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세 살 연하 남자친구랑 결혼을 앞두고 있습니다.
살림을 합친 지는 3개월 정도 되었습니다.
그동안 시댁의 행사나 모임이 많아서 자주 방문하면서 친해지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중 점점 시댁의 요구가 많아지고
함께 하기를 원하는 날들이 많아졌는데
그날에 참석을 못하겠다고 하면
이모들과 합세해서 혼을 내시기도 하고
오랜 기간 삐지기도 하십니다.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이제는 결혼식에도 오지 않겠다고 하십니다.
이렇게 되면서
‘아, 여기도 시월드구나’ 하며 경계심을 좀 갖게 된 것 같습니다.
점점 시댁 어른들이 싫어지고 원망스럽습니다.
이 문제로 남자친구와도 자주 싸우게 되었고
제가 오히려 부부관계를 망친 것이 아닌가 하는 죄책감도 듭니다.
경험으로 미루어 봤을 때
시댁과 앞으로도 계속 이런 식으로 부딪힐 것 같은데
제가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어떤 마음으로 지내야 할지 잘 모르겠습니다.
도와주세요//
첫째, 여러 가지 어려움이 예상되니까
결혼을 취소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결혼하고 나서 이혼을 하기도 하고
애를 낳고 나서 이혼을 하기도 하는데
아직 결혼도 하기 전이니까 지금 결혼을 취소하면
앞으로 걱정할 일이 없지 않을까요?
어떻게 생각해요?
...
결혼을 하게 되면 남자친구하고도 갈등이 생길 것이고
앞으로 시댁하고도 갈등이 생길 것이라는 게
예상이 되잖아요.
이걸 전혀 모른 상태에서
결혼한 후에 이런 문제가 생기면 힘들겠지만
결혼하기 전에 벌써 부부간에도 갈등이 생길 것 같고
시댁의 요구도 점점 커져서
갈등이 생길 것 같다고 예상이 되잖아요.
이럴 때 현명한 사람이라면
'나는 이런 갈등은 싫다' 하고 그만두어야 하는데,
본인은 그런 갈등이 있지만 그래도 결혼을 하겠다는 거죠?
누구를 만나더라도 이런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고
지금 남자친구와 관계가 좋으니
어차피 생길 갈등이라면 지금의 관계가 낫지 않겠냐고 생각해서
그냥 결혼하겠다는 거죠?
그렇다면 앞으로 갈등이 생기는 것에 대해 두려워할 이유가 없잖아요.
당연히 갈등이 생길 것을 예상하고도 내가 선택한 것이니까요.
그러니 겁낼 이유가 뭐 있어요?
...
그래서 제가 처음부터 얘기한 겁니다.
첫째, 이런 갈등이 싫으면
결혼을 취소하면 됩니다.
결혼을 하고 나서도 이혼을 하는데,
아직 결혼도 안 했으니 그만두면 됩니다.
미련을 가질 필요가 없어요.
그런데 이런 갈등이 있다고 하더라도 나
는 결혼을 하겠다고 하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라는 겁니다.
‘구더기가 무서워 장 못 담그겠느냐’ 이런 말이 있듯이
‘이런 갈등이 무섭다고 결혼을 못하겠느냐’ 하고
갈등을 기꺼이 감수하는 거예요.
그러니 너무 두려워하지 말고
‘갈등이 생기는 것이 당연하다’ 이렇게 받아들이라는 거예요.
둘째, 어차피 갈등은 생길 수밖에 없는데
이걸로 괴로워하면서 결혼생활을 할 것인가?
아니면 갈등이 생길 것이 이미 예상이 되니까
괴로움 없이 결혼생활을 할 것인가?
하는 것은 본인의 선택에 달려 있습니다.
내 뜻대로 안 된다고 화내고 짜증내면서
결혼생활을 후회하게 될 것 같으면
지금이라도 결혼을 취소하는 게 낫겠다는 거예요.
갈등이 예상되지만 결혼은 하고 싶다면
시어머니의 이런저런 요구가 있을 때
당연하게 생각해야 합니다.
‘더 있거라’ 하면 ‘네, 알겠습니다’하고 있으면 되고,
그럴 수가 없으면 그냥 가버리면 돼요.
‘내일 오너라’ 하면
‘네, 알겠습니다’하고 갈 수 있으면 가고,
못 가면 ‘죄송합니다’ 하고 안 가면 됩니다.
간다고 해놓고 못 가면 당연히 욕을 하실 겁니다.
욕을 하시면 기분 나빠하지 말고
‘약속을 안 지켰으니 그러실 만도 하다’ 이렇게 이해하고
‘네, 알겠습니다’ 하면 됩니다.
갈등이 예상될 때
그 갈등으로 인해서 괴로워할 것인가,
갈등이 있지만 괴로워하지 않을 것인가,
하는 문제입니다.
갈등이 있어도 괴롭지 않으려면
갈등이 생길 때
상대의 어떤 요구나 태도를 그냥 받아들이면 됩니다.
