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치매를 앓으면서 대소변도 못 가리는 시어머니를 모시면서
너무 괴롭고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러던 중 법륜 스님의 즉문즉설을 보다가
‘자기가 싼 똥을 깔고 누워 있는 사람의 심정도 헤아려보라’는
법문을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시어머니에게서 받은 혜택을 잊어버리고
한탄만 하던 제가 보였습니다.
그리고 하루 종일 누워서 천장만 보고
대소변도 못 가리는 어머니의 고충도 보였습니다...(중략)//
오늘 자기 살아온 인생 이야기를 다 할 거예요?
그래서 질문이 뭐예요?
남편이 당근 마켓에서 중고 물품을 너무 많이 사들입니다.
엿장수 해도 될 정도로 너무 많이 사들입니다.
과수원 귤창고에 장롱, 책장이 벽면을 가득 채웁니다.
하루는 또 당근마켓에서 러닝머신을 사서 트럭에 싣고 와서는
저보고 같이 내리자고 했습니다.
내리고 보니까 너무 낡았고
청테이프로 여기저기 감아서 간신히 고정되어 있었습니다.
제가 화가 나서 얼마에 샀냐고 하니까 5만 원에 샀대요.
제가 속으로 이거 버리려고 해도 5만 원은 더 줘야겠다 싶어서
막 열불이 나는 거예요.
운동을 딱 3일만 하고 그만두었습니다.
제가 더 이상 말하면 또 버럭하고 싸움이 되니까 그냥 놔두었습니다.
그게 5년 전 일입니다.//
세상 사람이 다 내 마음에 들 수는 없어요.
또 내가 사랑해서 결혼한 배우자도
내 마음에 다 들 수는 없어요.
남편하고 연애해서 결혼했어요? 중매해서 결혼했어요?
...
친구의 오빠랑 결혼했다는 거네요.
어쨌든 결혼을 할 때는
남편이 괜찮아 보여서 결혼했어요? 아니면 누가 시켜서 억지로 했어요?
...
어쨌든 그때 당시에는 남편이
괜찮아 보여서 결혼했어요? 싫은데 억지로 결혼했어요?
어쨌든 남편이 괜찮아 보여서 결혼했다는 거네요.
지금까지 주로 귤 농사를 짓고 살았는데
남편이 귤 농사를 잘 지은 편이에요? 아니면 잘못 지어서 자기를 고생시켰어요?
...
스님 법문에서
누가 현명한 사람이라고 그랬어요?
...
제가 거지하고 살면서 배운 것 중에 하나인데요.
저는 똥지게에 똥을 80퍼센트를 담아서 낑낑거리고 옮기고
거지는 20퍼센트만 담아서 슬렁슬렁 다녔어요.
처음에는 ‘일을 저렇게 해서 되나’ 이렇게 생각했는데,
제가 몸살이 나서 누워서 생각해 보니까
거지의 행동에 일리가 있더라고요.
거지가 저한테 말하기를
몸으로 일하는 품팔이 노동자는 몸이 재산이라는 겁니다.
내 몸 아프면 알아줄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
내 몸을 내가 보호할 수밖에 없습니다.
슬렁슬렁 일을 하는 이유는,
첫째, 자기 몸을 보호하는 방법입니다.
둘째, 주인들은 부리는 사람이 노는 꼴을 못 봅니다.
아무리 열심히 일을 해도 잠깐 쉬고 있을 때 주인의 눈에 띄면
주인은 왜 일을 안 하고 노느냐고 언짢게 생각합니다.
내가 일하는 성향을 알면
‘열심히 일하고 잠깐 쉬는구나’ 하고 이해를 하겠지만
주인이 나를 전부 알 수 없으니
쉬고 있을 때 보면 게으름 피우는 걸로 보입니다.
그런데 80퍼센트를 담고 다니면
힘들어서 안 쉴 수가 없다는 거죠.
반면에 20퍼센트를 담고 다니면
안 쉬고 계속 일할 수 있으니까
주인이 보기에 하루 종일 부지런히 일하는 것처럼 보인다는 거예요.
