고.
그건 내가 아니라고.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어떤 한계일 뿐이라고.
음... 우리가 흔히 인간을 <소우주>라고 하죠.
왜 그럴까요?
우주 만물이 우리 안에 있기 때문이에요.
그 말은 우리가 우주 만물이기 때문에,
그 말은 모든 가능성이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에요.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이 우리 자신이기 때문이에요.
그래서 우리를 소우주라고 표현하는 거죠.
진짜 <나>라는 존재는
보고, 듣고, 느끼고, 그 존재를 인식해요.
그게 진짜 나예요.
하지만 이 몸과 나의 이름과 이 모든 것들은 인식이 돼요.
그래서 내가 아니에요. 인식의 대상일 뿐인 거죠.
당연히 그래서 생각과 감정도 내가 아니죠. 그렇죠?
그러면 내가 어디 있을까요, 도대체?
'이게 내가 아니라고? 그럼 난 뭐야? 난 어딨어?'
나는요. <내가 인식하는 모든 것>에 있어요.
그게 나예요. 그래서 세상이 나인 거예요.
똑같은 것을 우리는, 77억 명의 인간이 있다고 치면
77억 개의 자신만의 카르마 안에서
다르게 해석해서, 다르게 인식해서 다르게 바라봐요.
똑같은 것을 77억 가지로 바라봐요.
자신을 그 안에서 보기 때문이에요.
내가 보는 빨간 장미, 우리 옆집 사람이 보는 빨간 장미는 달라요.
나는 그 안에서 나를 볼 것이고, 그는 그 안에서 그 자신을 볼 것이고.
여러분도 저와 똑같은 장미꽃을 바라봐도 그 안에서 여러분 자신을 볼 거예요.
그래서 세상에 내가 투영된다는 이야기고
세상 그 자체가 나라는 존재의 투사라는 거예요.
내가 인지하는 것들, 내가 받아들이는 이 모든 것들
내가 인식하는 이 모든 대상,
나와 너, 쟤, 쟤, 이 건물, 이 의자, 이 쿠션 ...
이 모든 것이
내가 인식의 대상이라고 생각하지만,
사실은 나 자신인 거죠.
내 앞에 펼쳐진 모든 것이 나 자신일 수밖에 없는 거예요.
왜 누군가는 길에서 껌을 파는 소녀를 보며 너무 딱해서 눈물을 흘리고
왜 누군가는 그 소녀를 보며
'아유, 저렇게 어린아이가 열심히 일을 하는구나.' 하고 기특하다고 여기고
왜 누군가는 그 소녀가 파는 껌의 10배 값을 주며 껌 한 통을 달라고 말하고
왜 누군가는 그래도 그 소녀에게 일하는 보람을 알려 주고 싶어서
껌 한 개 값을 주고 껌 한 통을 사고.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요?
우리 모두 각자의 카르마 안에 갇혀서 세상을 보기 때문이에요.
사실 그 안에서 나를 보기 때문이에요.
내 안에 동정이 없으면, 동정할 것이 보이지 않구요.
내 안에 슬픔이 없으면, 슬퍼할 것들이 보이지 않죠.
내 안에 두려움이 없으면, 두려워할 것들이 보이지 않아요.
내 안에 없는 것들이 내 세상에 보이지 않아요.
세상이 환상이고 허구라고 표현하는 게 바로 이거예요.
그냥 나의 투사이기 때문이에요.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투사된 것이기 때문이죠.
우리가 흔히 마음공부든 수행이든 뭐든지 간에 하다 보면
많이들 하게 되는 이야기가
"근데 객관적으로 봤을 때 있잖아요."라는 거.
"객관적으로 저 사람 나쁜 거 아니에요?"
"객관적으로 저건 잘못된 거 아니에요?"
근데 객관적인 건 세상에 없어요.
이 세상 자체가 나의 주관적인 인식을 통해서만 경험이 되잖아요.
<나의> 주관적인 인식, <나의> 인식을 통해서만 경험이 되기 때문에 그건 주관적이에요.
"아니요, 정민 님. 저 사람의 의견도 있고,
저 사람의 의견도 있고, 다 나랑 똑같은 의견인데요?"
그 사람의 의견도, 저 사람의 의견도 나를 통해서 주관적으로 인식된 거잖아요.
어떤 건지 아시겠어요?
모든 것은 내가 인식하기 때문에 주관적이에요.
이 세상 모든 것들은 내가 가장 객관적으로, 가장 factual 하다고 생각하는 것조차도
내 인식을 통해서 존재하는 거기 때문에
객관적이지 않다는 거죠.
그렇다고 "객관적이란 표현을 쓰지 마세요." 이런 건 아니구요.
이해를 돕기 위해서 말해 봤어요.
<모든 것은 내가 인식함으로써 그렇게 그 인식하는 방향으로 존재한다.
그렇기 때문에 우리 모두 각자의 카르마 안에서, 그 세상에서 그 관념들로, 그것을 바라본다.>는 거죠.
후~ 이게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설명인 것 같은데
음, 깊이깊이 생각해 보셨으면 좋겠어요.
잡념할 시간을 차라리 이런 것들을 내 삶에 빗대어
내 주변의 모든 것들을 빗대어
생각해 보는 거죠.
나는 삶을 어떻게 인식해 왔고,
어떻게 인식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서 삶이 어떻게 존재하는가.
세상이 어떻게 존재하는가.
그거를 생각해 보면, 조금씩 조금씩 이해가 될 거라고 믿어요.
저도 수년 전에 이런 말을 들었다 한들 이해를 못 했을 것 같구요, 당연히.
하려고 하지도 않았을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내 안을 들여다보고, 세상을 공부하고, 관찰하고, 사유하고 하는 과정에서
어떻게 보면 체득하게 된 거잖아요.
여러분도 하실 수 있죠.
오늘도 의식 있는 삶을 위해서 명상하는 거 잊지 마시구요.
이너 피스 찾으시길 바랍니다.
평온하세요. 그게 가장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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