‘아들을 곱게 키워서 장가를 보냈으니까
내 아들 뺏긴 기분이 들겠구나.
며느리가 나이가 더 많아서
시어머니가 트집을 잡을만하겠구나.’
이렇게 내가 시어머니를 먼저 이해하면 됩니다.
그래서 시어머니가 뭐라고 하시면
‘아들 가진 부모는 그런 마음이 들 수도 있겠네’ 하고 이해해서
‘어머니 죄송합니다’ 이렇게 말씀드리면 됩니다.
또 남편이 질문자가 보기에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면,
그 남편을 누가 키웠어요?
어머니가 키웠잖아요.
그러니 얼마나 고마운 분입니까.
30년 동안 정성껏 키워서 나와 살도록 해주셨으니
시어머니는 고마운 분입니다.
첫째, 시어머니 입장에서 아들 뺏긴 기분을 이해해서
‘죄송합니다’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 아들을 저에게 주셨으니
‘감사합니다’ 하는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시어머니가 무슨 말을 하든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이런 마음으로 대하면 됩니다.
그렇다고 시어머니의 요구에 늘 매여서 살라는 뜻은 아니에요.
본인이 할 일이 있으면
시어머니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아도 돼요.
그런데 그럴 경우에는
시어머니가 기분 나쁘시겠다는 것을 이해해서
거기에 대해 사과를 해야 합니다.
‘온다고 하고 못 와서 죄송합니다’
이렇게 얘기하고 나는 또 자유롭게 살면 됩니다.
이렇게 하면 갈등이 있지만 좀 덜 괴롭습니다.
도저히 못 살 정도까지는 안 될 거예요.
어떻게 생각해요?
...
자주 그러시나, 매일 그러시나, 열흘 만에 그러시나
횟수는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시어머니의 요구에 늘 매여 살라는 뜻이 아니에요.
시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면
나에게 화가 안 나고 짜증이 안 난다는 뜻입니다.
시어머니의 마음을 이해하면서
나는 나대로 살면 됩니다.
...
누가 누구를 괴롭혀요?
...
죄책감이 들면 본인이 고집을 안 부리면 됩니다.
엄마가 자기 아들을 나무라는 것에 대해
질문자가 관여할 필요가 없지요.
어머니가 자기 아들을 야단치는 것은
모자끼리의 문제니까
모른척하고 지나가면 돼요.
그걸 계속 본인이 대신 총대를 메 주려고 하면
본인의 생활에 제약이 생기잖아요.
그게 좀 과하다 싶으면 자기가 고집을 좀 꺾고
남편을 위해서 시어머니에게 고분고분하게 하면 됩니다.
그러나 본인도 자유롭게 살아야 하잖아요.
그러니 남편이 좀 야단을 맞더라도
나는 또 나대로 살아야 합니다.
그런 줄 알고 그냥 살아야죠.
그런다고 무슨 큰일이 나겠어요?
...
결혼을 취소하는 건 고려를 안 해보나요?
...
쥐약을 먹겠다는 거네요.
--
오늘은 네 분하고 대화를 나누었는데요
인생을 살다 보면 어떤 것도 내 뜻대로 되는 것이 없습니다.
그런 속에서 이렇게 인생을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입니다.
남편이나 자식이 내가 원하는 만큼 안 되고 부족한 것이 맞습니다.
그러나 밖에 내어놓으면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내가 원하는 만큼 안될 뿐이지
그 사람 자체가 문제인 것은 아니에요.
여러분들이 자기 생각에 너무 집착하게 되면
세상을 보는 눈이 어두워지고 살 의욕이 안 생깁니다.
그러니 내 생각을 딱 내려놓아야 합니다.
세상이란
비가 올 수도 있고, 맑을 수도 있는 겁니다.
‘내가 원하는 대로만 세상이 돌아갈 수가 없다.
내가 원하는 대로 될 수도 있고
안 될 수도 있다.
되면 다행이고, 안 되어도 그만이다.
하고 싶으면 다시 한번 시도해 보고
그래서 되면 다행이고
안 되면 그만이다.’
이렇게 관점을 가져 보세요.
최선을 다하되
결과에 연연하지 않는 이런 자세로
여러분들이 인생을 살아간다면
이 세상은 살 만한 세상이에요.
‘다음 세상이 얼마나 좋은지 모르지만,
그보다는 내가 살고 있는 지금
이 세상이 가장 좋다’
이런 관점을 가져보면 좋겠습니다.
어려운 얘기를 해주신 네 분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이렇게 즉문즉설을 들어봐도
혼자서 극복이 잘 안 되면 정토불교대학에 입학을 해보세요.
5개월 동안 도반들과 같이 집중해서 공부해 보면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5개월이 너무 부담스럽다고 하면
한 달 과정의 행복학교도 있습니다.
이렇게 가벼운 프로그램도 있고, 약간 무거운 프로그램도 있으니까
여러분들이 좋을 대로 한번 해보시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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