나는 내 몸을 챙길 수 있어서 좋고,
주인이 보기에도 좋고,
서로 좋다는 겁니다.
저처럼 낑낑대고 일해봐야 몸만 축나고,
잠깐 쉬는 걸 주인이 보면
노는 꼴을 보기 싫어하는 주인의 눈 밖에 나고
서로 손해라는 거예요.
처음에 그 말을 들었을 때
거지니까 그 따위 소리를 한다 싶었는데
막상 내가 몸살이 나서 드러눕고 며칠 일을 못하게 되니까
거지의 말에 일리가 있구나 싶더라고요.
그것처럼 남편이 슬렁슬렁 꾸준하게 일을 하면
남편의 건강에도 좋잖아요?
자기가 보기에 마음에 안 들어서 그렇지
그래도 남편이 없는 것보다는 낫잖아요?
남편이 건강은 하지요?
...
남편이 자기가 번 돈으로 중고물품을 사는 거예요?
질문자가 번 돈으로 산 거예요?
...
그러면 없는 것보다는 있는 게 낫잖아요.
지금 당근마켓에서 이것저것 헌 물건을 사서 가져오는 게
재산을 축낼 만큼 금액이 많아요?
...
자기가 답답한 건 이해가 돼요.
그런데 답답한 이유는
남편이 중고 물품을 사 와서 답답한 거예요?
아니면 자기가 남편을 이해하지 못해서 답답한 거예요?
...
내가 어떤 사람의 행동을 보고
저 인간이 왜 저러나 싶을 때는
내가 그 사람을 이해하지 못해서 그래요?
그 사람이 나를 이해해 주지 않아서 그래요?
그럼 누가 답답해요?
그런데 ‘우리 남편이 이래서 그랬구나’ 하고 이해하면
누구 마음이 편안할까요?
...
자꾸 말을 돌리지 말고
제가 묻는 질문에 대답을 해보세요.
내가 그동안 남편을 이해하지 못해서 답답했잖아요.
그런데 ‘남편이 그래서 이런 행동을 했구나’
이렇게 내가 남편을 이해하게 되면
남편의 마음이 시원할까요? 내 마음이 시원할까요?
그럼 자기 마음을 시원하게 하면서 살아야지
왜 답답해하면서 살아요?
열불이 난다는 건
남편의 행동이 이해가 안 된다는 거예요.
똑같은 남편의 행동을 보고
‘남이 쓰던 걸 사 오니 돈을 아낄 수가 있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러닝 머신을 가져오는 걸 보고
‘요즘 건강이 안 좋아져서 몸을 챙기는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잖아요.
작심삼일이라는 말이 있듯이
운동 좀 하려고 가져왔지만 못 할 수가 있잖아요.
‘새것을 150만 원 주고 사 와서 안 쓰는 것보다
헌 것을 5만 원 주고 사 와서 안 쓰는 게 차라리 낫다.’
이렇게 생각해 보면 어떨까요?
중고물품은 좀 사 와도 손실이 크지 않아요.
쓸만한 물건이었으면
남편의 차례가 오기 전에 다른 사람이 잽싸게 사갔을 겁니다.
남편이 살 정도면 아무도 안 사가는 싼 물건이라는 거예요.
비싸 봐야 5만 원밖에 안 되니까
술 먹는 사람들을 기준으로 하면 하루 술값도 안 돼요.
술 먹고, 바람피우고, 어디 가서 사고라도 치고 다니지 않는 것만 해도 다행입니다.
남이 쓰다가 내어놓은 것이 아까워서 가져오는 사람이니까
훌륭한 사람이에요.
정신적으로 분석해 보면
남편이 어릴 때 가난하게 살아서
버리는 걸 아까워하는 성향인 것 같아요.
저도 그런 면이 좀 있어요.
길 가다가 책장을 누가 버려놓은 걸 보고
주워 와서 사용했습니다.
제가 일하는 사무실에도 테이블과 의자를 남이 쓰던 걸 주워와서
벌써 20년을 썼어요.
그 의자에 이름만 들어도 아는 유명한 사람들이 앉아서
저와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지금껏 아무 문제가 없어요.
주변 사람들은 갖다 버리자고 하지만
제가 보기에는 아직 쓸만해요.
지금과 같은 환경 위기 시대에는
남편 같은 사람이 훌륭한 사람입니다.
남편이 이렇게 물건을 아껴 쓴다고 자랑하고 싶어서
저한테 질문을 한 거 아니에요?
남편한테 중고물품 사서 쌓아두지 말라고
수없이 잔소리를 했는데도 안 고쳐진다는 건
내가 남편을 바꿀 수 있다는 거예요? 바꿀 수 없다는 거예요?
...
바꿀 수 없는데 바꾸려고 하면 누가 괴롭다고요?
...
이왕 고칠 수 없는 거 그냥 놔두면
나라도 안 괴로울 것 아니에요?
내가 잔소리를 해도 중고물품을 살 것이고
잔소리를 안 해도 살 것인데
괜히 잔소리해서 귤 박스만 손해 봤잖아요.
잔소리를 안 했으면 귤 박스를 집어던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
남편이 자기가 농사지은 건데
귤이 귀한 걸 알까요? 모를까요?
그 귀한 귤을 패대기칠 때는
그만큼 성질이 났다는 겁니다.
그 정도로 성질이 났으면
자기를 화나게 만든 마누라의 귀싸대기를 한 대 때려야 될 거 아니에요?
그런데 차마 내 마누라는 못 때려서
아까운 귤을 집어던진 겁니다.
그렇다면 귤을 던진 걸 차라리 고맙다고 해야 되지 않을까요?
어떻게 아까운 귤을 패대기칠 수 있냐고 항의하지 말고
이렇게 말해봐요.
“아이고, 여보.
나를 못 때려서 귤 박스를 던졌구나.
성질 나는 중에도 내 생각을 해주어서 고마워”
사실이 그렇습니다.
아무리 귤이 귀해도 마누라보다는 덜 귀하기 때문에
귤 박스를 집어던진 겁니다.
마누라를 한 대 치고 싶은데, 차마 마누라를 못 때리니까
마누라가 제일 아끼는 그릇 같은 걸 깨는 거예요.
마누라가 아끼는 그릇을 깨면서 자기감정을 푸는 거죠.
마누라는 차마 못 때리고 애꿎은 그릇만 깨는 거예요.
‘그릇이 무슨 죄가 있다고 아까운 그릇을 깨냐’
이렇게 따질 게 아니라
‘마누라를 아끼다 보니 그릇을 깨는구나’ 하고 재미있게 생각해 봐요.
그게 사실이기도 하고요.
사람을 때리고 싶은데 차마 못 때리니까 다른 걸 집어던지는 겁니다.
귤박스를 던질 때
“그래도 나를 사랑하는구나.
저렇게 화가 나는 중에도 나를 생각해 주네”
이런 생각이 딱 들면 눈물이 날 정도로 남편이 고마울 거예요.
이런 생각은 안 해봤죠?
질문자는 온 신경이 귤에만 가 있어서 그래요.
아픈 시어머니를 돌보는 게 힘들다고만 생각했는데
법문을 듣고
‘똥오줌 받아내는 나보다
똥오줌 못 가리는 시어머니가 더 힘들지 않을까’ 하고 생각이 바뀐 것처럼
귀한 귤을 집어던지는 남편을 보고
‘차마 나를 못 때려서 아까운 귤을 던졌구나.
화가 나는 중에도
내가 귤보다 귀하니까 나를 두고 귤을 던졌구나’
이렇게 마음을 바꿔 보세요.
귤이 더 귀했으면
귤을 던지는 대신 자기가 맞았을 거 아니에요?
이렇게 자기 생각을 바꾸어야 됩니다.
남편은 바꿀 수가 없어요.
남편의 나이가 어떻게 돼요?
나이가 그 정도면 바뀌기가 어렵습니다.
중고 물품 사 모으는 게
크게 손해 나는 정도가 아니니까
남편을 이해하는 마음을 내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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